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관 라운지 - 시그마 인텔리전스 전시회
다른 얼굴, 같은 마음. 무엇이 세리와 하르를 슬프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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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얼굴, 같은 마음. 무엇이 세리와 하르를 슬프게 하는가?

‘이 땅 위에 몰라도 좋을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당신을, 당신의 이야기를 빼놓지 않겠습니다.’ 작년 실시된 인구 주택 총조사의 광고에서 흘러나온 말이다.이 광고 카피는 겉모습이 ‘한국인’이 아닌, 이 땅에 사는 다양한 모습의 모든 한국인들을 아우른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이는 다양한 문화를 추구하고 받아들이겠다는 선언이었다.그러나 이러한 선언이 필요하다는 것은 역으로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남아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

‘이 땅 위에 몰라도 좋을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당신을, 당신의 이야기를 빼놓지 않겠습니다.’ 작년 실시된 인구 주택 총조사의 광고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이 광고 카피는 겉모습이 ‘한국인’이 아닌, 이 땅에 사는 다양한 모습의 모든 한국인들을 아우른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는 다양한 문화를 추구하고 받아들이겠다는 선언이었다.그러나 이러한 선언이 필요하다는 것은 역으로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남아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 실제 피부색이나 부모가 태어난 나라가 다르다는 이유로, 나고 자란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이들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다. 2009년 장수영 감독은 이들에 대한 차별을 문제로 삼아 를 만들었다. 이를 위해 외국인 이주민들을 2년 여 동안 인터뷰하며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실제 다문화 가정 자녀인 장미지, 최세나 어린이들을 주인공으로 섭외했다. 배경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경기 남양주시 마석 생성공단. 에서 주인공들이 겪은 아픔은 실제 인물과 배경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그러나 때로는 담담하게 조명된다.우리 시대의 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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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더불어 ‘같음’을 꿈꾸는 세리와 하르

주인공 세리와 하르는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문화 가정 자녀와 불법 체류자 외국인의 자녀다. 두 소녀는 여느 평범한 사춘기 소녀들처럼 꿈이 많고 감수성도 풍부하다. 그러나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가까이는 친구들에게서 멀리는 우리 사회 전체에게서 크고 작은 상처를 겪으며 성장한다. 한창 예민할 나이에 “너는 왜 다르니?”는 질문은 그 자체로 이들에게 아픔이 된다. 그들은 끊임없이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받는 것도 모자라 그들의 부모가 한국 사회에서 처절하게 고통받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마비 증상까지 일으킬 수 있는 독한 약품을 다루는 공장에서 일하면서 받은 피해를 호소할 곳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그러한 일에 항의하다 부모가 경찰서에 잡혀가 누구 하나 이 어린이를 돌보아줄 수 없기도 한다. 이들에게 사회는 보호해 주는 곳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아픔을 주는 곳이다. 그러나 이들이 겪는 상처들은 특별한 경험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다문화 가정 구성원, 외국인 노동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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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태어난 나라가 다르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서 괴롭힘을 당하는 하르

지난 2월 20일 방송된 SBS 스페셜 ‘당신들의 대한민국 2-10대의 초상’에 등장하는 다니엘 파나마료브는 러시아인 아버지를 둔 한국인이다. 그는 어렸을 때 들은 “넌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잖아”라는 말을 아직도 기억한다. 또 필리핀에서 온 엄마를 둔 설대영 어린이는 친구들의 “깜둥이”라는 놀림 때문에 아버지에게 “나 하얗게 수술시켜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다문화 자녀에 대한 차별 사례는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일상에서 겪는 아픔들을 ‘평범하게’ 만들고 있는 우리 사회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출입국·외국인 정책 본부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외국인 인구는 2010년 12월 기준으로 116만 명에 달한다. 약 16만 명으로 추산되는 불법 체류자 인구를 합하면 총 외국인 인구는 약 12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2.5%를 차지한다.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이해는 우리 사회의 주요한 과제가 됐다. 서울시에서는 외국인·다문화 가정 등 200가족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고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기존에 성인에게만 집중되어 있던 한국어 교육을 전 연령으로 확대하여 다문화 자녀들이 자연스레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 되게 하겠다는 취지다. 다문화 가정이 특히 많은 농촌 지역에서도 이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결혼 이주 여성에 대한 인권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결혼 이주 여성들은 남편과의 평균 10살 이상의 나이 차이, 언어 문제가 더해지면서 약자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 비해 다양한 문화에 대한 우리의 시각은 여전히 왜곡돼 있다. 특히 외국인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동남 아시아인들을 불법 체류 노동자라 생각하고 무시하기 일쑤다. 이들은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심지어 이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는 경향이 있어 심각한 인권 침해가 나타나기도 한다. 백인이나 선진국에서 온 외국인에 대한 사회적 대우는 이와 대조적이다. 영어와 중국어 등 경쟁력 있는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외국인은 ‘배워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같은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출신국에 따라 달라지는 인식과 대우는 차별받는 외국인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영화 속 주인공인 세리와 하르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자라났기에 스스로를 한국인이라 여긴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정작 이들을 한국인이라 여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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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박스에 올라가 골프 연습장을 바라보며 골프 연습을 하는 세리

