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협의 주인은 ‘우리’다!

생협의 민주적, 자율적 운영 위한 구성원의 관심과 협력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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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회관 문구점은 생협에서 운영한다. ⓒ김대현 사진기자

  빽빽이 강의가 들어선 시간표의 틈 사이로 즐기는 잠깐의 여유는 학교생활에서 결코 없어선 안 될 부분이다. 학생회관식당에서 반가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을 먹는 시간은 오전에 쌓인 피로를 풀고 오후 수업을 준비하는 재충전의 시간이다. 또 나른한 오후, 강의를 앞두고 느티나무카페에서 마시는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은 밀려오던 졸음도 금세 달아나게 만든다. 이처럼 하루 일과 중 잠깐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학내 여러 편의시설은 학교 구성원들의 생활에 활력소가 된다. 아무리 교육과 연구가 대학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지만 이를 지원해주는 편의시설이 없으면 그 어떤 기능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여러 대학에서는 생활협동조합(생협)이 구성원의 후생복지 향상을 목표로 편의시설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생협의 가장 큰 특징은 조합원들이 주인이 돼 직접 운영하는 독립 기구라는 점이다. 서울대에서도 생협이 식당, 카페, 서점, 문구점, 복사실 등 대부분의 학내 편의시설을 운영한다. <서울대저널>에서는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서울대 생협)’의 정체성을 짚어보고, 서울대 생협이 충분히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들여다봤다.

자발적으로 결성된 비영리 공익 법인, 생협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한국대학생협연합회)’의 자료에 따르면 대학 생협은 ‘학교 구성원들이 대학 안에서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누리고 쾌적한 면학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한 협동의 단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대학 생협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상생, 협동, 복지’라는 세 가지 핵심 가치를 추구한다. 또한 대학 생협은 학교 구성원들의 주체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형성된 단체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모인 총회가 최고 의사결정권을 갖는다. 

  주식회사에서는 주주들이 출자액의 규모에 따라 서로 다른 수의 의결권을 갖는다. 반면 생협을 비롯한 협동조합에서는 조합원들이 얼마를 출자하든 정관이 정하는 최소 금액 이상이기만 하면 모두 같은 수의 의결권을 갖는다. 서울대 생협의 경우 조합원으로 가입하기 위한 최소 출자액을 만 원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조합원이기만 하면 만 원을 출자했든 십만 원을 출자했든 모두 총회에서 1인당 1표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 생협은 원칙적으로 영리를 좇지 않고 오로지 조합원, 넓게는 학교 구성원의 복지만을 추구하며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대학 생협의 역사는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학의 복지 환경에 협동조합 형태를 도입해 민주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자 ‘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건설준비위원회’가 발족했다. 그 이듬해 모든 대학 구성원이 참여하는 최초의 대학 생협으로 조선대 생협이 창립됐다. 1998년에는 소비자운동이 발전하고 신자유주의의 대안으로서 협동조합이 주목을 받으면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생협법)’이 제정됐다. 대학 생협의 법률적 기반이 만들어진 것이다. 1999년에는 숭실대학교에서 생협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대학 생협이 탄생했다. 그 이후 생협법 제정을 계기로 세종대, 인하대, 경북대 등에서 대학 생협이 잇따라 만들어졌다. 그리고 2011년에는 대학 생협의 설립과 운영을 지원하고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한국대학생협연합회가 창립됐다. 2012년을 기준으로 전국에 대학 생협은 총 29개가 있으며 전체 조합원 수는 111,000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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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협에서 직영하는 학생회관 식당 ⓒ김대현 사진기자

조금 ‘특이한’ 서울대 생협 

  법인으로서의 서울대 생협은 2000년에 세워졌지만 사실 그 모체는 1975년부터 존재했다. 당시 서울 각지에 흩어져 있던 단과대학들이 캠퍼스종합화 계획에 따라 현재의 관악캠퍼스로 이전하면서 ‘서울대학교 소비조합’이 설립됐다. 이후 1990년에는 조합이 보다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운영되도록 ‘서울대학교 생활복지조합’으로 개편됐다. 하지만 생활복지조합은 법률적인 근거가 없는 학교 내의 임의기구로 운영돼 조합의 역할과 지위가 애매했다. 그러다가 1998년에 생협법이 제정되고 2000년에 드디어 독립된 법인으로서의 지위를 갖는 서울대 생협이 창립됐다. 

