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은 시간임에도 많은 시민들이 심야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2013년 4월 19일, 서울시가 밤 12시부터 새벽 5시까지 운행하는 심야버스를 도입했다. 현재 서울시는 서울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N26번과 남북을 가로지르는 N37번의 두 개 노선을 확정하고 시범운행을 실시하고 있다. 시범운행 중인 심야버스의 요금은 1,050원(카드 기준)으로 결정됐고, 시범운행을 마치고 본격적인 운영이 이루어지면 탑승할 때마다 1,850원(카드 기준)의 요금이 징수된다. 늦게 귀가하는 학생과 직장인, 새벽이 주요 업무시간인 대리운전기사 등 여러 시민들이 서울시나 박원순 시장의 SNS에 새벽에도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의 필요성을 건의했고, 서울시는 이 주장을 받아들여 심야버스 정책을 시행했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버스정책과 이종운 씨는 “서울의 경제 활동은 24시간 지속되고, 심야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늦은 시간에도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을 만들게 됐다”며 정책을 시행하는 이유를 밝혔다. 심야버스 사업은 2,396명의 시민과 1,179명의 공무원이 참여한 ‘올 상반기 서울시 10대 뉴스’에서2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나듯 대부분의 시민들은 야간에도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을 환영하는 눈치다. 그러나 심야버스를 운행하는 기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시민들의 편의에 가려졌다.
노동 강도에 비해 적은 임금, 주간운행 시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현재 심야버스의 운행은 주간 버스가 끊기는 시간인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이뤄진다. 심야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들은 하루 네 시간씩 노선을 운행한다. 하루 여덟 시간씩 버스를 운행하는 주간버스 기사들과 비교했을 때, 노동시간은 절반 정도다. 줄어든 근무시간 때문에 심야버스 기사들의 월급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N26번 운전기사 A씨는 “현재 주간버스 운전기사들과 같은 시급에 이것의 50%만큼의 야근수당을 받고 있지만, 줄어든 운행 시간으로 인해 월급이 너무 많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주간버스를 운행했으면 최대 230~240만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는데 심야버스를 운행한 이후 126~136만원의 월급 정도를 받고 있다”며 심야버스를 운행한 이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털어 놨다. 그는 “처음에 심야버스 기사를 자원한 것은 회사 측이 주간버스 기사들과 비슷한 180만원의 월급을 제시했기 때문이지만, 8월에서야 현 월급에 40만원을 더 주기로 해 지금은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심야버스 기사들은 야근 수당 50%를 추가로 받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노동 강도가 세다. N26번의 경우 한 번에 69.06km를 운행하고, N37번의 경우 한 번에 70.64km를 운행한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5516번(한 번에 16.34km 운행), 5513번(한 번에 14.64km 운행)이나 비교적 운행거리가 긴 간선버스인 301번(한 번에 47.04km 운행), 143번(한 번에 58.32km 운행) 등 대부분의 시내버스에 비해 심야버스는 운행거리가 길다. 주간의 많은 교통량을 고려하더라도 심야버스 기사들은 한 번 운전할 때마다 주간 기사들에 비해 긴 거리를 운전하는 것이다. 한 번에 긴 거리를 운행하기 때문에 운전석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다. 그 때문에 주간버스 기사들보다 화장실을 가기나 휴식을 취하기도 어렵다. 노선에 따라 운행거리에 차이가 있지만, 그럼에도 심야버스 운전기사들은 주간버스 운전기사들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임금을 받고 있다. 심야버스 운전기사들은 노동 강도에 비해 적당한 보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수월한 야간운전? 높은 집중력이 필요한 노동 환경
야간운전은 주간운전과는 또다른 위험요소들이 존재한다. 기사 A씨는 “주간에는 차가 막혀 빠른 속도로 운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해도 크게 발생하지 않지만, 야간에는 사고가 크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주간 운전보다 더 집중 해서 운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야간에 취객들의 무단횡단이나 택시나 오토바이의 끼어들기 등이 빈번하다며 위험성을 강조했다. 그는 게다가 밤이라 가시거리가 주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므로 더 위험하다”며 아간운정전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 외에도 버스에 탄 취객들도 기사들에게 골칫거리다. 기사 A씨는 “차고지에서 잠든 취객을 깨우려고 했을 때, 취객이 가지고 있던 우산을 휘둘렀다”고 위험한 순간을 떠올렸다.

심야버스는 서울이 잠든 시간에도 운행중이다.
야간 운행, 기사들의 생체리듬에 지장을 줘
사람들이 잠든 새벽, N26번이 들어오는 강서공영차고지에는 심야버스를 운행하는 기사들이 불을 밝히고 있다. 회차를 위해서 차고지에 들어온 버스기사들은 모두가 큰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차고지에 들어오는 기사들은 모두 잠을 쫓기 위해 커피를 마시거나 밖에서 산책을 했다. 기사 B씨는 “신체 리듬이 깨져 피로감을 더 크게 느끼고, 세 달째 운행을 하고 있지만 몸이 적응을 못 한다”며 체력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기사 A씨는 “비교적 젊은 자신의 경우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나이가 많으신 기사들의 경우 체력적인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며 “대부분의 기사들
이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느껴 낮에 운동을 한다”고 했다. 또한 기사들은 야간 근무로 인해 잠을 자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밤낮이 바뀌면서 수면시간에 급격한 변화가 생겼고, 주로 잠을 자고 있는 시간이 아침~낮이기 때문에 주변 소음의 방해로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깨는 경우가 많다. 기사 A씨는 “주변이 시끄러워 열두시쯤에 잠을 깨면 대개 방안에 누워서 TV를 시청하고, 방에서 오랫동안 휴식을 취하고 나서야 낮에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기사들은 숙면을 취하지 못한 상태에서 근무를 하기 때문에 피로가 누적돼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었다.
2007년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가 야간 노동을 2급 발암 물질로 규정했을 만큼 야근은 건강에 해롭다. 그러나 N26번을 운행하는 M운수회사는 기사들을 모집하면서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A씨는 “회사가 심야버스 기사를 모집하면서 이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고, 야근이 건강에 해로우리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M운수회사는 심야버스를 운행하는 업체로서 노동자들에게 업무의 위험성을 알려야 할 윤리적 책임을 회피한 것이다.
기사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적절한 처우를 받을 수 있는 심야버스가 돼야
서울시의 심야버스 정책은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명분으로 기사들의 심야 노동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야근이나 특근을 직원들에게 강요하는 기업들의 태도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심야버스 기사들이 높은 노동 강도와 건강의 위협을 무릅쓰고 근무하고 있음에도 적절한 보수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는 오는 12일부터 야간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선정해 심야버스 노선을 9개로 확대하는 정책 시행을 발표했다. 서울시가 이번에는 심야버스 운전기사들에게 업무강도에 합당한 처우를 제시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객 감동의 서비스 속에 심야버스 기사들의 고충은 가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