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교육을 말할 권리
“대학은 해답을 찾는 곳이 아니라 질문을 찾는 곳”
교육과 연구의 균형을 찾아서

“대학은 해답을 찾는 곳이 아니라 질문을 찾는 곳”

서울대 학부 교육 어디로 나아가야 하나

  서울대학교는 지금까지 한국사회 각계의 지도자를 배출해왔다. 서울대에 대한 사회 안팎의 기대와 학문의 전당으로서 사회에 지고 있는 책무를 감안할 때, 서울대학교의 교육은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서울대저널>은 변화하는 시대 환경과 세계 대학과의 경쟁 속에서 서울대 교육의 미래는 어떠해야 할지를 모색해봤다.

서울대 교육, 이대로 괜찮을까

  서울대가 맞닥뜨린 가장 중요한 변화는 법인화다. 법인 서울대가 되면서 자율성은 얻을 수 있었지만, 더 이상 국가의 보호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당장은 재정 지원 수준이 유지되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한국교육개발원 유현숙 연구원은 “서울대가 계속 최상위권 대학으로 남기 위해서는 그만한 성과를 내야하고, 연구도 중요하지만 졸업생의 취업률 같은 사회적 평판도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찬욱 사회대 학장은 “서울대에서 훌륭한 인재를 배출했던 것이 서울대가 교육을 잘 해서가 아닐 수도 있다”며 “‘스스로 배웠다’는 말처럼, 입학하는 학생들이 원래 똑똑하기 때문에 훌륭한 인재가 된 것일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교육 역량은 결국 학생을 얼마나 발전시켰느냐를 의미한다. 서울대 교육이 훌륭해서 뛰어난 인재를 배출한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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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명문 대학이 온라인 대중 공개수업(MOOC)을 개시하면서 대학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사진은 하버드대학교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가 공동 운영하는 온라인 강의 프로그램 edX의 홈페이지.

변화하는 시대, 지식 자체보다는 탐구하는 능력을

  교육이 개혁돼야 하는 다른 이유는 전세계적 대학의 위기다. 지금 세계 대학 앞에는 두 가지 큰 도전이 놓여 있다. 첫 번째는 지식·정보사회로의 이행이다. 고도의 지식이 끝없이 쏟아져 나오고, 굳이 대학에서 지식을 찾지 않아도 검색 한 번으로 쉽게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그럴수록 중요한 것이 지식으로는 대체될 수 없는 ‘생각하는 능력’이다. 김성근 자연대 학장은 “대학은 해답을 찾는 곳이 아니라 질문을 찾는 곳”이라고 강조하며 토론식·문제해결식 융합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은 저서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에서 서울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양적·질적 대규모 연구 결과를 토대로 비판적·창의적 사고력을 키우지 못하는 서울대 교육의 현실을 드러냈다. 그 역시 “지금은 한국 사회의 산업구조가 질적으로 변화해야 하는 시기”라며 “선진국을 쫓아가기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창조하려면 더 이상 남의 지식을 잘 ‘집어넣기만 하는 인재’만 길러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서울대 학부 교육이 길러내야 할 ‘인재’는 비판적, 창의적, 그리고 융합적 사고력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안병직 기초교육원장도 비슷한 견해를 내놓으며 이런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기초 교양 교육을 체계적으로 개발하고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세계 명문 대학과의 경쟁이다. 하버드, 스탠포드 등 세계 명문 대학은 모든 강의를 전 세계인에게 무료로 공개하는 무크(Massive Open Online Course: MOOC, 온라인 대중 공개수업)시대를 열었다. 영어만 이해한다면 세계 최고 대학, 가장 잘 가르치는 교수의 강의를 얼마든지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서울대의 강의도 세계 명문 대학의 강의와 언제든지 비교·평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얼마 전 발표된 세계대학랭킹(CWUR)에서 서울대가 전체 24위를 기록했음에도 교수진의 질(218위 이상)과 교육의 질(367위 이상)만 극히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평가의 신뢰성을 차치하고라도 연구에 비해 교육 부문이 기형적으로 낮은 점수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는 교육 내용, 방식의 근본적 재편을 검토해야 하는 기로 앞에 놓여 있다. 박찬욱 사회대 학장은 “온라인 대중 공개수업에 대항하기 위해 전통적인 면대면 교육이 가지는 강점을 살려내야 한다”고 말한다.

  지식 자체를 전달하기보다 탐구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과 교수자의 쌍방향적 교육을 활성화하고 소형강의 비중도 늘려나가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변화의 바람은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 김성근 자연대 학장은 다양한 전공의 교수가 함께 가르치는 ‘융합과학’ 과목을 개설한다고 밝혔다. 박찬욱 사회대 학장도 “사회대의 다양한 학부 학생들이 함께 현실 문제를 주제로 토론하는, 창의적 종합설계 학습을 도입하고 싶다”는 희망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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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정 ‘교육과 혁신 연구소’ 소장은 저서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에서 서울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양적·질적 대규모 연구 결과를 토대로 비판적·창의적 사고력을 키우지 못하는 서울대 교육의 현실을 드러냈다. ⓒ박나연 사진기자

연구중심대학에서도 학부 교육은 중요

  서울대는 연구중심대학이기 때문에 학부 교육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구중심대학 역시 학문 후속세대 양성이라는 관점에서 학부 교육의 중요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 연구의 길로 나아가기로 마음먹는 것도, 첫 걸음을 떼는 것도 학부에서 강의를 들으며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학문에 대한 열정을 심어줄 수 있는 우수한 강의가 중요하다.

  연구 역량이 우수한 대학이 학부 교육에서 갖는 강점도 있다. 학부 수준에서 학계의 첨단 지식을 바로 학습할 수는 없지만, 선배 연구자의 학문에 대한 열정을 전달받을 수 있고, 대학원생과 학부생의 멘토링을 통해 배울 수도 있다. 인문대에서는 학부생 대상 인문학적 소양 강화와 논문 지도로 이뤄진 ‘인문 아너스 프로그램(Humanities Honors Program)’을 시작한다. 장재성 인문대 학장은 “학부 시절부터 학문 탐구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돕고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인문학적 지성을 갖춘 지도자를 양성하고자 한다”고 목적을 밝혔다.

교육 개혁 체계적으로 주도할 컨트롤타워 있어야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은 “교육의 질적인 개혁을 주도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는 강의 설계 단계부터 안정화 단계까지 ‘교수법 클리닉’을 실시한다. 입학 전, 졸업 후, 졸업 후 1년, 졸업 후 5년에 자신이 얻은 역량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학생들에게 조사해 대학교육 역량의 확인자료로 활용하는 홍콩중문대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대학이 기로에 서 있다. 시대와 사회에 대한 책무 속에서 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교육의 질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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