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비’에 관한 이상한 계산법

서울대를 무려 10년째 다니고 있는 나는, 한 해 동안 모 본부소속기관에서 일한 적이 있다.그곳에서 나는 다양한 혜택 중 하나로서 매달 수당을 받았는데, 그 수준은 이른바 ‘서울대생의 한탕 과외비’였다.돈을 벌기 위해 1년을 보냈던 본부기관은 다름 아닌 「대학신문사」였다.나는 평소, 과외는 쉽고 편하게 벌 수 있는 ‘알바’라고 생각해왔다.학창시절 성적이 좋은 편에 속했고 수능에서 운도 좋았던 나는 서울대에 입학했다.

서울대를 무려 10년째 다니고 있는 나는, 한 해 동안 모 본부소속기관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나는 다양한 혜택 중 하나로서 매달 수당을 받았는데, 그 수준은 이른바 ‘서울대생의 한탕 과외비’였다. 돈을 벌기 위해 1년을 보냈던 본부기관은 다름 아닌 「대학신문사」였다. 나는 평소, 과외는 쉽고 편하게 벌 수 있는 ‘알바’라고 생각해왔다. 학창시절 성적이 좋은 편에 속했고 수능에서 운도 좋았던 나는 서울대에 입학했다. 이후 ‘서울대’란 간판은 신입생시절 그 고생(?)을 톡톡히 보상해주었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교과서와 수학 정석의 기억을 전공 삼아, 주당 너댓시간 읊어주면 손에 쥘 수 있는 수십만원이 입시지옥을 보낸 보상이었던 셈이다. 113만 6천원. 이것은 정부가 작년에 발표한 4인 가족 기준 최저 생계비다. 어느 시민단체에서는 이 돈을 두고 실제 생계 체험을 했다고 하는데 체험결과 그 돈으론 기본적인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그렇다면 우리는 최저생계비를 두고 ‘과외 서너탕 뛰면 될 돈’이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서울대학생이라면 충분히 그런 생각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천 840원. 이것은 정부가 작년에 책정한 시간당 최저임금이다. 서울대학생들이 ‘과외비 평균’이라고 말하는 40만원을 최저임금에 적용해보면 최저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은 주당 약 35시간을 일해야 하는 결과가 나온다. 주당 35시간은 프랑스의 법정 근로시간에 해당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정근로시간은 주당 44시간이고 공무원은 40시간이다) 그러나 실제로 통용되는 아르바이트의 시간당 급여 초봉이 2천원 안팎인 것을 미루어보면 과외비가 생각보다 부풀려져 있음은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해마다 봄이 오면 노동계는 이른바 ‘춘투’가 벌어진다. 춘투란 매년 봄마다 벌어지는 노사간의 임금협상에서 나온 말인데, 임금협상이란 게 쉽게 타결되는 것이 아니다니 대체로 ‘노’측의 파업이나 ‘사’측의 직장폐쇄 등 노동쟁의로 이어진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니 딱히 어느 측이 옳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당신이 과외비 수준을 두고 투덜대고 있는 사람이라면 춘투에 관해 재고해 봐야 할지도 모른다. 그 ‘뻔함’을 증명하기 위해 이제부터 약간 복잡한 계산에 빠져보자. “A군은 스스로 양심적 인간이라 자부하는 서울대생이다. 그는 월 과외비 40만원은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부터 시작하는 과외의 급여로 월 20만원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일주일에 4시간이니 시간당 12,500원인 셈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B군은 학벌이 좋지 못한 편이다. 힘들게 직장을 찾아낸 곳은 어느 중소기업이다. 그는 연봉협상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더 받기위해 노력한 끝에, 결국 2천4백만원을 받기로 했다. 월급으로 따지면 약 2백만원인 셈이다. 주당 40시간을 일하기로 한 그는 A군과 마찬가지로 시간당 12,500원을 번다.“ “C군은 서울대생으로 학부모들에게 제법 인기있는 과에 재학중이다. 그래서 과외비도 웬만하면 부르는 만큼 받는다. 오늘부터 강남의 한 고등학생 과외를 시작했다. 그는 주당 6시간에 80만원을 받기로 했다. 시간당 약 3만 3천원을 버는 꼴이다.” “D씨는 회사 10년차 중견사원이다. 초봉 3천만원으로 시작한 그는 올해 연봉으로 6천4백만원을 받는다. 그는 부양가족으로 아내와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과 유치원생 아들을 두고 있다. 주당 40시간을 일하는 그는 C군과 마찬가지로 시간당 약 3만 3천원을 번다.” “2003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약 1만 2천달러로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약 1천2백만원이다. 한 개인이 일년 동안 1천2백만원을 벌면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소득을 얻는 셈이다. 이를 4인 가족 기준으로 바꾸면 약 4천8백만원이 된다. 따라서 위의 D씨는 평균소득 이상을 벌고 있는 것이며, 서울대학생이 서너개 과외를 하게 되면 평균 소득을 얻게 된다. ” 이상한 이 계산법을 두고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어떤 이는 ‘과외를 주당 40시간씩 할 수도 없는데 이 계산법은 억지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이는 ‘과외에는 공휴일도 없고 여타의 복지도 없으므로 계산법에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 측에서는 이 계산법이 신선하다는 반응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여러분이 어떠한 평가를 내리든지 간에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여러분이 어떤 직장의 봉급을 두고 과외비와 비교하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앞서 이상한 과외 계산법에 관해 ‘억지다’라고 주장하는 논리와 모순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어떤 이들은 ‘과외를 주당 40시간씩 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과외 몇 탕이면 그 봉급은 거뜬히 번다’며 얼마든지 과외를 늘릴 수 있다고 착각한다. 누구든 자신의 노동에 관해 어느 정도의 임금을 받아야 적합한지를 가늠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과외라는 돈벌이가 한국 사회의 ‘교육 문제’와 괘를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만이라도 평소 인식할 수 있다면, 과외비가 학벌로부터 파생된 과잉 시장이란 사실을 누구나 쉽게 유추 가능하다. 어쩌면 적정 임금이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이는 능력과 노력은 저마다 다른 것이고, 완전한 평등이란 오늘날의 인간에겐 불가능하다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임금을 두고 ‘더 버는 사람들’만 바라보고 사는 것이 과연 맞는 계산법인가 한 번쯤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행복이란 욕망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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