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계 에서 붉은 악마가 전국을 빨간 물결로 물들였다면, 예술계에서는 또 다른 붉은 물결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닌 그것은 바로 ‘중국 현대미술 열풍’. 중국 미술이라고 학창시절 미술시간에 배웠던 고루한 중국의 산수화만 떠올리면 큰 오산이다. 아카데믹한 중국화만 하더라도 현대적 추상 수묵 경향을 사용해 신선한 변형 양식의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전위적 경향을 따르는 또 다른 예술적 작품들이 곳곳에서 탄생하고 있는 추세기 때문이다.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중국 현대미술의 열풍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려우리라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현대미술 열풍의 인기에 대해 “국내에서 한국작품보다 중국작품이 더 많이 팔리고 있는 상황이며, 작품이 국내에 전시되기 전부터 경매를 통해 전부 판매되어 버리는 정도”라며 금산갤러리 성유리 큐레이터는 말한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중국미술의 절반이상이 판매 10위권 내를 차지한다니, 제 2의 로또라는 말이 허풍은 아닌듯 하다.천안문 사태를 기점으로 전성기의 절정에 있는 중국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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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천안문 광장. 1989년 일어난 대규모 시위를 이 광장을 피로 붉게 물들였다. |
하지만 왜 중국 미술이 갑자기 뜨기 시작한 걸까? 유럽의 유명한 작가들 이름은 들어봤어도 중국 작가들의 이름은 아직도 우리에게 생소하게 들리기만 하다. 중국 현대미술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이유는 사회주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45년 중국 공산당이 출범한 이후 미술에 있어서도 중국은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을 지향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세계는 현대미술의 거장들이 추상을 넘어선 미술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었던 것과 상당히 대비된다 할 수 있다. 1979년에 서구의 문화가 유입되는 문화의 해빙기에 접어들어서야 중국의 아방가르드, 즉 전위예술은 시작됐다. 그리고 전국에 퍼져나간 아방가르드는 1989년 천안문 사태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피의 일요일’이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사상자를 낸 민주화 시도의 비극적인 결말은 중국 현대미술의 전환점을 제시하게 된다. 중국 현대미술하면 ‘냉소적 사실주의’를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데, 천안문사태의 비극이 지식인들의 냉소와 조롱을 불러일으켰고 이것은 지금까지 중국 미술작품에 온전히 녹아있다. 그리고 이들이 해외로 흩어지면서 사회주의라는 우물 안 개구리였던 중국 미술은 우물을 벗어나 세계와의 교류를 시작하게 된다. 세계시장에 진출한 중국 현대미술은 승승장구 상승곡선을 탄다. 사회가 개방되면서 그동안 억눌려왔던 감정들이 폭발적으로 분출됐다고나 할까. 한화로 5억을 넘는 가격에 작품이 낙찰되기도 하고, 몇년 사이에 장 샤오강, 왕광위와 같은 인기작가의 작품은 2배이상 가격이 뛰었다. 또 세계의 많은 화랑들이 중국 현지에 갤러리를 열고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아라리오 갤러리를 비롯한 표갤러리 등 다양한 미술화랑들이 중국 현지로 진출 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현대미술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작품 가격에 거품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닐까, 작품성보다 시기성 때문에 뜨는 것은 아닐까, 심지어는 국내열풍이 우리 국민들의 소위 ‘냄비근성’ 때문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열풍의 원인은 시기성인가, 작품성인가 그것이 문제로다.그러나 중국 현대미술 열풍에 적절한 시기가 한 몫 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잖아요. 올림픽은 스포츠만을 위한 것이 아닌 문화 올림픽입니다.” 성 큐레이터의 설명이다. 얼마 후에 있을 올림픽에 따라 중국 문화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고 있고, 미술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까지는 이러한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더불어 ’10년 후면 세계를 지배할 나라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는 다수의 목소리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발전 속도와 어마어마한 인구는 중국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며, 이러한 중국의 상황에 발맞춰 등장한 중국 현대미술은 세계의 부호를 자처하는 화교들을 비롯해 많은 수집가들에게 인기를 끌어 그 가격 또한 치솟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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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에 진출한 표 갤러리. 국내 화랑의 중국 진출이 계속되고 있다. |
세계시장이 이렇다면 국내시장은 어떨까. 성 큐레이터는 “보기에 과열로 보일 수도 있죠. 너도 나도 사니깐 가격이 오르기 전에 얼른 사야겠다는 사람들도 있긴 합니다”라고 설명한다. 화랑들은 대부분 상업화랑이기 때문에 수집가들의 기호에 맞춰 잘 팔리는 작가의 작품들을 국내에 전시 하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만이 열풍의 이유라면 중국 현대미술은 지금은 끓고 있는 냄비지만 언제 식어버릴지 모를 노릇이다. 이에 반해 중국 현대미술의 작품성에 대한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이란 책에서 저자는 ‘중국 현대미술은 시대성과 민족성에 독창성을 가미한 산물이다. 다큐멘터리적 사실성을 바탕으로 그 안에 민족과 역사를 담아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중국 현대미술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냉소적인 사실주의,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공존하는 중국의 현대 상황에 대한 냉소, 조롱, 풍자는 서구의 미술과는 차별화된 중국만의 독창성을 보여준다 할 수 있다. “이전에 ‘지다춘’이라는 작가가 저희 판화 공방에서 판화를 찍었어요. 그 사람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데생실력을 보고 공방 사람들 모두 깜짝 놀랐었지요. 우리나라 미술에서도 데생을 매우 중시하긴 하지만, 지다춘의 실력을 쫓아가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더군요.”라며 헤이리 예술마을 중국 현대미술전 담당자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회가 개방되면서 잠재력이 갑작스레 분출 된 것일뿐, 인기의 원인이 ‘거품’이 아닌 ‘능력’임을 뜻하는 바다. 그렇다면 현재까지의 중국 현대미술 열풍은 적절한 시기에 검증된 작품성이 가미된 피할 수 없는 추세라는 말이 된다. 중국 현대미술 거품 걷어내기국내에서도 지난 8월 20일까지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중국 현대미술과 시대정신 展’이 열린바 있으며,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서는 8월 27일까지 중국 현대예술 페스티벌 ‘허허실실(unclear and clearness)’을 개최하여 15만평을 붉은 물결로 가득 채웠다. 이 밖에도 중국 현대미술전은 국내에 계속적으로 개최될 예정이어서 그 인기는 한동안 식을 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앞으로의 중국 현대미술의 행보는 더욱 주목된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미술을 ‘상품’으로만 대하다가는 큰코 다칠 수 있다. 현재의 중국 현대미술 열풍에 가치 이상의 거품이 섞여 있다면, 거품이 빠졌을 때 큰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미술연구소 대표 전윤수씨는 “중국 미술시장을 ‘블루 오션’이라 볼 수만은 없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중국의 내수시장이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의 잠재성만을 보고 덤벼들기엔 위험요소가 너무 많다는 말이다. 너도 나도 중국미술이라는 시세에 편승하여 거품을 부풀리기보다 그 작품성에 주목하여 중국만의 특성을 살려 나가고 수용자는 이를 음미할 때, 중국현대미술은 진정한 예술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지 않을까. ‘제2의 로또’라 불리는 중국현대미술. ‘로또’로 인생역전을 하려다 패가망신한 경우도 부지기수였던 것을 염두에 둘 때, 중국현대미술이 그 엄청난 가격과 시기성만으로 로또라 일컬어지기보다, 거품을 걷어낸 순수한 작품성으로 사람들에게 영원히 기억되고 더 나아가 미술명작의 자리를 꿰차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