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 모두 음란성이 문제인 뫼비우스의 띠?

ⓒ김기덕 필름 논란 끝에 국내 개봉을 하게 된 영화 ‘뫼비우스’ 지난 6월 3일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가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에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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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필름

논란 끝에 국내 개봉을 하게 된 영화 ‘뫼비우스’

지난 6월 3일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가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에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영등위는 제한상영가 등급을 ‘선정성·폭력성·사회적 행위 등의 표현이 과도하여 인간의 보편적 존엄, 사회적 가치, 선량한 풍속 또는 국민정서를 현저하게 해할 우려가 있어 상영 및 광고·선전에 있어 일정한 제한이 필요한 영화(단, ‘초·중등교육법’ 제2조의 규정에 따른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관람불가)’로 규정하고 있다. 영등위는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에 모자 간 성관계 장면이 포함되어 ‘선량한 풍속’이나 ‘국민정서’를 해칠 염려 때문에 이런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는 제한상영등급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영화관이 없기 때문에 이런 판정은 사실상의 상영 금지 처분이다. 김기덕 감독은 뫼비우스의 국내 상영을 위해서 영등위가 지적한 장면들을 삭제하고 재심의를 요청했으나 다시 제한상영 처분이 내려졌다. 그럼에도 국내 상영을 포기할 수 없었던 김기덕 감독은 2분 30초가량의 장면을 삭제하고서야 ‘뫼비우스’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이에 대해 “영화의 ‘심장’과 같은 부분을 잘라내서 아쉽다”면서 영등위에 대한 언짢은 심정을 드러냈다.

명확하지 않은 판단 기준, 자의적 판단의 가능성

제한상영가 등급은 2008년 7월 31일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다. 당시에 제한상영가 등급은 ‘상영 및 광고, 선전에 있어서 일정한 제한이 필요한 영화에 내려진다’고 명시돼있어 법률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결정이었다. 현재 영등위는 제한상영가 등급의 규정을 바꿨으나 여전히 명확성 원칙을 충족하지 못한다. 선량한 풍속이나 국민 정서 등의 기준들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서 법률이라 하기에는 애매모호하다. 이렇게 판정 기준이 객관적이지 않을 경우 전문위원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영상물에 매겨지는 등급이 달라질 수 있다. 그뿐 아니라, 극단적으로는 심사를 부탁한 사람과의 개인적인 관계에 따라서 영상물의 등급이 변할 수도 있다. 특히나, 국내에 전용 상영관이 없으므로 ‘뫼비우스’에 내려진 제한상영 등급은 영상물의 국내 상영을 막는 부당한 검열 수단이 될 가능성도 있다.

선량한 풍속, 유난히 성(性)스러운 풍속?

우리는 수많은 영화에서 폭행, 살인, 사기 등 범죄를 묘사한 장면들을 본다. 우리가 가장 극악한 범죄 중 하나로 생각하는 살인의 경우 영화에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얼마 전 필자가 봤던 ‘감시자들’의 경우 구체적인 폭행 및 살인 장면이 등장하고 있음에도 15세 등급 판정을 받았다. 해외영화인 ‘쏘우’ 시리즈의 경우에도 엽기적인 살인 장면이 빈번히 등장할 뿐 아니라, 장면에 대한 묘사가 구체적이고 잔인하지만 매 시리즈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반면 뫼비우스는 모자 간 성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 때문에 제한 상영가 처분을 받았다. 영상물에서 선량한 풍속을 지켜야 했다면 살인 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감시자들’, ‘쏘우’시리즈의 경우도 똑같이 제한상영 처분을 받았어야 할 것이다. 유독 성과 관련된 장면에서 사회적으로 바른 선, 풍습 등을 엄격히 따지고, 살인 장면이 등장하는 경우에는 관대한 판정을 내리는 영등위는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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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은 여전히 조선시대와 같이 숨겨야 하는 대상인가

성 담론이 부족한 한국, 이대로는 ‘뫼비우스’ 사태는 계속 이어질 것

이번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영화 ‘뫼비우스’에 근친상간 장면이 등장해서 제한상영 처분을 받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금기라고 할 수 있는 근친상간 장면은 영화를 보는 일부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들게 하고, 사람들의 성 윤리에 혼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본질은 유난히 성에 대해 부끄럽고 숨기려 하는 우리의 태도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학교 다닐 때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아보거나, 어른들과 혹은 친구들과 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본 경험이 거의 없다. 우리 사회는 성에 대한 논의는 찾기 어렵고, 아는 사람들끼리의 시시껄렁한 성적 농담이 성에 대한 이야기의 대부분인 것 같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성적 묘사를 음란함과 연결짓게 되고, 노골적인 성적 묘사는 모두 사회적 규범에 반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인지는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국내에서 제한상영 판정을 받은 영화 목록의 대부분은 노골적인 성적묘사가 담겨있는 영화들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계속해서 ‘뫼비우스’ 논란과 같은 일이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성에 대한 논의가 양지에서도 이뤄지고, 활발해지는 것 같다. 과거에는 부모와 자식이 청소년기의 자위를 비롯한 성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서로 부끄러워하고 숨기려고 했었다. 반면, 요즘은 예능프로그램에서 부모가 자식의 성생활을 이야기 소재로 삼는 일이 등장하는 등 점점 성에 대한 이야기 자체를 공공적인 장소에서 말하는 것을 완전한 금기로 삼지는 않는 것 같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점점 성에 대한 담론을 넓혀가야 할 것이다. 사회적분위기가 성에 대한 직접적 묘사를 음란하다고만 여기지 않는다면 ‘뫼비우스’ 사태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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