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갑자기 들려온 시흥캠퍼스 추진 소식은 학내를 들끓게 했다. 시흥캠퍼스 학생대책위원회가 결성돼 총력투쟁에 나섰고, 본부 앞 천막 시위도 진행됐다. 수차례 충돌 끝에 시흥캠퍼스 관련 논의는 ‘협상국면’에 접어들었다. 그간 본부와 학생 사이에 어떤 논의들이 진행돼 왔는지 정리해봤다.
3개 회의체와 학생참여 문제
추진과정의 비민주성은 시흥캠퍼스 계획이 비판을 받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이에 학교 측은 올해 초 학생들이 참여하는 협의기구 구성에 동의했다. 그 결과 ‘시흥캠퍼스 기숙사프로그램위원회(기숙사프로그램위원회)’, 교육위원회, 그리고 대화협의회가 현재 운영 중이다. 기숙사프로그램위원회는 시흥캠퍼스 신축기숙사의 운영방안을 다루며, 교육위원회는 시흥캠퍼스의 교육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회의기구다. 대화협의회는 앞선 두 회의체에서 올라온 주요 안건 및 기타 사안들을 심의하고 자문한다.
기숙사프로그램위원회 위원은 총 11명으로, 대학원생 대표와 학부생 대표 한 명씩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은 모두 교수들이다. 위원이 15명인 대화협의회에도 대학원생 대표와 학부생 대표는 각각 한 명이다. 두 회의체 모두 학생위원이 수적 열세에 놓인 구조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 주관 시흥캠퍼스 신축기숙사 TF ‘세움단’ 김예나(국문 10) 단장은 “학생참여가 제한돼 있지만, 학생위원이 제시한 합리적인 의견은 위원회에서 수용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교육위원회에는 현재 학생위원이 없다. 김 씨는 “학생들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교육 문제에 학생들이 소외되는 것은 분명 잘못됐다”며 학교 측에 학생참여 보장을 촉구할 계획임을 밝혔다.
세움단의 활동
세움단은 제56대 총학생회에서 시흥캠퍼스 신축기숙사를 연구할 목적으로 창설한 특별위원회다. 지난 9월 총학생회장단 사퇴에 따라 해산됐던 세움단은 연구의 중요성과 연속성을 고려해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연석회의) 체제 하에서 재건됐다. 활동인원은 단장 김예나 씨를 비롯한 5명이며, 그 중 한 명은 기숙사프로그램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 중이다.
시흥캠퍼스 기숙사 관련 연구용역보고서 작성과 대 본부 회의자료 아카이빙 등은 현재 세움단에서 실시 중인 활동들이다. 세움단 측은 “학생 시각이 반영된 연구물을 작성하고, 시흥캠퍼스 대응활동의 연속성을 보장하고자 한다”며 활동 취지를 밝혔다. 이 외에 세움단은 지난 여름 시흥캠퍼스 부지와 연세대학교 송도국제캠퍼스를 방문하기도 했다.
세움단은 본부와의 협상과정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김예나 씨는 “시흥캠퍼스 기숙사 운영은 학생들의 선택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세움단의 의견이 기숙사프로그램위원회에서 받아들여졌다”며 성과를 설명했다.
RC 계획은 어떻게 됐나
시흥캠퍼스 추진 사실이 알려진 후 학생들은 RC(Residential College: 의무 기숙형 프로그램)에 큰 우려를 표했다. RC로 인해 관악캠퍼스와 시흥캠퍼스 학생들 간의 단절이 생길 경우 학생자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세움단 김예나 단장에 따르면 현재 시흥캠퍼스 기숙사 운영에 있어 ‘의무·강제’ 요소는 제외됐다. 기획과 역시 “특정 대학, 특정 학부의 이전이 전제된 RC는 실시하지 않기로 기숙사프로그램위원회에서 논의됐다”고 밝혔다.
현재 기숙사프로그램위원회는 참여여부를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일반 기숙형 전인교육형 국제형 중 하나를 신축기숙사 운영방안으로 채택할 계획이다. 하지만 선택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관악-시흥캠퍼스 간 통학 문제를 비롯한 여러 문제들은 여전히 미해결로 남아있다. 더구나 기획과는 “‘전인교육형(상주교수와 함께 다양한 교육을 선택해 수강하는 기숙사)’이 채택되면 시흥캠퍼스 사생들은 의무적으로 전인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학생사회의 단절은 불가피하며, 상주교수 선정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 일련의 문제들은 아직 “다양한 방향으로 해결방안을 검토 중”인 상태다.
설문조사를 둘러싼 대립
학기 초 서울대학교 포털 ‘mySNU’에서는 시흥캠퍼스 신축기숙사와 관련한 학생설문조사가 실시됐다. 세움단이 제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에는 약 1만 4천 명(전체 학생의 약 40%)의 학생들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본부는 설문조사 원자료(raw data)를 연석회의와 공유하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학생 측과 마찰을 빚고 있다.
본부 기획과는 “이번 설문조사는 기숙사프로그램위원회 주관으로 실시된 것이기 때문에 원자료 역시 위원회 차원에서 활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획과는 “결과를 분석·연구하는 과정에 학생참여를 보장할 계획”이며, “그럼에도 연석회의나 세움단 측에서 결과를 별도로 분석한다면 기숙사프로그램위원회가 설문조사를 주관한 의미가 없게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예나 씨는 “설문조사는 제56대 총학생회 당시 기숙사프로그램위원회와 세움단 공동으로 실시한 것”이며 “당시 총학생회는 문항 설계를 비롯한 설문조사 실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현 연석회의는 전 총학생회로부터 원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양도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씨는 “‘서울대학교 연구윤리 지침’에 따르면 공동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물은 참여자에게 그 결과가 귀속되며, 원자료는 다른 연구자가 동일한 조건 하에서 동일한 결과를 재현할 수 있도록 공개돼야한다”며 원자료 공개의 윤리적 정당성을 설명했다.

시흥시청 홈페이지에 게시된 홍보 자료. 현재 시흥시는 시흥캠퍼스의 구체적인 방향이 설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밋빛 미래만을 제시하고 있다. ⓒ 시흥시청 홈페이지
시흥캠퍼스의 방향은?
11월에 체결 예정이었던 실시협약은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학교 측은 “학내외 구성원 간에 충분한 의견조율이 이뤄져야 한다”며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시흥캠퍼스 추진의 방향성은 여전히 모호하다. 사업 주체인 서울대학교와 시흥시 간에도 의견이 불일치한다. 새누리당 소속 함진규 시흥시의원은 “서울대의 말과 시흥시의 말이 서로 다르다”며 “시흥캠퍼스와 관련해 정확히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본부 기획과는 “현재 다각적인 검토를 진행 중이며, 학내외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한편 세움단 김예나 단장은 “‘학생주거권 향상’을 시흥캠퍼스 목표로 재정립할 것을 학교 측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 명확한 그림이 제시되지 않은 시흥캠퍼스 논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