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16일 기전노조는 관악구청과 재능기부 협약식을 맺었다. ⓒ허상우 사진기자
#1.
서울일반노동조합 서울대기•전분회(기•전노조)는 지난 10월 16일 관악구청과 재능기부 협약을 맺었다. 기계•전기 설비 분야의 전문가인 조합원들이 관악구에 거주하는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 등 소외 계층의 냉난방설비나 전기설비를 무상으로 점검하고 보수해주기로 한 것이다. 김재일 기•전노조 위원장은 “우리보다도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협약을 맺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기•전노조의 봉사활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부터 조합원들은 독거노인들을 만나 쌀을 전달하고 전기 시설을 수리해주는 등 나눔을 베풀어왔다. 김 위원장은 “최근 교수 성폭력 등의 사건으로 서울대의 사회적 이미지가 안 좋아졌는데 우리라도 좋은 일을 하면 사람들이 서울대를 좀 더 좋게 보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2.
서울대에서 근무하는 청소 노동자들은 학생들과 교수들이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간다는 데에서 보람을 느낀다. 정우춘 서울일반노동조합 서울대시설분회(시설노조) 분회장은 “서울대 학생들은 우리보고 ‘선생님’이라 부르며 존중해준다”며 학생들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업무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용역회사는 이들을 사무적 계약 관계 속에 놓인 수동적 존재이자 통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한 번은 청소 노동자가 업무 범위가 아닌 부분까지 청소하려 하자 용역회사가 만류한 적도 있다. 회사 측은 “시키지도 않은 일을 굳이 하다 보면 앞으로는 청소할 부분만 늘어날 텐데, 그럼 당신들에게도 좋지 않을 것”이라며 직원들이 스스로 수동적인 존재가 될 것을 요구했다. 용역회사가 모든 청소 노동자에게 퇴근 시 18동에 있는 회사 사무실로 찾아와 확인을 받도록 지시해 논란이 발생한 적도 있다. 넓은 캠퍼스 곳곳에서 근무하는 청소 노동자들이 사무실까지 찾아와 확인을 받으려면 정해진 퇴근 시간보다 30분 일찍 업무를 마치고 18동으로 출발해야 한다. 정 분회장은 “불필요한 통제로 인해 청소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고령층인 청소 노동자들에게는 하루 업무를 마치고 높은 곳에 위치한 18동까지 올라가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이 상당한 고역”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노조의 항의가 이어지자 3일 만에 사무실에서 확인을 받도록 한 지시를 철회했다.
우리가 ‘서울대 구성원’이 아니라고요?
서울대 전체 직원 수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직원들은 각각 고용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스스로가 ‘서울대 사람들’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근무한다. 근속연수도 정규직 못지않다. 기계•전기직의 경우 40% 이상이 15년 넘게 서울대에서 근무했으며, 30년 가까이 근무한 직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부는 이들을 학교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본부에게 계약직 직원은 ‘법인 직원’과 구분되는 ‘자체 직원’이며, 용역 직원은 그저 외부인일 뿐이다. 하지만 같은 자리에서 누구보다도 성실히 일하는 이들을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구를 보고 구성원이라 부를 수 있을까. 뛰어난 연구 업적을 낸 교수도, 많은 발전기금을 출연한 졸업생도, 고용 불안 속에서 최저임금에 가까운 임금을 받으며 최선을 다하는 직원들도 모두 ‘서울대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