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여론, 그 가능성을 엿보다

“일주일 2번2시간에 40이하라면 하지 맙시다 이거참 물가는 다 오르는데 과외비만 오히려 10년전보다도 낮아지고 있군요 더불어 혹시 중고생이 이글을 본다면 싼 값에 하고 싶으면 차라리 학원이 나을 것임.” 접속 중단에 이르기까지 지난 7월 13일, 서울대 생활 정보 사이트인 ‘SNULIFE’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이 사건의 발단은 게시판에 올라 온 한 학우의 글 때문.

“일주일 2번2시간에 40이하라면 하지 맙시다 이거참 물가는 다 오르는데 과외비만 오히려 10년전보다도 낮아지고 있군요 더불어 혹시 중고생이 이글을 본다면 싼 값에 하고 싶으면 차라리 학원이 나을 것임.” 접속 중단에 이르기까지 지난 7월 13일, 서울대 생활 정보 사이트인 ‘SNULIFE’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사건의 발단은 게시판에 올라 온 한 학우의 글 때문. 그는 글에서 ‘과외비를 담합해서 받아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했다. 위 글에 대한 댓글(리플)이 쇄도하면서 과도한 접속과 과부하로 인해 접속 중단에 이른 것이다. 문제의 글은 7월 2일에 올라왔지만, ‘사고’는 7월 13일에야 터졌다. 댓글이 집중적으로 달렸던 것은 7월 12일부터. 글을 읽은 누군가가 이를 다른 사이트에 알렸고, 이를 보고 여러 사람이 댓글을 달았고, 또 다른 사이트에 소문이 번지고 하는 식으로 순식간에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보통의 게시판에 5000개의 글을 올렸을 때는, 게시판에 그다지 부하가 걸리지 않는다. 목록마다 20개 안팎의 레코드만 읽어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댓글의 경우는 한 글을 읽을 때마다 거기 달린 모든 댓글을 읽어들이기 때문에 서버에 엄청난 부하를 가한다. 즉,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상 그 글을 읽기 위해서 데이터베이스로부터 5400여개의 레코드를 읽어들여야 하므로 그 부하는 상당하다. 따라서 아마츄어 사이트인 SNULIFE의 서버가 이를 견뎌낼 재간이 없었던 것. 언론에서 뜬금없이 대서특필 이 사건은 이쯤에서 마무리될 수 있었다. 하지만 주요 일간지에서 이 사건을 크게 보도한 것. 사건이 터진 지 이틀 정도 후부터 신문에서는 이 사건을 다루면서, 댓글 5000개를 ‘학벌 논쟁’으로 승화시켰다. 서울대생의 학벌을 위시한 과외비 담합에 네티즌이 분노한 나머지 댓글을 남기다 보니 서버가 다운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서울대’라면 수강신청까지도 기사화시킬 정도로 매력적인 기사 아이템인데다가 그 서울대가 공격을 받았다고 하니 언론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수 없었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서울대 서버가 공격을 받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고, 50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논쟁이 격렬했던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원인을 학벌로 돌리기엔 댓글의 수가 지나치게 많은데다가 댓글의 내용 또한 상당수가 학벌 논쟁과는 전혀 관계없다는 점을 언론들은 간과했다. 뒤늦게야 ‘작전 세력’이 개입되었다는 것을 알고서 ‘사이버 신풍속도 아햏햏’ 등의 기사가 나오긴 했지만, 한동안 서울대 서버가 서울대 학벌에 불만을 품은 자에 의해 다운되었다는 뉘앙스의 기사가 다수 나오곤 했다. 아햏햏은 웹 트렌드 사실 이 정도의 글은 진지하게 올렸다기보다는 장난기가 다분했고, 게시판이 서울대인이 주로 이용하는 점에서 조용히 넘어갈만한 사안이었다. 또한 이전에도 비슷한 내용이 과 게시판에 종종 올라오기도 하였다. 문제는 SNULIFE 사이트가 서울대 생이 주로 이용하는 서울대 생활 정보 사이트지만, 누군가가 이것을 보고 디지털카메라 정보 사이트인 dcinside.com에 이런 글이 있으니 혼내주자는 식의 글을 올렸던 것. dcinside는 바로 아햏햏의 진원지다. 발음도 뜻도 애매한 아햏햏은 꽤 알려졌으며, 수햏을 하는 햏자를 주변에서 만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햏자는 ‘폐인’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그들의 대표적인 활동 무대는 dcinside.com의 엽기 갤러리와 피씨통신 나우누리의 유머게시판. 그래서 이들은 각기 DC폐인과 나우폐인으로 나뉘어 불린다. 스스로 폐인이라 칭할 만큼 폐인이라는 용어에서의 부정적인 의미도 어느 정도 줄어들어 있다. 폐인 캐릭터와 함께 폐인 해설 만화까지 등장한 바 있다. 이들은 ‘아햏햏’거리면서 초난강을 좋아하고, 리플 ‘쌔우기’를 좋아한다. ‘고구마가 안 팔려요’, ‘이 양심업■은 인간’, ‘개죽이가 없어서 무효’ 등등은 리플의 단골 테마다. 이 역시 매일 새로운 리플에 밀려 바뀌는 추세다. 이들의 행동 패턴에서는 딱히 규칙성을 찾기 힘들다. 수많은 리플 중에서 왜 ‘아햏햏’만이 집단으로부터 인정받아 널리 쓰이게 되었는지, 많은 사진들중에서 ‘소피티아’와 ‘장승업’이 발탁되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단지 ‘폐인’들의 엽기에 대한 암묵적 동의로 널리 쓰이게 된 것이라 볼 뿐이다. 