그때 나, 얼마나 외로웠을까

  “재인아, 안방으로와볼래?” 초등학교 5학년무렵이었다. 엄마는평소답지않게목소리를한껏죽여아무도없는방으로나를불렀다. 눈치가빠른나는이미어떤말이오갈지알고있었다. 막생리가무엇인지설명을하려는엄마의말을끊고말했다. “엄마, 나그거이미해.” 어렴풋이생리에대해들은바가있던나는며칠전속옷에묻어있던초콜릿색핏자국이생리라는걸알고있었다. 그러나무언가잘못됐다는느낌에어찌할줄모르고비닐봉지에넣어서랍장깊숙이처박아두었다. 딸내미가이미생리를시작했다는걸안엄마는설명할게줄었는지빠르게생리대사용법설명을마치고, 평소처럼저녁식사준비를했다. 그리고그날저녁아빠는내게다가와조용히말했다. “딸이여자가됐다며? 축하해.” 그날은모두가조용했다. 엄마도아빠도, 설명과축하도모두조용하게내게다가왔다. 

  이후로도나의생리는조용함, 아니은밀함의연속이었다. 엄마는생리대포장지를화장실에서가지고나오는걸어떻게까먹을수있냐며나의칠칠치못함을조용히꾸짖었다. 어떤때는생리대는투명한봉투가아니라까만봉투에모아버려야한다고또한차례조용한설명을했다. 함께장을본날이면엄마는구매한생리대를재빠르게장바구니가장아래로밀어넣었다. 오빠나아빠가장바구니를볼수도있기때문이라고했다. 학교에서도생리하는나는평소와달리요란하게굴지않았다. 생리는여자친구들사이에서도왠지부끄러워, 화장실칸에서소리를죽여생리대포장지를뜯었다. 좌악생리대의접착면이속옷에서떨어지는소리는언제나숨기기어려웠지만. 교실에서여자친구들은소리없이다가와당황한얼굴을숨기지못하고귓속말을했다. “너혹시그거있어?” “나마법터져서체육빠질듯. 좀둘러대줘.” 남자친구들은다행히여자애들을대놓고놀리지않았다. 대신신경질적으로구는남자애를두고자기들끼리농담처럼읊조렸다. “쟤그날이냐? 왜난리야.” 딴에는자기들끼리숨어숙덕거린것인데, 이상하게내귀에는선명히들렸다. 

  나의생리는분명조용함뿐인데, 고요속에철저히감춰지고있는데, 이상하게나는자꾸생리로설명되고있었다. 꼼꼼하게숨기고있다고생각했는데, 어느땐내가생리로대체된것같다고느꼈다. 아빠오빠로부터생리대를잘못숨긴나, ‘나생리대샀어요’ 전시하듯장바구니맨위에생리대를놓은칠칠치못한나, 생리때문에야자를빠지는나, ‘그날’에 ‘난리칠’ 수도있는나. 사람들은나를생리로한없이꾸짖고캐묻고놀리고있는데, 내가생리를대할때면언제나조용하고, 은밀하고, 겉으로드러나지않아야했다. 소리죽인생리와함께내게남은건고립감과여성으로태어난내몸에대한원망이었다. 

  지난 1년간인사동에서의 ‘#생리대를붙이자’ 퍼포먼스, 생리백일장등생리를시끄럽게외치는움직임이있었다. 누군가는혐오스럽다고말했던일련의움직임들이나는반갑기만했다. 마치내게이렇게말하고있는것같았다. 그간억지스런고요속에서힘들지않았냐고, 외롭지는않았냐고. 생리대를눈에보이게들고화장실로향하는요즘의나는다시한번그때의내게, 혹은나처럼조용한생리를했던이들에게말하고싶다. 그때얼마나외로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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