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 하이힐

photo1 어느 날 나는 무식하고도 무서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그것은 ‘하이힐과 담배 중에 뭐가 더 해로울까’라는 것이었는데 이는 정말 단순하고도 무식한 생각임에 틀림없었다.대책 없이 그냥 해.롭.다.는 말로 두 사물을 비교하는 것은 똑똑하다 불리는 이들에게 꾸중 듣기 딱 좋은 생각이었다.해롭다는 말은 대체 어디에 해롭다는 말인가.

photo1 어느 날 나는 무식하고도 무서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하이힐과 담배 중에 뭐가 더 해로울까’라는 것이었는데 이는 정말 단순하고도 무식한 생각임에 틀림없었다. 대책 없이 그냥 해.롭.다.는 말로 두 사물을 비교하는 것은 똑똑하다 불리는 이들에게 꾸중 듣기 딱 좋은 생각이었다. 해롭다는 말은 대체 어디에 해롭다는 말인가. 만약 그것이 신체에 국한된다하더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증상과 고통들을, 그것들을 무식하게 한 입에 삼켜버리는 질문을 한 것이었다. 게다가 담배는 우리의 폐를 나쁘게 하고 폐암을 일으켜 한국인 사망원인에 꽤 괜찮은 순위로 랭크되어 있어 겁 없이 상대하면 혼날 수 있는, 오랜 전통의 기호품임을 항상 잊어서는 안 된다. 한편 하이힐과 담배를 비교한다는 것은 무서운 생각임에 틀림없었는데, 이것은 내 생각의 의도를 간파했다고 믿는 똑똑이들이 무시무시한 지적을 해 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첫 번째 지적은 담배와 하이힐을 끄집어낸 의도가 수상하다는 점일 것이다. 남성과 여성을 대비시켜서 무슨 말을 하고픈 가본데 담배와 남성을 연결시키는 것부터가 멍청한 생각이 라는 것이다. 둘째는 하이힐과 담배의 해악 비교 같은 쉬운 것을 아직도 못하냐는, 또 다른 똑똑이들의 꾸지람이다. 그들은 니코틴, 일산화탄소와 같은 담배의 43종 발암물질과 요통, 관절염, 디스크 등을 유발한다는 하이힐의 해악을 무서운 속도로 읊어 댈 것이다. 이 구구절절 천부당만부당 옳으신 지적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개를 사정없이 끄덕이는 것 외에는 없다. 그렇지만 나는 무식/무서운 이 생각이 꽤나 마음에 들었기에 이상의 걱정과는 상관없이 이하의 문단에서 이 이야기를 계속하기로 마음먹었다. 또 다른 어느 날 TV채널을 돌리다 를 보게 되었다. 그날의 게스트는 비욘세였는데 그녀는 하이힐을 신고 멋진 춤을 추고 있었다. 오프라는 그녀에게 하이힐을 신고도 어떻게 그런 춤을 출 수 있냐고 물었다. 비욘세는 어렸을 때부터 힐을 신고 연습했기에 문제없다고 말했다. 그녀의 노력에 관객들의 감탄이 터져 나왔다. 나도 벗겨진 살갖과 굳은살로 얼룩졌을 그녀의 발, 그리고 그녀가 춤추며 쿵쿵 뛸 때마다 내려앉았던 그녀의 허리에 감탄을 보내다 다시 좀 지겨워져서 채널을 돌렸다. 다음날 tv를 틀었는데 또 오프라 윈프리 쇼를 하고 있었다. 오늘의 게스트는 탐 크루즈였다. 그는 엄청난 골초였는데 담배를 피면서 흰 쌀밥을 맛있게 먹을 수도 있다고 했다. 오프라가 놀라서 어떻게 그런 능력을 갖게 되었냐고 묻자 그는 대답했다. “어렸을 때부터 연습하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이 방송이 나가자 탐 크루즈는 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금연운동가들에게는 물론 자기관리가 안 된다는 이유로 팬들에게까지 엄청난 뭇매를 맞아야했다. 그러나 며칠 뒤에 그는 뜻밖의 행운의 연락을 받게 된다. 새로 개발되고 있는 금연보조제 광고에 출연해 달라는 것이다. 단, 그는 이 상품을 통해 금연을 시작해야하고 그 과정을 광고로 찍어야 했다. 그는 흔쾌히 응했고 금연과 꽤 큰돈을 거머쥐게 되었다. 얼마 후에는 WHO(세계보건기구)에서 감사패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헐리우드에서 뛰어난 자기관리 능력으로 현재까지 평판이 좋다는 후문이다. 눈치 챘겠지만 담배를 피며 쌀밥을 먹는다는 미국인 탐 크루즈 이야기는 뻥이다. 난 오프라 윈프리 쇼의 탐 크루즈 방영분을 보지 못했다. 담배와 하이힐에 관한 무식/무서운 생각을 하다 이상한 상상에 잠시 빠져들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진짜인데, 내가 아는 프로바둑기사 조훈현 씨는 정말 탐 크루즈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골초로 바둑계에 소문이 자자했던 조훈현 씨는 금연에 성공한 후 ‘금연초’라는 금연보조제 광고에 출연해 짭짤한 수입을 얻었다고 한다. 금연 이후 성적까지 올라 주위사람들과 팬들의 칭찬을 들었음은 물론이다. 요즘은 잘 모르겠지만 얼마전까지 만해도 지역광고시간에 꽤 오랫동안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photo2 비욘세의 ‘하이힐’과 탐 크루즈의 ‘담배’는 ‘진실과 거짓’의 차이에 비하면 별 것 아니지만, 그래도 꽤 놀라운 또 다른 차이점이 있는데 그것은 그들의 엄청난 계급차이다. 