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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골에서 공과대학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소나무숲을 주위에 두르고 오롯이 서 있는 조그만 식당이 있다. 바로 서울대보다 나이가 많다는 ‘솔밭식당’. 1968년 관악골프장 개장 당시 ‘관악식당’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이곳은, 서울대학교 건설 당시에도 인부들의 식사를 맡으면서 현재까지 40년의 세월을 이어왔다. “대학교 공사한다고 공사 동안만 인부들 밥 좀 해달라고 해서 못 떠나고 있었지. 그땐 공사가 1년, 2년이면 끝날 줄 알았어. 7년이나 할 줄 알았나.” 7년 동안 20명 남짓한 인부들의 식사를 맡던 나정애(79) 씨는 서울대가 완공된 이후 그 식당을 그대로 영업하도록 허가를 받게 됐다. 그렇게 학내 유일한 민간식당으로 시작된 솔밭식당은 40년 동안 한 자리에서 교수와 학생, 등산객, 그리고 소문을 듣고 찾아 온 사람들까지 어머니같은 푸근함으로 맞아 왔다. 오래된 나무문을 밀고 들어가면 별로 신경쓰지 않은 듯한 홍빛 벽지와 구석구석 놓인 투박한 탁자들이 마치 시골 외가댁에 온 것 같다. 입에 착 감기는 구수한 국밥과 깔끔한 잔치국수는 이곳의 대표메뉴다. 2월의 어느 날,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낮 12시가 되자 어느새 가게 안의 모든 테이블이 가득 찼다. 개강 이후에는 이 작은 가게에 하루에도 200여 명을 훌쩍 넘는 손님들이 찾아온다. 하루에 팔리는 국수만 150 그릇이다. 여름에는 상쾌한 소나무숲의 야외 탁자가 인기다. 맨 처음 80원이던 국밥 가격은 세월이 흐르면서 3000원이 됐다. 김영삼 대통령 취임 당시의 가격을 아직까지 고집하는 나 씨는 오히려 손님들로부터 가격 좀 올리라는 독촉을 받는다. 하지만 나 씨는 솔밭식당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음식을 해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제 나도 여든인데 내가 어디 가서 이런 일을 하겠어. 우리 식당에 오신 교수님, 학생들 모두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니까. 내가 ‘감사합니다’하기 전에 먼저 ‘감사합니다’, ‘잘먹었습니다’라고 먼저 해주니까 난 참 편하고 행복하다고. 그래서 식대를 올리려면 내 마음이 편치 않단 말이야.” 나 씨는 “내가 움직이지 못하게 돼서 새 주방장을 고용해야 하기 전까진 이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며 미소짓는다. 새벽 5시 반에 시작된 하루 일과가 끝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일당을 주고 나면 정작 나 씨의 손에는 몇 천 원밖에 남지 않을 때가 많다. 그렇게 번 돈은 나 씨의 교통비와 병원비로 쓰이고 나머지는 가끔 놀러오는 손자들 손에 쥐어진다. 하지만 나 씨는 어느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자부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움직이면 또 사람들이 내 손에 삼천 원을 쥐어 주잖아. 그러니까 내 마음은 항상 부자야.” 여든의 노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나 씨의 생기넘치는 얼굴에 선한 웃음이 번진다. 이곳의 손님들은 단지 ‘고객’이 아니라 이미 할머니의 손자 손녀다. ‘솔밭식당’이라는 현재의 이름도 학생들이 직접 지어 간판까지 만들어 준 것이다. 이곳에서 몇 년간 밥을 먹고 고시를 합격했다며 인사하러 들르는 학생들을 마주할 때면 나 씨는 뿌듯해진다. 외국에 나갔다가 “할머니 국밥이 제일 그립더라”며 새벽 일곱 시에 공항에서 바로 찾아오는 교수도 있었다. 어떤 학생은 이제 곧 결혼한다며 제 짝을 데리고 인사하러 오기도 한다. 도자기를 모으는 것이 취미인 나 씨는 그들에게 결혼 선물로 도자기를 내밀곤 한다. 쉽사리 잊지 못하는 솔밭식당의 음식맛의 비결에 대해 나 씨는 ‘내 마음’이라고 한 마디로 말한다. “마음이 쓰여야 그 맛이 나는 거야. 모든 일이 그렇지. 아무렇게나 만들면 안돼. 물가도 오르니까 대충 만들자 하는 거 없어. 모든 음식을 내가 직접 하고 먹어 봐서 딱 내 입에 맞는 것만 손님들한테 내보내지.” 밑반찬 하나라도 나 씨의 손을 거치지 않고서는 손님상에 나갈 수 없다. 현 메뉴판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김치찌개도 나 씨가 직접 담근 김치로만 만들기 때문에 김장을 하는 11월부터 3월까지만 맛볼 수 있다. 우거지도 농사지은 곳에서 직접 가져와서 삶고 말리고 하는 과정을 반복해서 내놓는다. 만두도 직접 빚는다. 사 온 음식은 뭘 넣고 만들었을지 모르기 때문에 손님들이 먹고 탈이 나면 어쩌나 해서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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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밭식당에 방문해서 믿고 먹어주는 손님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한결같은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라는 나 씨는 관악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일런지 모른다. “행복해, 할매는. 솔밭식당이 있으니까 내가 움직일 수 있어. 이 좋은 공기 마시면서 일할 수 있는 게 내 행복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