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만 촛불, 미완의 집회

6월 5일, 수백명의 학생들이 모여 동맹휴업 선언을 기다리고 있다.2003년 4월 2일, 오랜만에 아크로는 인파로 북적였다.총투표 결과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동맹휴업이 성사됐기 때문이다.그리고 2008년 6월 5일, 다시 한 번 관악이 들썩였다.속속들이 모여드는 학생들은 한 손에 ‘협상 무효 고시 철회’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다른 한 손에는 동맹휴업을 상징하는 노란 손수건을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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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 수백명의 학생들이 모여 동맹휴업 선언을 기다리고 있다.

2003년 4월 2일, 오랜만에 아크로는 인파로 북적였다. 총투표 결과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동맹휴업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8년 6월 5일, 다시 한 번 관악이 들썩였다. 속속들이 모여드는 학생들은 한 손에 ‘협상 무효 고시 철회’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다른 한 손에는 동맹휴업을 상징하는 노란 손수건을 들고 있었다. 이 날 1500여 명(총학생회 추산)이 참여한 집회는 평화롭게 마무리됐지만, 모든 단위들이 촛불집회에 바라는 상이 같을 수는 없었다. 은 6월 5일부터 7월 5일까지 한 달간 스누라이프(http://www.snulife.com) 게시판을 뜨겁게 달군 촛불집회의 논란거리들을 정리했다.5위. 이장무 총장·이정재 학생처장 집회현장 방문지난 6월 5일, 동맹휴업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한 은 인터넷판에 ‘12시 30분 현재(6월 6일), 이장무 총장과 이정재 학생처장이 서대문 집회 현장에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는 내용의 속보를 띄웠다. 실제로 당시 현장에 있었던 정운형(경제 07) 씨는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총장과 학생처장이 학생들의 해산을 권유하기 위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을 전한 바 있다. 박진혁(경제 05) 부총학생회장도 “학생들의 안전을 걱정해서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당시 상황을 알렸다. 인터넷판 기사가 보도되자 누리꾼들은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필명 ‘MBCBA’ 씨는 ‘해산 권유할 시간 있으면 경찰청에 전화 한 통 걸어서 ‘우리 학생들 다치지 않게 해 주세요’라는 말이나 할 것’이라며 ‘구관이 명관’이라는 비유를 사용해 날을 세워 비판했다. 필명 ‘MoEHRD’ 씨는 ‘자발적인 집회 참여를 총장과 학생처장이 말리는 풍경이 마치 고등학교 같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비쳤다.이런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 이정재 학생처장은 “당시 촛불집회는 말이 좋아서 민의지, 무질서한 것이었다. 4·19와 5·18에서처럼 학생들이 희생될까 우려돼 나갔다”며 응수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집회 자체는 집시법을 위반한 것이었지만 학생들이 온건하게 의사를 표출하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4위. “떡볶이를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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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들이 “떡볶이가 먹고 싶다”를 외치는 학생 행렬을 격려하고 있다.

학생들이 동맹휴업을 결의하고 광화문 집회 현장으로 이동하던 중에도 큰 논란을 빚은 사건이 있었다. 사전에 계획된 바 없이 관악구청 앞에서 노점상 철거를 비판하는 구호가 외쳐졌기 때문이다. 당시 대다수 학생들은 서울대입구역으로 들어가면서 영문도 모른 채 ‘떡볶이를 먹고 싶다’ 등의 구호를 연달아 외쳤고, 지하철역 출구 앞의 노점상들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집회 다음날인 6월 6일, 스누라이프 게시판에는 ‘합의되지 않은 구호를 외치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다’는 내용의 글이 우후죽순으로 게시됐다. 이에 공감하는 누리꾼들도 ‘이용당했다’는 분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것은 노점상 구호를 선창한 인문대 학생회장 미경(인문 05) 씨에게 비난의 화살로 이어졌다.미경 씨는 다소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관악구청 앞에서 집결할 것이라는 내용은 총학생회(총학)로부터 전달받지 못했다”며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노점상을 옹호하는 구호가 외쳐졌고 공교롭게도 그 때 확성기를 들고 있던 것이 화근”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에 덧붙여 “원래 동맹휴업 때 노점상 문제를 다룰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총운위에서 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점상들을 아크로에 초청하는 계획이 무산돼 관악구청에서 짤막하게나마 노점상황을 전달하려는 줄 알았다”고 내막을 털어놨다. 임대환(사회 03) 사회대 학생회장도 “행진 경로를 총운위에서 공유하기로 했지만 충분히 전달받지 못해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미경 씨의 발언을 뒷받침했다.한편 총학은 이에 대해 “노점상 문제에 관한 구호는 계획에 없었으므로 총학과는 무관하다”고 일축한 데 이어 “관악구청에서 모인 것은 예상 외로 많은 학생들이 참여해 교통 혼잡이 우려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3위. 우리들만의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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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휴업 선언 후, 학생들이 줄을 지어 서울대입구역으로 행진하고 있다.

