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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마르크스경제학의 ‘대부’ 김수행 전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성공회대 석좌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는 마르크스경제학이 현재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다. |
1980년 이후의 자본주의 사회를 흔히들 ‘신자유주의’ 사회라고 명명한다. 이 명명이 올바르기 위해서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와 이데올로기 영역에서도 신자유주의가 지배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 세계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신자유주의가 주도한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이 책은 1980년 이후 자본주의 선진국들 중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에서만 신자유주의가 지배했는데, 이들 나라는 소득불평등, 빈곤율 등에서 여타의 선진국들보다 훨씬 나쁜 결과를 보일 뿐 아니라 경제성장률에서도 더 높지 않다는 것을 통계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빈익빈부익부가 노동 의욕을 자극해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무당경제학(voodoo economics)’은 신자유주의 경제를 개척한 레이건 정권에서마저도 아무도 믿지 않았고, 통계상으로 실증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글린은 부유한 집에서 1943년에 태어나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정치학을 공부하고 재무부에서 일하다가 코퍼스크리스티대학에서 교수생활을 했다. 나는 그가 암스트롱, 해리슨과 함께 쓴 를 번역한 바 있다. 이 책이 1945년부터 1980년까지의 세계경제를 다뤘고, 가 1980년부터 2006년까지의 세계경제를 다룬 책이다. 글린은 통계학자이기도 해서 자기의 주장을 통계로 뒷받침함으로써 책을 읽는 독자들의 의심을 상당히 줄여주고 있다. 그는 뇌종양으로 인해 2007년 12월 64세를 일기로 갑자기 죽었는데,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 2008년 1월 옥스퍼드의 코퍼스크리스티대학 채플에서 거행된 장례식에 나도 참석했다. 글린은 내가 런던에 처음 도착한 1972년에 서트클리프와 함께 이라는 펭귄 문고판을 써서 좌파 진영 내부에 큰 논쟁을 일으키고 있었다. 주장의 핵심은 간단 명료했다. “영국에서는 노동조합의 힘이 강력해 임금수준이 너무나 빨리 상승하기 때문에, 자본의 이윤율이 낮아지고 따라서 투자가 부족해져서 경제가 장기적으로 쇠퇴하고 있다. 또한 세계시장에서는 국제경쟁이 너무나 치열해서, 영국의 생산자들이 가격을 올려 임금상승분을 외국의 구매자에게 이전시킴으로써 이윤율을 유지할 수도 없다”는 전형적인 부르주아 경제학자의 주장이었다. 당연히 마르크스주의자들의 공격을 받았다. “그렇다면 모든 책임이 노동조합에 있단 말인가? 이윤율의 저하는 임금인상에 의한 잉여가치율의 저하뿐 아니라 기계화 등 자본구성의 상승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이런 공방은 가 출간된 이후에도 재연됐다. 그런데 이런 논쟁에서 글린의 최후의 피난처는 다음과 같은 반격이었다. “자본주의체제에서는 노동자계급의 세력이 강해지면 경제가 불황에 빠지고 실업자가 늘어나는 것을 피할 수 없으며, 이런 메커니즘을 폐기하려면 자본주의체제를 타도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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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에서는 글린은 종전의 자기 견해를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1980년 이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추진한 선진국들에서는 노동조합의 힘이 크게 약화됐는데도 불구하고 경제는 호황을 구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동조합의 세력이 여전히 상당히 강력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나라들이 경제성장과 안정, 그리고 소득불평등과 빈곤율의 정도에서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의 나라들보다 훨씬 더 나은 실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결국 노동조합의 세력과 경제적 번영 사이의 상관관계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글린은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의 모순들을 자세하게 분석하고 있다. “노동의 유연성은 경영자들의 권력을 강화하고 임금수준을 저하시켰지만 경제성장률에는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다. ‘공기업의 민영화’는 실업자를 양산했지만 노동생산성의 향상이나 투자의 증가에는 기여하지 못했다.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강화돼 중간층 이하의 계층이 가계부채를 증가시켜 소비수준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경제의 불안정성이 심화됐다. 각종 펀드를 포함한 금융기관이 무한경쟁 속에서 더욱 위험하지만 수익성이 더 높은 금융상품에 투자함으로써 언제 금융위기가 발발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기관투자자들이 산업기업의 대주주로 등장해 산업기업의 경영자에게 스톡옵션을 제공하면서 주주자본주의를 강화하게 함으로써, 산업기업은 주가를 상승시키기 위해 단기적인 수익성에 몰두할 뿐 아니라 회계를 조작할 수밖에 없는 궁지에 몰리게 됐다. 선진국들이 중국과 인도에 대규모로 투자함으로써, 선진국 중심의 세계경제가 점점 더 큰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 앞으로 세계경제는 위험한 금융상품들의 가치 폭락이나 미국 달러의 가치 폭락 등에 의해 금융공황에 직면함으로써 해체될 위기에 빠져 있다.”끝으로 이 책은 지금의 생산능력은 모든 사람들을 잘 살 수 있게 할 정도로 충분히 발달했으므로, 유권자들은 평등주의와 연대주의를 강조하는 정치세력에게 투표함으로써 고삐 풀린 자본주의를 중단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