즉, 기존의 ‘엽기’트렌드가 변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게 한다. (하지만 햏자들 말처럼 아햏햏은 아햏햏일 뿐이다라는 말이 정답이다) 학내에도 햏자들 많아 디씨인사이드 엽기 갤러리나 나우누리 유머게시판에는 우리 학교 학생들도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게임 순위 사이트에 1, 2위에 이름을 올리는 사람 중에 ‘SNU’라고 이름을 새기는 사람도 있고, 나우누리 유머란에 한때 서울대생이 올린 유머가 인기를 얻기도 했다. 디씨인사이드 김유식 대표는 ‘햏자들 대부분이 낮시간에도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IT직장인이나 대학생’이라면서 ‘햏자=폐인’은 편견이라 말했다. 학내에서도 아햏햏에 대한 찬반은 다소 엇갈리는 편이다. 언어 파괴, 폐인 집단이라면서 아햏햏을 폄하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재밌지 않느냐’면서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한 공대 학우는 ‘나도 햏자라 칭하면서 아햏햏거린다. 재밌지 않느냐’면서 하나의 유행으로 봐 달라고 했다. 하지만 법대의 한 학우는 ‘소수 집단의 언어가 비정상적으로 널리 퍼졌다’면서 우려하기도 했다. 전기공학부의 한 학우는 ‘‘아햏햏’을 그냥 있는 그대로 봐달라’면서 ‘‘아햏햏’이 어떤 것이다‘라고 함부로 규정짓는 것을 반대했다. 아직 사이버 여론으로 보기에는 일러 여전히 ‘아햏햏’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젊은 층에는 인기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daum의 온라인 폴 결과에 따르면 ‘언어파괴다’라는 의견과 ‘재미있다’는 의견이 비슷한 비율을 점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사이버 문화가 이처럼 파란을 일으킨 적은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웹 트렌드 이상의 사이버 여론 집단으로 보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 처음에는 누군가가 공격 대상으로 SNULIFE를 지목했고, 글에 대해서 반감을 가진 채 댓글을 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별 내용없이, 댓글을 위한 댓글을 달았던 것이다. 즉, 이들이 SNULIFE에 ‘리플을 쌔운 것’은 그들의 유희였을 뿐, 언론에서와 같은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 물론 무의식중에 ‘서울대’나 ‘학벌’에 대한 반감이 있었을지라도, 실제 그들이 댓글을 단 것은 그들의 유희의 일종이다. 햏자들은 원정 출산 정보 사이트 등을 이미 ‘함락’시킨 경험이 있으며,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병욱대첩’이라며, 햏력을 보여준 업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이버 여론으로 발전 가능성 이번 사건은 일종의 ‘테러’라 할 수 있다. 테러는 분명 폭력적이다. 하지만 명분이 있는 테러에 대해 악이라 치부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체로 분노에 대해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 약자들이 택하는 것이 테러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보급이 확산되면서 새로고침(F5) 키를 계속 누르거나 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메일을 보내는 ‘사이버시위’가 많이 일어났는데, 이 역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한가지 방법으로서 사이버 시위를 택했다. SNULIFE 사건도 연장선 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공격 대상으로 삼은 사이트들이 사회의 기득권층과 관련된 사이트라는 점에서 그들의 폭력성은 정당성을 가지기도 한다. 다만 핵심을 공략하지 못한 채 서버가 약한 곳을 택하기 때문에 약간씩 헛짚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또 댓글(리플)이라는 간단한 방법은 즉흥적이지만, 한마디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게 하였다. 거의 모든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짧은 댓글을 기사 밑에 남길 수 있게 되었다. 생각나는 대로 쓰게 되기 때문에 감정적이기도 하고, 비논리적이기도 하지만, 쉽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햏자들은 온라인에서 여론이 어느 정도까지 모이는가,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 보여주었다. 얼굴은 모르지만,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동조하여 세를 규합하는 것이 온라인에서는 얼마나 쉬운 일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온라인에서의 여론이 무서운 진정한 이유다. 한동안 ‘리플 쌔우기’는 사이버시위의 한 방법으로 쓰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의 폭력성을 말하기 전에, 인터넷이 더 보급될수록, 외국과의 교류가 확대될수록 더 많은 사람이 쉽게 모이게 되고, 그것만으로 충분히 파괴력이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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