서울대 총학 깃발을 앞세워 참여한 촛불집회에서 과연 학생들이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많이 제기됐다. 사려 깊지 않은 행동 하나하나가 집회에 참여한 다른 시민들에게 서울대생들이 배타적이라는 인상을 심었다는 것이다. 필명 ‘물방개’ 씨는 ‘광화문에서부터 확성기로 구호를 선창하는 등 서울대생들이 시민들과 융화되지 못하고 겉도는 모습을 보였다’며 못내 아쉬움을 드러냈다. 확성기 사용이 자칫 시민들을 선동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걱정도 덧붙였다.한편 전경 버스에 막혀 세종로에서 시위 행렬이 정체했을 때에도 술을 마시고 마임을 추는 등 지나치게 오락 위주의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그치지 않는다. 필명 ‘쪼꼬렛♡’ 씨는 ‘이로 인해 애꿎은 시민들은 문화제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낳았다’며 ‘촛불집회는 집회가 아니라 알맹이가 빠져 껍데기뿐인 축제였고, 진지한 고민도 보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결과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임대환 씨는 “시민들과 어울려 함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집회에 참여한 서울대 학생들이 꽤 많았던 만큼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것이 우선이었다”고 밝혔다. 질서 유지를 위해 확성기 사용이 불가피했다는 말이다. 필명을 숨긴 어느 누리꾼은 ‘시위가 꼭 비장하고 엄숙해야 할 필요는 없다’며 ‘진지함에 매몰되기보다는 생활 속의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2위. 김기현 국회의원 강연회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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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출입구를 봉쇄해 김기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강연장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다.

한편 총학이 7월 초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공동대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김기현 한나라당 국회의원,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을 초청해 강연회를 개최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빚어졌다. 이것이 총운위의 논의를 거치지 않고 집행부의 재량으로 결정됐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은 총학이 촛불집회 참여 중단을 선언한 이후에 벌어져 학생들의 반발이 더욱 심했다. 일부 학내 단체가 물리력을 동원해 김기현 의원의 건물 출입을 막는 해프닝이 일어나 갈등이 고조되기도 했다.총학은 문제의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강연회를 기획한 것 자체가 “총투표로 결정된 광범위한 활동들을 진행해 가는 과정의 일환”이었기 때문이다. 의견 수렴이 되지 않아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신, 5대 의제에 관한 학내 여론을 환기시키고자 계획된 행사라는 것이다. 절차에 있어서도 “모든 사업을 총운위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관례적으로 총학 공약사업들은 집행부 차원에서 재량대로 진행되기에 하자가 없다”고 밝혔다.하지만 김기현 의원의 강연회를 물리적으로 저지했던 학내 정치단체는 이와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광우병 서울대 대책위 위원장을 겸하는 임대환 씨는 ‘명사초청강연회’가 총투표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초청한 것 자체가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적 분노의 책임이 여당에도 있는 바, 강연보다는 사과가 우선이었어야 한다는 것이다.오히려 강연회를 물리적으로 저지하기보다는 폭넓은 포용력을 발휘해 질의·응답 시간에 토론을 벌이는 것이 나았으리라는 의견도 있다. 임대환 씨도 이 의견에 어느 정도 수긍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강연회라는 성격 자체가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임을 한계로 지적했다.1위. 6월 19일 총학, ‘5대 쟁점 다루면 참여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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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열 총학생회장이 동맹휴업 선언을 하고 있다.

스누라이프 게시판을 총성 없는 전쟁터로 만든 이슈다. 전창열 총학생회장이 지난 6월 19일, 외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총학 이름으로 활동하도록 학생들이 인준해 준 사안이 미국산 쇠고기 문제인 만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제시한 5대 쟁점에 대해 동참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누리꾼들은 ‘5대 이슈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애초부터 높았다’며 반발했다. 필명 ‘그게..’ 씨는 ‘당신들이 진정 그토록 외쳐대는 절차적 민주주의에 근거한다면 지금 당신들의 입장표명 역시 학우들에게 의견을 물었어야 합니다. 학우들에게는 당신들의 입장표명이 아주 당혹스러운 정치행위니까요’라고 서술해 학생들의 여론을 볼모로 삼는 총학을 비꼬았다.이에 총학은 “6월 19일 이전에는 ‘미국산 쇠고기’만을 다루는 집회에 참여했으며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고 답변했다. 총투표로 의결된 사안이 ‘미국산 쇠고기’이니만큼 합의되지 않은 정치 사안에 대해 섣불리 총학의 이름으로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다만 “외부언론이 총학의 의견을 선정적으로 보도해 불필요한 오해가 생겼다”고 강조했다.나아가 총학은 “(학생사회의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총운위에서 5대 의제 관련 논의를 위해 전학대회를 개최하자는 안도 나왔지만 만장일치가 안돼 부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임대환 씨는 “사실상 모든 계획이 백지화됐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총학 깃발을 빌려달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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