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월 28일 꽤 늦은 저녁, 아크로폴리스에는 서울대인 ‘비상총회’에 모인 수백명의 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쌀쌀한 날씨에 옷깃을 여미면서도 이 ‘비상 총회’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자정이 가까울 무렵, 비상 총회에서는 본부요구안이 의결되었으나 그것이 본부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자, 학생들은 본부로 진입했다. 몇분 지나지 않아 총장실이 학생들에 의해 점거 당했다. 그로부터 점거가 해소되는 4월 8일까지 총장은 학교 밖에서 집무를 보아야 했고 결국 그 여파와 다른 비리 문제가 문제시되어 총장직을 사퇴하게 된다. 근거 없는 등록금 인상, 학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모집단위 광역화, 총장의 사외 이사 겸직 및 판공비 유용 등 도덕성 문제 등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터진 결과였다. 그러나 본부는 총장실 점거에 대한 책임을 물어 당시 총학생회장을 제명시키고 다른 학생들에게 징계처분을 내렸다. 이후 학생들은 총학생회장 제명 철회 투쟁을 계속해나갔으나 큰 성과는 없어 총학생회장은 여전히 제명 처리되어 있는 상태다. 그러나 총학생회장은 이후로도 총학생회장으로서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 나갔으며 명분 없는 제명처분에 대한 반대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총장실 점거 및 총장 퇴진이라는 일련의 사건들은 학내에서 총장의 역할 및 권한, 학내 구성원들의 학교 운영 참여 등에 관해 활발한 논의를 이끌어 내었다. 특히 이기준 총장의 독단적인 여러 행동에 대한 비판은 민주적, 개방적인 총장 자질의 필요성과 민주적 의사결정 경로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총장 선거 과정에 있어서도 보다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하며, 다양한 학교 구성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또한 학교 운영을 결정하는데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본부-학생간의 협의기구를 강화하고자 하는 노력도 진행되었다. 한편, 이기준 총장의 후임인 정운창 총장은 지역할당제 등 개혁적 안을 제시하는가 하면 학생과의 대화에 참여하는 등 비교적 민주적인 학교 운영을 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