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스포츠행사, 화합과 평화의 장의 그늘

빚더미에 쌓인 국제스포츠행사, 성공적 개최를 위한 조건은?

  지난 8월 2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리우 하계 올림픽 대회가 폐막했다. 이번 대회는 개최 전부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었다.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남아메리카 지역에서 열리는 대회라는 긍정적 기대감도 있었지만 대회 개최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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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일어난 리우 올림픽 반대 시위 현장ⓒCNBC

열악한 치안, 부실한 시설… 다사다난했던 리우 올림픽

  브라질 내부의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은 올림픽 개최 이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낳았다. 대회 이전 브라질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회계법을 위반했고, 결국 탄핵 소추안이 통과돼 직무가 정지된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리우 올림픽은 국가원수 없이 치러지는 최초의 올림픽이 됐다.

  국가원수의 공백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은 사회적 혼란으로도 이어졌다. 지우마 호셰프 대통령의 직무 정지 이후, 올림픽을 유치할 정도로 급속도로 상승했던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은 다시 하락해 국민들의 불안이 증폭됐다. 아울러 정치권의 부패로 인한 정부에 대한 불신은 올림픽 유치에 대한 회의감과 반대시위를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정치·사회적인 문제와 더불어 소두증을 야기하는 지카바이러스의 확산 및 열악한 치안 상태도 선수들과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와 같은 관심과 우려 속에서 지난 8월 6일 리우 하계 올림픽이 개막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22일 폐막식까지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했다. 우선 리우데자네이루의 치안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 브라질 공공치안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1~5월 리우 주 강도·절도사건 발생 건수는 4만8천429건으로, 시간당 13건에 이르렀다. 게다가 경제난으로 인해 월급을 받지 못한 브라질 경찰이 파업을 하면서 리우 시내의 치안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대낮에 거리를 돌아다니다가도 강도를 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또한 경기장 내부의 시설 문제도 선수들의 안전을 위협했다. 지난 9일부터 마리아 렝크 아쿠아틱센터의 다이빙 풀장과 수구경기장의 물빛이 녹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수영장에 지붕이 없어 강한 햇살에 물이 그대로 노출된 탓에 녹조가 생긴 것이다. 철인3종경기와 요트 경기가 열리는 바다에서는 다량의 슈퍼박테리아가 검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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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국제스포츠행사 개최 이후의 적자 현황 도표ⓒ경향신문

국제스포츠행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무조건 이득은 아냐

  브라질은 불안정한 여건 속에서 무리하게 올림픽 개최를 강행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 리우 올림픽은 큰 탈 없이 마무리됐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림픽과 같은 국제스포츠행사에 많은 국가가 무리를 해서라도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이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끄는 대형 국제스포츠행사의 유치는 유치국에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불러온다. 국제스포츠행사는 각종 사회 인프라 구축, 관광 수입, 국가브랜드 향상 등 막대한 파급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도 한국 경제는 투자와 소비의 증가, 국가 및 기업 이미지의 제고, 수출 증대 효과 등으로 26조원의 가시적 이득을 봤다. 또한 현대 경제연구원의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은 인프라 구축 및 관광객 소비에 따라 총 21조 1천억 원의 직접적 경제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추산됐다.

  스위스 로잔대학교 행정대학원 장 르샤펠(Jean-Loup Chappelet) 교수(공공관리학과)는 “한일 월드컵이나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예시처럼 고성장 신흥경제국에 국제스포츠행사 유치는 국가의 브랜드를 알리고 경제성장을 촉발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된다”며 국제스포츠행사유치의 이점을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효과는 유치 지역의 경제와도 직결된다. 르샤펠 교수는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의 경우 캐나다 정부가 몬트리올의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몬트리올을 개최 지역으로 선정했다”며 지역경제의 발전이 국제스포츠행사 유치 지역 선정에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국제스포츠행사는 장기적인 효과도 불러온다. 거대 인프라 구축으로 인한 지속적인 가치 창출이나 투자규모의 확장은 직접적 효과 몇 배 이상의 간접적 효과를 가져온다.

  이처럼 올림픽, 월드컵 등 국제스포츠행사 유치가 국가 경제에 가져오는 이익은 막대하다. 하지만 국제스포츠행사가 반드시 흑자를 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것은 아니다. 과거의 국제스포츠행사에는 커다란 경제적 효과를 누린 성공적인 사례도 많은 반면 그렇지 못한 사례도 많다. 최근 40년 동안 개최된 10개의 올림픽 중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비롯한 총 6개의 올림픽에서 적자가 발생했다. 물론 이는 단기적 경제효과만을 고려한 결과이긴 하지만, 올림픽 유치가 반드시 유치국에게 이익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국 스미스칼리지 앤드류 짐발리스트(Andrew Zimbalist) 교수(경제학과)에 따르면 올림픽 유치에는 하계 올림픽을 기준으로 조직, 시설비용, 인프라 구축에 평균 10조원의 비용이 투입된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의 경우 약 17조원의 금액이 투입됐다. 문제는 올림픽 유치의 투입 비용은 비교적 일정한 반면 소득은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짐발리스트 교수는 “다양한 조건들이 대회의 성공에 영향을 미친다. 인프라 구축부터 선수단 복지, 관광객의 만족도, 정치적 상황과 사회·환경적 조건까지 모든 것이 중요하다”며 국제스포츠행사 운영에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리우 올림픽의 경우 현지의 치안 문제와 지카바이러스의 위협으로 관광객의 숫자가 대폭 하락했고,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1984년 LA올림픽은 냉전이라는 국제정세의 영향으로 민주주의 국가와 공산주의 국가가 각각 보이콧을 하는 탓에 참가국의 숫자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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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난 뒤의 현재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 모습ⓒ한국일보

