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차 올해 5월과 10월 두 차례 열렸던 교육환경개선협의회(교개협)에 모두 배석했다. 교개협 장소였던 본부 회의실 한 켠에 앉아 본부와 50대 총학 간에 오가는 설전을 듣고 있자 하니, 국회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고 ‘코미디야 코미디’를 연발했던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심정이 이해됐다. 눈 앞에서 마치 한 편의 부조리극이 펼쳐지는 것 같았다.본부의 불성실한 태도는 교개협을 파국으로 몰아가는 일등공신이었다. 3월 교육투쟁 당시 연석회의의 대표성을 문제 삼아 면담을 거절했던 본부는 5월 교개협 때 총학이 대학국어 S/U제와 생리공결제 도입을 요구하자 또다시 대표성 문제를 운운했다. 이후 총학이 설문조사 결과를 본부에 제출했지만, 본부는 ‘공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10월 교개협 때 총학이 2008년도 등록금 책정 과정에서 학생 참여를 요구하자, 본부는 ‘논의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안건 상정 자체를 거부하기도 했다.물론 본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한 사안도 꽤 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대부분이 ‘립 서비스’가 아니었나 싶다. 학생처장이 5월 교개협 때 “그 정도는 내 선에서 얼마든지 해 줄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붙박이식 공연장비 확충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오죽하면 총학의 한 집행국원이 기자에게 “우리는 본부에게 ‘듣보잡’ 취급을 받고 있다”며 하소연했겠는가.총학측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다. 본부와 총학 사이에 존재하는 현저한 힘의 불균형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행동할 필요도 있었다. 총학과 본부의 첫 만남이었던 30차 교개협은 5월 15일에 열렸다. 하다못해 본부 측 위원으로 나온 교수와 직원 분들에게 카네이션이라도 달아드렸다면 어땠을까. 한성실 전 총학생회장은 “본부와의 파트너십 형성은 지원금 몇 푼 더 타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지만, 그렇게 타 낸 지원금이 한 푼 두 푼 모여 총학 사업을 진행하는 데 요긴하게 쓰일 지 누가 아는가.단순히 자신들의 요구사항만을 되풀이하는 총학 측의 경직된 협상 태도도 회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데 한 몫 했다. 협상장에서는 ‘밀고 당기기’나 ‘주고 받기’ 전략도 적절하게 구사할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2005년에 수강취소기간이 1/4선에서 2/4선으로 연장된 것도 48대 총학이 본부에 ‘학점취소제’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합의됐다. 그렇다고 총학의 명운을 본부와의 협상에만 걸라는 말은 아니다. 협상이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판을 깨고 강력한 투쟁에 나설 필요도 있다.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본부와 총학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은 요원해 보인다. 우선 양측이 만남의 기회부터 자주 가질 것을 충고한다. 올해 특히 본부와 총학 사이의 관계가 그다지 원만하지 못했던 것은 만남의 횟수가 너무 적었던 탓이 아닐까. 예년에 한 해 평균 다섯 차례 열렸던 교개협이 올해는 단 두 번만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