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어디 백화점이라도 무너졌으면 좋겠다.” 국가 전복을 기도하는 테러리스트의 말이 아닙니다. 소재 빈곤에 시달리는 기자들은 가끔 자기도 모르게 이런 푸념을 늘어놓곤 한답니다. 얼마나 ‘기사의 압박’에 시달리면 그럴까 싶으면서도, 자신의 직업적 필요를 위해 다른 사람의 피해를 바란다면 ‘사회의 목탁’이라는 언론인으로서는 실격일 겁니다.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편집장은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거, 책 나오기 전에 해결되면 안 되는데.” 월간지의 호흡은 급변하는 사안을 따라잡기 힘듭니다. 마감이 끝났는데 뒤늦게 사건이 풀리면, 기자들은 속수무책으로 3천 부의 지면을 통해 ‘뒷북’을 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저희 입장에선 이유있는 생각이지만, 기사는 결국 사건의 해결을 돕기 위해 쓰는 것. 사건이 기사를 위해 존재하길 바란다면 본말이 전도된 자세입니다.이번 9월호 편집과정이 꼭 그랬습니다. 애초 계획과 달리 한 학기째 한다 안 한다 말이 없던 멘토링 프로그램(SAM), 학생회와 행정실이 외부 업체 입점을 두고 대치를 계속하던 농생대 공간 이용 문제,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낱낱이 파헤쳐 보겠다고 기자들이 달려든 한 달이었습니다. 그러나 마감을 불과 이틀 앞두고 두 사안이 해결됐다는 소식이 입수됐습니다. 기자들의 그 모든 취재가 헛수고가 되는 건가, 편집장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해집니다. 사실은 망설일 필요가 전혀 없는데 말이죠. 오래 끌어오던 사건이 해결됐으니, 기쁘게 웃으면 그만인 겁니다.다음부터는 제 상황과 관련없이, 좋은 결과에 주저하지 않고 웃을 수 있길 다짐합니다. 물론 해결됐다고 다 끝난 건 아닙니다. 과정에는 문제가 많았거든요. 어떤 내막이 있는지 을 통해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또 안타깝게도, 이렇게 금방 해결되는 문제는 많지 않습니다. 호암교수회관 파업사태는 당분간 진전이 없을 듯합니다. 군가산점제 찬반 논쟁은 남녀로 갈라져 8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한 달간 지속될 이슈를 찾기 위해 고민하는 저희를 위한 배려인 걸까요? 그런 배려 안 해주셔도 괜찮으니까, 모두를 힘들게 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들, 하루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