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1일 오후 3시 서울대저널 편집실. 네 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02학번 변형욱 씨, 01학번 이윤주 씨, 00학번 권대근 씨, 98학번 김용덕 씨가 그들이다. 각각 다른 나이, 다른 관심, 다른 상황에 있는 그들에게서 대선에 관한 다양한 생각을 들어본다. 사회 : 대선에 관해 주변 사람들과 자주 이야기하나요? 이윤주 씨 (이하 이) : 솔직히 자주 말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냥 친구들과 가십거리 정도로 이야기를 하는 정도. 그러니까 뭐 정책을 보고 판단하는 것보다는 그냥 개인적인 것들, 예를 들면 병역비리나 인상 같은 것 가지고 쉽게 이야기 하는 정도인 것 같아요. 변형욱 씨 (이하 변): 사실 이번 선거 같은 경우는 말하기가 좀 막막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후보자들을 봐도, 뚜렷하게 지지할 만한 후보도 없는 것 같고. 김용덕 씨 (이하 김) : 이번에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이 뚜렷한 정치적 지향점이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고는 후보들 간에 차별성이 없거든요. 이 때문에 선거 레이스의 초점이 정치적 쟁점보다는 개인 신상 쪽으로 흐르고 있는 것 같아요. 사회 : 후보들이 정치적 입장을 좀더 뚜렷하게 해야 한다는 거군요. 그런 부분도 있지만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학우들이 대선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할 텐데요. 대선의 개인적인, 혹은 사회적인 의미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 : 제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처음으로 제가 속한 나라의 지도자를 선택해 보는 거라는 게 의미 있는 것 같아요. 권대근 씨 (이하 권): 저도 개인적으로는 우선 그런 의미가 있구요, 개인의 의미를 좀더 확장해 보면, 우리 사회에서 정치권력의 새로운 판을 짜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정치적 관심도 높아지고 해서 이제까지 묻혀있었던 정치적 쟁점이 떠오르기도 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하기도 하고요. 변 : 저도 이번 대선이 지역주의나 뭐 다른 비합리적인 요소에서 벗어나 정치적인 의식이 변화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해요. 김 : 전 곧 입대할 거라서 한반도에 정치적 위기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후보가 당선되었으면 좋겠어요(웃음). 대선 결과가 결국은 저 같은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니까, 그만큼 대선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졌으면 해요. 사회 : 그럼 좀더 구체적으로 DJ 정권에 대한 평가를 해 보면서 차기 정권의 과제를 찾아보고, 그것을 이번 대선의 과제와 연관시켜 보도록 해요. 변 : 사실 저는 민주적으로 정권교체를 이룬 김대중 정권에 상당히 많이 기대했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많아요. 정치 개혁도 한다고 했지만 기존 정치인이 그대로 남아 있다 보니 구태의연한 모습이 그대로 재연되었구요. 며칠 전에도 중, 고등학생들이 견학하고 있는 국회에서 국회의원들끼리 욕설하고 싸우고 하잖아요. 그래도 언론 개혁이나 사회 민주화, 통일 정책 등에서는 나름대로 잘 했다고 봐요. 다만 통일 정책의 경우는, 이제까지는 저자세로 나갔지만 앞으로는 점차 자주적이고 상호적인 새로운 햇볕정책의 수립이 필요하리라고 봐요. 이 : 여소야대의 정치 지형 때문에 국민에게 신뢰감을 얻지 못한 것에 낮은 점수를 줘야할 것 같습니다. 통일, 복지와 의문사위원회가 화동했던 사회 민주화 분야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김 : 전 김대중 정권이 정치적인 면에서는 상당한 의의가 있다고 봐요, 먼저 민주적으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어냈고, 예전 정권과는 달리 정권유지기반을 폭력에 두지 않았죠. 또 사회적 아젠다(agenda)도 좀더 개방적으로 변화시켰구요. 권 :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시는 군요. 저는 좀 다릅니다. 정권의 성과를 판단할 때 각각의 분야로 분할해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기반에 있는 일관된 흐름이랄까 기조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를 주었느냐가 중요하죠. 정치개혁의 측면에서 긍정적이었다고 평가들을 하시지만, 사실 정치개혁이라는 것은 주체와 목적이 불분명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이는 정치세력 내에서 소수인 현 정권이 살아남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일 수도 있어요. 폭력을 기반에 두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상 그럴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실제로 김대중 정권은 시민단체 측과 표면상으로 우호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노동운동단체의 경우는 철저히 억압했으니까요. 사회 : 김대중 정권이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일관적으로 펴왔다는 말씀이시죠? 변 : 글쎄요. 저는 좀 과도한 생각이 아닐까 싶은데요. 