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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변두리에서 연극을 외치다

  높아져만 가는 임대료, 관객의 쏠림 현상, 그리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정부의 대책 속에서 연극계는 고통 받고 있다. 그 기저에는 연극 본연의 가치에 대한 평가절하가 자리잡고 있다.

연극계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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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대학로 중심가 소극장의 임대료는 월 1,000만원을 넘어섰다. 일부 상업극을 제외하면 수익은 손익분기점의 1/4정도에 그친다.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극장들은 문을 닫고, 그 자리를 대형 프랜차이즈 상점들이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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➋ 삼일로 창고 극장은 1975년 봄 개관한 국내 최초의 민간 소극장이다. 경영난 때문에 내년에 폐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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➌ 삼일로 창고 극장 옆에 걸려 있는 플래카드. 결국 예술은 가난을 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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➍ 연극계를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은 ‘삐끼’(호객꾼)다. 그들은 특정 극단의 작품만 홍보하고 그 티켓을 판매해 관객들의 선택권을 제한한다. 그들이 40%에 이르는 높은 수수료를 챙겨가기 때문에 제작 예산이 줄어들고 공연의 질도 낮아진다. 결과적으로 연극 전반의 이미지도 실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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➎ 연극 마니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관객들은 보통 로맨틱 코미디 위주의 상업극을 찾는다.

  지난 6월에만 연극배우 두 명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연극인들의 잇따른 죽음을 애도하며, 우리 사회는 연극계의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지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대학로 연극인의 수입은 월 평균 100만 원 내외, 그마저도 작품의 흥행에 따라 고무줄처럼 변한다. 시나리오 작가 고 최고은 씨의 죽음 이후 일명 ‘최고은법’(예술인 복지법)이 제정됐지만, 수혜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문제는 바닥에 떨어진 연극의 위상이다. 대학로의 한 연극인은 한국 사회가 “연극인들을 불쌍하게만 본다”면서 척박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활동하는 연극인들의 열정을 강조했다. 정부의 지원이나 관객들의 관심도 중요하지만, 연극계의 상황이 근본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연극의 가치와 연극인의 진정성이 인정받아야 한다. <서울대저널>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극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연극인들의 모습을 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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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극단 ‘혜화’의 단원들이 연극인의 실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도 연극이 본래 가난한 예술임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배우도 하나의 직업이지 취미 생활이 아니다.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익으론 생활을 영위하기 어렵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은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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➋ 대학로에 위치한 아르코 예술극장. 전통적으로 서울연극제가 개최되어온 곳이지만 올해는 연극제 측의 항의 끝에야 가까스로 대관이 승인됐다. 그마저도 서울연극제 시작 며칠 전 안전설비 미비를 이유로 대극장이 휴관되면서 무의미해졌다. 이에 대해 연극인들은 “연극계가 무시 받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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➌ 연극이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라면, 연극의 가치와 사회적 역할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 시대에 우리들의 정신은 궁핍하다.

연극을 위한 시간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연극을 계속하기 위해 연극인들은 부업을 해야만 한다. 그들의 하루 중 ‘연극 하지 않는 시간’은 곧 ‘연극을 위한 시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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➍ 연극배우 장현아 씨는 대학로의 한 족발집을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그녀는 연극 일정이 있는 날이면 동업자에게 가게를 맡기고 무대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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➎ 곽두한 씨는 현재 연극배우이자 호프집 사장이다. 연극 일정이 잡히면 사촌동생이 가게 일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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➏+➐ 극단 ‘배우다방’의 단원들은 연극 연습이 없는 날이면 단체로 어린이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사진: 극단 ‘배우다방’ 제공)

연극하는 시간

  연극인들은 무대 위에 올랐을 때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낀다.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부업으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연극을 그만두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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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극단 ‘디딤돌’의 회의실 내부. 9월에 올릴 연극 <웬수와 이별하기>의 기획 내용이 칠판에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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➋+➌ 극단 ‘배우다방’이 오는 9월에 선보이는 연극 <사랑해 엄마>의 대본 리딩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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➍+➎ 극단 ‘혜화’의 단원들이 탈북학생들을 위한 낭독 공연을 연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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➏ 연출가 송이원 씨가 교내 총연극회의 공연 <올모스트 메인>의 무대 감독으로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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