  

  대회 이후의 상황 역시 행사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대회 이후에 남겨진 시설과 인프라의 활용 문제는 국제스포츠행사 유치국의 골칫거리다. 대회 유치를 위해 주로 구축하는 인프라는 교통체계, 숙박시설, 지역의 미관이다. 이러한 인프라는 대회가 끝나고 나서도 지속적인 관리 비용이 발생한다. 때문에 사후 인프라 활용에 따라 올림픽 유치의 적자를 해소할 수도 있는 반면 오히려 적자가 심화될 수도 있다.

  장 르샤펠 교수는 “대회 이후 인프라 활용 계획은 대회 유치·기획 과정에서 같이 세워진다. 1964년 도쿄와 1992년 바르셀로나는 행사의 적자를 효율적인 인프라 활용으로 극복한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당시 러시아 정부는 행사 유치에만 53조원의 금액을 지출했고, 비효율적인 인프라 활용으로 지금도 시설 관리 비용으로 매년 2조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5개의 경기장에서 매년 수십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사례 중 특히 심각한 경우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이다. 아시안게임으로 인한 인천시의 운영적자는 139억 원에 이른다. 아시안게임 당시 인천광역시에는 아시아드주경기장을 비롯해 9개의 국제적 규모의 경기장이 신설됐다. 문제는 이들 경기장의 별다른 활용 방안을 아직까지 찾지 못해 시설 유지·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장에 영화관이나 아울렛 같은 수익시설을 유치하고자 입찰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사업자를 찾지 못해 경기장을 방치하고 있다.

성공적인 화합의 장을 위하여

  리우 올림픽을 비롯한 과거의 사례는 국제스포츠 행사가 성공적인 화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 르샤펠 교수는 “대회 유치와 운영, 사후 관리를 책임지는 행정전문조직의 창설이 필요하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서 유치과정부터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관리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국제스포츠행사 유치를 위한 전문적인 조직체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적절한 인력과 비용 투입으로 손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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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로고ⓒ평창동계올림픽 공식 사이트

  

  한편 스포츠평론가 최동호 씨는 “선수단과 스태프들에 대한 복지혜택과 관광객들을 위한 쾌적한 환경 조성으로 만족도를 높인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회 자체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것을 주장했다. 국제스포츠행사 운영에 있어서 쾌적한 환경의 조성은 매우 중요하다. 행사에 참여하는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는 데 방해받지 않고, 관광객들의 관광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선수들의 훌륭한 경기력과 함께 행사에 대한 높은 평가로 이어진다.

  그러나 교통 시스템, 숙박 시설 등 국제스포츠행사를 위한 환경 조성 작업은 어디까지나 자연과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일례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논란에 휩싸인 알파인 스키장 건설을 들 수 있다. 알파인 스키장을 짓기로 한 가리왕산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원시림으로, 수달이나 하늘다람쥐를 포함한 1급 멸종위기동물의 상당수가 서식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런데 알파인 스키장의 건설로 멸종위기동물의 생태가 위기에 처하고, 벌목으로 인해 가리왕산의 토질 또한 훼손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유치국의 사회·정치적 안정도 중요한 조건이다. 사회·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와중 국제스포츠행사를 개최하면 선수단이나 관광객들이 여러 위험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게다가 사회 분위기가 대회 개최에 대해 회의적이라면 유치 반대 시위까지 벌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사회·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여 행사 유치와 개최결정에 신중해야 한다.

  최동호 평론가는 “스포츠대회의 개최는 단일적인 행사 수준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향후 지역경제 발전과 스포츠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며 대회 이후 스포츠 인프라 시설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지어진 경기장의 다수는 폐막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폐허로 남아있다. 인프라의 사후 활용이 전혀 되지 않은 것이다. 이는 큰 국가적 낭비에 해당한다.

  리우 올림픽은 다양한 측면에서 비판받았지만, 개막식과 폐막식만큼은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화합의 의미를 진솔하게 담아내 세계적으로 많은 찬사를 받았다. 많은 돈을 투입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구촌의 축제라는 올림픽의 본래 취지를 깊이 숙고한 결과물이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어느덧 1년 반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동계 올림픽인 만큼 대중의 관심이 높은 동시에, 준비 과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알펜시아 경기장에 건설된 스키점프대는 사고 위험 논란에 휩싸였고, 경기장의 사후 활용 방안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평창 올림픽 역시 과거의 사례들처럼 ‘골칫덩이’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국력을 과시하고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세계인들이 스포츠를 통해 소통하는 화합의 장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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