세리는 프로 골프 선수 박세리처럼 훌륭한 골프 선수가 되고 싶어 틈이 날 때마다 연습한다. 세리는 근처 골프 연습장에 보이는 컨테이너 박스 위로 올라가 골프채를 열심히 휘두른다. 컨테이너 박스 위에 올라가면 세리는 마치 골프 연습장에서 연습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그런 세리에게 갖은 언어적·신체적 폭력을 휘두르며 “너네 나라로 돌아가!” 라는 말을 서슴지 않게 내뱉는다. 불법 체류자로 낙인찍힌 하르와 하르의 아빠는 우리 사회에서 내쫓아야 할 대상으로 등장한다. 불법 체류자를 내쫓기 위해서는 폭력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린 아이인 하르에게조차 “언젠가 너네를 꼭 쫓아내고 말거야” 라며 윽박지르는 단속반은 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그대로 대변한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동반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불법을 저지를 수 있고 우리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실제 작년 6월 한 출입국 관리소 직원은 조사를 받던 불법 체류자 중국인 윤모 씨를 폭행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윤모 씨를 연행하는 과정에서 폭행 시비가 있자, 이를 보복하기 위해 직원이 그를 폭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윤모 씨는 머리와 복부를 가격당해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우리는 왜 세리와 하르를 한국인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나우리나라의 다문화 역사를 살펴보면 그 길이가 매우 짧다. 1990년대에 와서야 소련, 동유럽 국가 및 중국과 수교를 맺고 경제적 고립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제한됐던 이주 정책을 완화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외국인 인구의 유입이 압축적으로 전개돼 그 숫자가 빠르게 증가했다. 서구 국가가 근대부터 약 150년의 긴 이주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과 대비해볼 때, 우리나라에서는 짧은 시간동안 많은 변화가 일어났던 것이다.이러한 변화 속도에 걸맞게 가시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이행된 것처럼 보인다. 작년 10월 여성가족부, 국가브랜드위원회, 동아일보가 공동으로 진행한 ‘다문화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에 의하면 국민 10명 중 7명은 한국을 다문화 사회라고 여기고 있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는 추세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가 약 80%를 차지했다.그러나 기존의 단일 민족 중심적인 사회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환경이나 사회적 분위기는 조성돼있지 않다. 특히 외국인 인구에 대한 차별적인 태도와 편견은 심각한 수준이다. 위의 설문 조사에 의하면 한국 사회가 다문화 가족에 차별적이라는 데 약 76%가 동의했다. 또한 출신 국가나 인종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경향도 있다. 민무숙 한국여성 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은 백인으로 영어를 쓰는 사람, 이주민은 아시아인으로 한국어나 동남아어를 쓰는 사람이라는 이분법이 뚜렷하다”고 전했다. 특히 다문화 자녀들이 한국어가 능숙하지 못하고 어머니가 공부를 돌봐줄 수 없어 학습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자, 개도국 출신 이주자의 자녀들은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거나 주의력이 산만하다는 등의 편견도 있다. 외국인 어머니의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아 자녀들이 한국어 학습이 느린 것일 뿐인데도 학습 효과와 인종을 연결시켜 인종적 차별을 가하는 것이다.또한 이러한 태도와 편견을 불식시킬 만한 체계적인 다문화 교육 시스템이 아직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 초·중·고등학교에서 다문화 교육이 일부 이뤄지고 있긴 하다. 다양한 다문화 장려 프로그램과 외국인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사회적 프로그램 및 정책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주민의 정착 문제, 특히 농촌 지역에서의 외국인 이주 여성의 정착 문제에 대한 논의만 가시화돼 있을 뿐 다른 논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진전된 바가 미미하다. 다양성의 가치와 다양성 인정의 범위 및 방식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은 엄두도 못 낼 실정이다.다문화 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은 전무한 채, 그저 ‘열린 다문화 사회’를 정책적 목표로 지향하는 모습은 한국 사회의 미비한 담론 수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더욱이 언론의 보도 방식은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더욱 왜곡시켜 우리 사회가 진정한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고 있다. 불법 체류자나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 등장하는 외국인은 동남아 계열의 외국인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언론에서 무능력하고 감정에만 호소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우리가 가지고 있던 편견을 더욱 심화시킨다. 영화에 등장하는 방송국 PD는 세리와 하르를 더욱 동정할 수 있도록 동네 아이들로 하여금 의도적으로 세리와 하르를 괴롭히도록 시키는데, 이것은 기성 언론의 태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 사회의 외국인들은 우리 안에 포용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동정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것이다.우리 사회의 수많은 ‘세리와 하르’통계청에서는 조사기준시점인 2010년 11월 1일부터 대한민국 영토에 상주하는 모든 내국인과 외국인들의 거처를 조사해 한명의 국민도 소외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더불어 단순히 인구 규모만을 조사하지 않고 국민들의 개별 특성까지 세밀히 조사하여 국민의 사회적·경제적·인구학적 특성을 살린 국가의 기초 복지 사업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외국인 인구에 대한 표본 통계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는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을 위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복지 정책을 마련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외국인들도 차별없이 복지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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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와 하르가 환하게 웃는 모습이 그려진 벽화

영등포구 다음으로 외국인 인구가 많은 안산시에서는 인구 조사 당시 예상보다 외국인들이 많이 참여하지 않았다. 불법 체류 단속을 의심하여 예상보다 적은 외국인 인구가 조사에 응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통계의 밖으로 도망치는 이들은 복지의 혜택이 사실상 가장 절실히 필요하다. 외국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복지 정책과 이들을 포용하는 사회 정책을 제대로 구성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숨어 있는 외국인들을 발견하고 그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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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의 수많은 세리와 하르는 그런 한국인과 한국 사회에 큰 애정을 가지고 있다. “나는 한국인”이라 말하는 소녀들은 자신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던지는 한국인을 원망하지 않는다. 언젠가 한국 땅에서 한국인으로 인정받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여기며 희망을 잃지 않는다. 스티커 사진을 붙여 만든 주민등록증 카드를 내보이며 언젠가 진짜 주민등록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하르는 행복한 미소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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