  하지만 서울대 생협은 법적 지위는 얻었어도 아직은 독립성을 갖춘 채 완전히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라 부르기 어렵다.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임원 선출 방식을 들 수 있다. 현재 서울대 생협의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는 7명 이상 20명 이하로 구성되며 이사장과 부이사장 및 ‘당연직이사’가 각각 1명씩 있고, 집행이사를 포함한 기타교원이사가 5명 이하, 직원이사가 3명 이하, 학생이사가 6명 이하로 있다. 문제는 서울대 학생부처장이 맡고 있는 ‘당연직이사’뿐만이 아니라 이사장과 부이사장도 사실상 당연직으로 각각 부총장과 학생처장이 맡도록 정관에 규정돼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5명 이하의 기타교원이사를 포함하여 전체 이사 중 8명이 교원으로 구성된다. 2014년 12월을 기준으로 전체 조합원의 약 6%밖에 되지 않는 교원이 총 17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8석이나 차지하고 있는 기형적 구조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이나 학생 등 다른 조합원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뿐만 아니라 생협의 대표자가 선거를 통해 선출되지 않고 사실상 당연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자발적 협동의 단체인 생협의 민주적 운영을 저해할 수 있다.

  서울대 생협 학생이사 이동현(자유전공 13) 씨는 “이러한 이사 선임 방식은 서울대 생협의 조금 특이한 역사로부터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생협법이 생기기 전까지는 학내 임의기구로서 사실상 학교 행정 조직의 일부처럼 운영되던 역사의 잔재인 것이다. 서울대 생협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서울대학교 소비조합’이 ‘서울대학교 생활복지조합’으로 개편될 당시 ‘조합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정도의 학내 정서가 성숙돼있지 못했고, 법적 기반이 마련돼있지 못했기 때문에 1992년 정관 개정을 통해 이사장과 부이사장을 현행 방식과 같이 각각 부총장과 학생처장이 당연직으로 맡도록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동현 씨는 당연직이사 제도가 갖는 장단점이 있다고 말한다. 우선 장점으로는 생협과 학교 행정 조직 간의 소통이 원활해진다는 점이 있다. 학교 캠퍼스 내부를 사업 구역으로 하는 생협의 특성상 학교 행정 조직과의 긴밀한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이때 생협의 이사 중 일부가 학교의 보직 교수들로 구성된다면 불필요한 행정 소모를 줄이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 본부와 생협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를 때 문제가 발생한다. 이동현 씨는 그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작년에 있었던 관정관 편의시설과 관련된 논란이라고 설명한다. 학교는 ‘관정이종환교육재단(관정교육재단)’의 기부를 받아 도서관을 지으면서 관정교육재단의 요구에 따라 관정관 편의시설의 운영권을 일정 기간 동안 넘기기로 했다. 하지만 도서관 주변의 기존 업체와 업종이 겹치는 편의시설이 관정관에 들어오게 된다면 생협의 수익이 크게 하락할 것이 뻔했다. 이렇게 학교 본부의 결정과 생협의 이해가 배치되는 상황에서 본부 보직 교수들이 주요 임원을 맡고 있는 생협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동현 씨는 “구성원의 복지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생협 이사 중 한 명 정도는 본부 보직 교수가 당연직으로 맡을 수 있지만, 생협의 대표자인 이사장이 당연직으로 규정돼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생협의 이사장을 부총장이 당연직으로 맡도록 하는 정관에 대해 한국대학생협연합회 권종탁 사무국장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생협법에 이사장은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사 중에서 총회(혹은 대의원총회)에서 선출하도록 돼있다. 권 사무국장은 “이때 조합원들의 보통•평등•비밀•직접 선거를 통해 이사장을 선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한다. 설사 정관에 보직 교수가 당연직으로 이사장을 맡도록 규정돼있더라도 새로 보직을 맡은 교수를 이사장으로 선임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찬반 투표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현재 서울대 생협에서는 새로 취임한 부총장이 총회의 승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이사장으로 선임되고 있다.

  임원 선출 방식과 관련한 또 하나의 문제점은 학생이사가 되기 위해서는 학생처장의 추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대 생협에서는 집행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들은 각 구성원단위의 대표기구가 추천하여 총회의 승인을 받아 선임된다. 예를 들어 교원의 몫으로 돼있는 이사 5명 중 집행이사 2명을 제외한 3명은 교원대표기구인 교수협의회에서 추천하면 총회에서 찬반 투표를 거쳐 이사로 선임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교원이사나 직원이사와는 달리 학생이사만 두 단계의 추천 과정을 거치도록 돼있다. 학생대표기구인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학생위원회(학생위원회)’의 건의에 따라 학생처장이 추천해야만 총회에 선임안이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학생위원회가 추천한 명단에서 거의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지만, 이처럼 정관에 차별적 조항이 존재하는 한 학생조합원들의 선거권이 침해받을 가능성이 언제든 열려있다.

  김하늬(식품영양 11) 학생위원회 위원장은 “왜 이런 정관이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며 “작년부터 이 조항의 불합리성을 인식하고 정관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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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늬 생협 학생위원회 위원장이 서울대 생협의 의사결정구조에 대해 말하고 있다. ⓒ허상우 사진기자

조합원들의 대표는 누구?

