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에 대한 사랑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

모아(MoA)에서 들은 미술관 학예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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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영 학예연구사 ⓒ한민희 사진기자

  하굣길에 서울대학교 정문을 지나 버스정류장까지 걷다보면, 사다리꼴 모양의 거대한 건물 밑 지름길로 많은 사람들이 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독특한 형태의 이 건물은 서울대학교 미술관 모아(MoA, Museum of Art Seoul National University)다.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전시·교육·홍보를 총괄하고 있는 정신영 책임 학예연구사를 만나 학예사로서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정신영 학예사는 2006년 미술관 개관 직후부터 전시 담당 학예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 후 박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고, 작년 5월 다시 서울대학교 미술관으로 돌아왔다. 학예사인 동시에 정 씨는 서울대학교에서 ‘서양미술의 이해’ 수업을 가르치는 강사이자 집에서는 아이들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서울대학교 미술관 학예사의 일은 바쁜 편이다. 국내 미술관에서는 대체로 학예사가 전시 기획부터 홍보, 작가 섭외, 출판물 제작 및 기타 행정업무까지 미술관의 주요 업무를 담당한다. 그런데 서울대학교 미술관은 인력이 부족해 개별 학예사들의 업무가 많은 축에 속한다. 정신영 학예사는 “‘지속가능을 묻는다: 서울대학교 미술관 10주년 특별전’을 준비하는 기간이 고등학교 3학년 때보다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하루에 세 시간밖에 못 자면서도, 매일 아침 6시에 아이들을 학교로 데려다줘야 했다. 이어서 정 학예사는 “서울대학교 미술관의 핵심인력이 3~4명, 행정실도 3명 내외뿐으로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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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미술관 내부 전경 ⓒ한민희 사진기자

  바쁜 일정 속에서도 정신영 학예사는 학예사라는 직업에 만족하고 있다. 정 학예사는 지난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직업인의 직무만족도 실태 보고서’를 언급했다. 보고서에서는 큐레이터(학예사)가 직무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좋아하는 사람만 학예사를 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다른 학예사들도 보고서 결과에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고 전했다.

  정신영 학예사는 미술관이 관람객의 일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는 “미술관을 처음 방문한 사람의 놀란 표정, 전시 후 미술작품에 대해 대화하는 사람들 모습 등 일상적인 풍경에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정 학예사에게 가장 보람 있었던 전시는 2007년에 열렸던 ‘MoA Picks:매체의 기억-후기-증후군’이다. 이 전시에서는 회화·조각·사진 등 매체의 구분이 모호해진 현대미술의 경향을 뒤집어 오히려 각 매체 고유의 역할이 잘 드러난 작품을 전시했다.

  학예사들의 노력에도 미술관을 찾는 학내구성원의 수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학예사들은 여전히 ‘교내 구성원들의 예술경험’을 보장하기 위해 새벽부터 새로운 전시를 만들고 또 알리고 있다. 정신영 학예사는 “앞으로도 미술관과 관객이 함께 (미술에 대한) 이해도를 조금씩 넓혀갈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 잠깐 미술관에 들러 일상에 새로움을 더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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