사실 예전에 비하면 탄압이 많이 줄어들지 않았나요? 권 : 집회에서 최루탄 사용 같은 것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집회가 아닌 실제적인 활동들은 철저히 억누르고 있거든요. 발전 파업에서처럼. 사회 : 그럼 권대근 학우는 차기 정권의 당면 과제가 “신자유주의”가 한국 사회에 더욱 강하게 자리잡는 것을 막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권 : 네. 현 정권이 신자유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시행한 재벌 개혁과 빅딜은 재벌의 성장을 불러와 경제의 집중화만 부추겼을 뿐이니까요. 더욱이 요즘 상황을 보면 호전됐다기보다는 오히려 경제가 악화되고 있다고들 하잖아요. 변 : 저 역시 서민생활에 영향을 경제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차기 정권의 당면과제는 경제 문제 해결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신자유주의는 그 도입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제 생각에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 쪽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한 측면도 있다고 봐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신자유주의를 도입하되, 그 쪽 방식대로만 끌려가지 않고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어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 혹시 그런 면에서 경제정책이 가장 올바르다고 보는 후보가 있나요? 변 : 경제 분야만 본다면 이회창 후보가 적합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이 : 저도 신자유쥬의를 도입하되,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해요. 그런데 이회창 후보가 당선이 되면 좀 다른 문제가 생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견제 세력이 자유롭게 말을 못하게 된다든가. 사회: 권대근 학우는 신자유주의 도입이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권 : 글쎄요. 오히려 신자유주의 도입의 필요성을 지나치게 당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아닐까요? 예를 들어 96, 97년도만 해도 정리해고법과 파견법에 대해 총파업할 때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했었잖아요. 하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정리해고 같은 것을 당연한 것으로 수용하고 있어요. 국민들이 나쁘다고 생각하고 막아내려 한다면 막아낼 수 있다고 봐요. 김 : 제가 보기에 한국 사회에 신자유주의는 외생적으로 일관성이 없게 받아들여졌어요. 그런데 그것을 다르게 보면, 오히려 여러 세력간의 타협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그래서 진보세력과도 손을 잡을 수 있잖아요. 차기 정권은 이런 유연한 신자유주의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신자유주의 문제점이라든가 그것이 일반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권대근 학우의 우려에 상당히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부분 외에도 현 정권이 완화 시켜놓은 남북 분위기를 이어, 대북관계에서 일관적으로 우호적인 자세를 견지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집단이 차기 정권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변 : 저는 남북문제에 있어서는 남과 북이 국제 사회에서 좀더 신뢰를 확보함으로써 좀더 주도적인 위치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사회 : 앞서 이야기에서도 나왔지만 차기 정권은 통일, 경제 등에서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는데요, 이번 대선이 어떻게 치러졌으면 하는지, 또 자신은 어떤 기준으로 대통령을 뽑을 것인지 한 말씀씩 들으면서 이야기를 정리하죠. 이 : 인신공격이 아닌 정책과 기조에 중점을 두고 유권자들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대선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공약을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출 거에요. 변 : 개인적으로는 노무현을 지지하지만 국민의 대표성을 얻기 위해 다른 세력과의 타협이 필요해요. 지지할 후보의 기준을 꼽으라면 공약 실천능력, 국민 의사반영능력을 꼽겠어요. 권 : 전 후보들의 지지기반의 정체성을 들고 싶군요. 이런 점에서 볼 때 일반 대중에 기반을 두고 있는 민주노동당을 지지해요. 이번에 당선이 되지 못하더라도 시민정치세력의 기반을 다져 줄 겁니다. 김 : 노무현 후보는 이번 대선이 자신의 지지기반을 결정할 시기인 만큼 신중한 결정이 필요해요.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여러 세력과 타협을 이루어낼 능력을 가져야 해요. 그러면서도 자신의 확고한 정치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하죠. 민주노동당이 주장하는 장기적 과제도 중요하지만 단기적인 정치 과제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민주노동당은 현실적 정책과 다른 진보세력과의 연계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