  대학 생협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조합원들로 구성된 총회다. 하지만 수천 명에 달하는 모든 조합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보통은 대의원총회로 조합원총회를 갈음하고 있다. 서울대도 마찬가지로 1년에 한 번 3월에 열리는 대의원총회에서 임원의 변경이나 사업계획 및 예산안 승인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서울대 생협의 대의원 정수는 총 110명으로 교원 25명, 직원 25명, 학부생 30명, 대학원생 20명, 생협 직원 10명으로 구성된다. 이는 한 구성단위가 대의원 정수의 3분의 1을 넘지 않도록 각 구성단위의 조합원 수를 고려하여 배분된 인원이다. 대의원 선출은 이사를 선출할 때와 마찬가지로 각 구성단위의 대표기구에서 추천을 받는 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별도의 총회 승인 과정은 거치지 않는다. 대표기구에서 추천을 받은 명단이 그대로 대의원으로 확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의원이 조합원의 대표자로서 정당성을 갖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각 대표기구의 추천 과정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학부생 및 대학원생 대의원의 경우 학생 대표단위인 학생위원회에서 추천한다. 학생위원회는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학생조합원회(학생조합원회)’의 상설 집행기구로, 학생조합원회장이 학생위원회 위원장이 된다. 학생조합원회는 임원 선출에 있어 절차적 타당성과 민주성을 제고하고자 작년에 회칙을 전면 개정했다. 개정된 회칙에 따라 학생위원회에서 추천하는 학생대의원과 학생이사 후보자는 모두 학생조합원들의 보통•평등•비밀•직접선거로 선출된다. 

  사실 작년에 회칙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임원 선출과정이 불투명했다. 대의원이나 이사의 추천이 선거를 거치지도 않은 채 학생위원회 내부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것이다. 회칙 개정 이전에 학생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A씨는 “임원을 뽑을 때 학생위원회 위원들이 아는 사람들 위주로 적당히 추천했다”며 절차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학생위원회 위원장도 원칙적으로는 선거를 통해 뽑아야 하지만 작년까지는 계속 단일후보가 출마해 선거를 거치지 않은 채 당선됐다. 회칙이 개정되면서 이제는 단일후보가 나와도 반드시 찬반투표를 거쳐야만 한다. 김하늬 학생위원회 위원장은 “학생대표기구 운영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좋은 방향으로 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임원 추천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학생대표기구와는 달리 교원대표기구와 직원대표기구에서는 아직도 이사 및 대의원 추천을 위한 선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본부 인사교육과의 유경하 팀장은 “생협에서 직원대의원을 추천해달라는 공문이 오면 본부 사무국에서 조합원으로 가입한 직원 중에서 직급과 부서를 고려해 균형 있게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선출된 직원대의원은 일반적으로 퇴직과 같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계속 연임한다. 이사의 경우 관례적으로 인사교육과장, 시설지원과장, 노조위원장을 추천하고 있다. 교원대표기구인 교수협의회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대의원 및 이사 추천이 이뤄진다. 

  하지만 이와 같은 대의원 선출 방식은 법에 저촉된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시행령’에서 ‘대의원은 조합원의 선거를 통하여 선출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서울대 생협에서는 올해 3월에 열린 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 선출규약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각 대표기구의 추천을 받은 대의원후보에 대해 조합원이 전자투표를 실시해 과반수의 찬성표를 얻은 후보가 대의원으로 선출된다. 이렇게 되면 각 대표기구가 선거를 거치지 않고 대의원후보를 추천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투명성과 합리성만 보장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대의원총회 도중 많은 대의원들이 빠져나가면서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아 표결에 부쳐지지 못했다.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생협 운영을 위해

  국제협동조합연맹이 1995년 발표한 협동조합의 7대 원칙 중 하나는 ‘교육, 훈련 및 정보 제공’이다.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자각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고, 지역 사회에 협동의 가치를 알리며 전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대학생협연합회의 정선교 씨는 “서울대 생협도 협동조합 본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교육과 홍보를 담당하는 별도의 조직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이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협 사무국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화여자대학교 생협에서는 신규 조합원들이 생협의 가치와 활동에 대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으며, 경희대학교 생협에서는 조합원들과 사무국 직원들 간의 식사 및 간식 시간을 갖고 있다. 

  학교 구성원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하게끔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소비자가 직접 운영에 참여한다는 생협 본래의 가치가 무색해지지 않으려면 구성원 중 조합원의 비율이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하늬 학생위원회 위원장은 “올해 학생위원회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안은 생협의 홍보”라며 “조합원들을 위한 직접적인 혜택을 늘리는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력을 바탕으로 서울대 생협이 ‘상생, 협동, 복지’라는 근본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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