자세히 말하면 이렇다. 오늘날 담배는 무시무시한 뭇매를 맞고 있다. 담배는 해롭다는 주홍글씨를 아에 가슴팍에 박고 다닌다. 심지어는 광고에 튀어나와 ‘그래도 나를 피우겠냐’고 묻는다. 도대체 담배를 사라는 광고인지 아닌지 어리둥절한데, 물론 이와 중에도 혼란 없이 담배를 꾸준히 구입하는 애연가들도 있다. 반세기만 일찍 태어났으면 ‘낭만가’가 되었을 이 흡연가들은, 이제 들끊는 웰빙족들 속에서 자기관리 못하는 ‘찌질이’정도의 취급을 받는다. 칸막이가 있을 수 있는 공간이면 그들은 여지없이 금연자와 격리된다. 흡연가로서 그들이 보람을 느낄 유일한 때는 붐비는 TGIF에서, 가끔 빨리 자리가 나기도하는 흡연석에 앉아, 꿋꿋이 금연석을 기다리는 ‘자기관리자’들보다, 몇 분 일찍 립을 뜯을 수 있다는 정도일 것이다. 한편 이러한 담배의 처참한 위상과는 달리 하이힐에게는 엄청난 관용이 베풀어지는데, 그 관용정신은 가끔 경외심까지 일으키곤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우리는 보기에도 충분히 뜨거워 보이는 맥도널드 커피 컵에 ‘뜨거우니 조심 하세요’라고 표시하지 않은 잘못으로, 300만 달러가 오고가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나는 하이힐 옆구리에 ‘발 아프니 조심 하세요’라고 새겨져있는 것을 보기는커녕 그 흔한 주의쪽지 한 장 본 적 없다.(혹시 명품00구두에는 달려있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아직까지(적어도 한국에서는) 그 누구도 하이힐 때문에 꺾여져버린 발가락과 척추뼈 사진을 법원에 보내지 않았다. 1~2달러짜리 맥도날드커피가 300만 달러배상을 받았다니 하이힐도 꽤 괜찮은 수입을 건질만한데 사람들이 이 전선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는 뭘까? 내 추측으로는 혹시 00일보 휴지통 코너에 별 이상한 일로 소송을 건 ‘멍청한 얼빵이’로 실릴까 겁나기 때문도 큰 이유일 것이다. 여기서 ‘얼빵이’는 결코 내가 소심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 인데, 우선 아픈데도 무식하게 계속 힐을 신었다는 점에서 그녀는 충분히 얼빵하다고 취급될 수 있다.(나는 힐을 신은 ‘그’는 실제로 본 적이 없다. 따라서 힐을 신은 ‘그녀’로 표기할까 한다.) 요즘엔 정말 별별 신발이 다 나오는데 바보같이 힐을 고집한 것은 그녀의 얼빵함 때문이다. 게다가 쏟아지는 정보프로그램에, 심지어 지식검색이 제공하는 다음과 같은 유용한 정보도 꽤나 있는데, 그녀는 보기 드문 컴맹이기까지 하나보다. 1. 하이힐은 되도록 신지 않는 게 다리 건강을 위해 가장 좋다. 포기할 수 없다면 굽 높이가 5cm 이하인 것을 신도록 한다. 하루 2∼3시간은 넘지 말 것. (출처: 한겨레 경제주간지 7월 둘째주 호 중) 2. 족탕과 발마사지를 꾸준히 하여라. (출처 : http://blog.naver.com/smilesunkr) 3. 발뒤꿈치에 반창고를 붙여보기. 발꿈치 벗겨짐 예방 효과 있음! (출처: 네이버지식iN) 불쌍한 얼빵이는 이제 이렇게 외친다. “나는 키도 작고 다리도 짧아서 매일매일 하이힐을 꼭 신어야 해요. 하루 2~3시간 이상은 밖에서 일을 해야 하고요. 게다가 내가 가지고 있는 정장들은 힐과 같이 신지 않으면 입을 수도 없는 걸요.” 그녀의 외침에 물론, 아무도 대꾸하지 않는다. 이로써 그녀는 다리도 짧은 컴맹에 쓸데없이 고집까지 센 ‘확실한 얼빵이’었음이 완벽하게 입증된다. 이제 하이힐과 담배 중에 무엇이 더 해로운가에 대한 답을 할 지면에 이르렀다. 사실 이 무식 황당한 문제의 답을 찾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나이든 그녀를 찾아 나선다. 그녀가 담배를 피고 있는지 확인한다. 그녀가 하이힐을 신고 있는지 확인한다. 그녀에게 묻는다. 그녀가 뭐라고 대답하는가? 그녀가 해주는 말이 바로 답이다. 하이힐을 신고 담배를 피고 있는 노년의 그녀를 찾기 힘든가? 그것 또한 문제의 답이다.** 문제의 답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1. 하이힐을 신고 담배를 피는 노년의 그녀를 찾기 힘들다는 것은, 오랫동안 동시에 소비할 수 없을 정도로 둘 다 처참히 해로움을 뜻함. 따라서 경중을 가릴 수 없음. 2. 하이힐을 신고 담배를 피는 노년의 그녀를 찾기 힘들다는 것은, 두 가지 물건이 성별로 분리되어 소비됨을 뜻함. 따라서 성별계급사회에 가까웠던 이곳에서는 도무지 둘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길 없음. 3. 솔직히 모름.

댓글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전 기사

'문제특구'가 되버린 경제자유구역

다음 기사

『서울대저널』 80호 맞이 독자 퀴~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