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간 20%씩 등록금 올릴 수 있는 국립대학 헐값에 팝니다.”, “국립대학 사면 덤으로 기성회직을 계약직으로 만들어 드립니다.”, “3개월이면 만들 수 있는 초등 교사 헐값에 팝니다.”, “쌉니다…싸…계약직 교수, 맘대로 짤라도 되요.”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듯 모를 듯 하는 학우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재래시장에서 물건 사고 팔 때, 하는 듯한 행태가, 지금의 교육부문에 적용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부문의 정책은 실제 정책의 영향을 받는 각 교육주체에게서 저항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9월21일 「교육시장화 저지와 교육의 공공성 쟁취를 위한 행동연대」(이하 행동연대)주최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철회, 사립학교법 민주적 개정, 교육재정확보를 위한 ‘교육주체결의대회’가 여의도 공원에서 열렸다. 남한 역사상 처음으로 교사, 학생, 교수, 교직원 등의 교육주체가 모인 자리로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학생, 교사·교수, 교직원이라는 각 교육주체가 한자리에서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오직 하나의 이유이다. 올바른 교육을 위해서, 더 정확하게 말하면 지금 벌어지는 정책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가 바로 그 이유이다. 기자는 ‘국가백년지대계(國家百年之大計)’이어야 할 것이 교육정책인데, 어째서 현 정권의 정책이 각 주체로 하여금 분노케 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교육구조조정안?IMF이후 ‘구조조정’라는 말은 우리에게 상당히 친숙한(?) 어휘가 되었다. 기업체질개선을 명목에 내건 구조조정, 국가경제의 위기로 말미암은 구조조정 등 1997년 말부터 끊임없이 각 매체의 한 부분을 장식한 ‘구조조정’이 교육부문에서도 시작되었다고 있는 것이다. ‘국립대학발전계획안(국발안)’, ‘사립대학발전계획안’, ‘전문대학발전계획안(준비중)’, ‘7차교육과정’ 이라는 허울좋은 이름을 가지고 교육부문에서 조금씩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을 통해서 경쟁력 있는 대학, 경쟁력 있는 중등학교, 경쟁력 있는 교수, 경쟁력 있는 학생, 이것을 요구하는 것이 지금의 정책이다. “경쟁력이 없다면 시장원리에 의해서 퇴출되어야 한다”라는 시장 기업논리를 거름 없이 교육부문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립대발전계획=국립대 후퇴계획◆책임운영기관(Agency)화-국립대도 공공기관으로서 국민의 세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한다는 기획예산처의 발의로 검토되어온 것이다. ‘책임운영기관화’되게 되면 총장이 대내외적인 공모제를 통해 선출되어, 교육인적자원부 장관과 경영계약을 맺고 조직, 인사, 재정권을 전적으로 책임지게된다. 또한 총장은 3년 간의 임기가 끝나면 경영성과를 평가받으며 그 성과에 따라 연임이 가능하다. 또한 ‘책임운영기간화’한 학교에서는 기존의 기성회계와 일반회계를 통합해 자율적으로 운용하는 ‘특별회계제’를 가능케 한다. ◆대학평의원회 설치-2002년부터 대학경영층, 교수, 직원, 학부모, 동문회, 교육부 장관 추천인, 지방자치단체장 등 다양한 학내·외 인사들이 참여하는 평의원회를 설치한다. 평의원회는 예·결산을 심의하고 총장과 단과대학장 선출방법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권한을 갖게된다 ◆대학 내 행정체제·질 개선-대학 내의 보직교수 수를 제한하는 ‘총보직한도제’를 실시해 보직 남발에 따른 나눠먹기식 비용낭비 가능성을 차단한다. 2002년부터 ‘교수계약임용제’와 업적평가를 통한 연봉제를 도입하고 우수연구교수제와 우수교육교수제를 도입해 인센티브를 강화한다. ◆국립대학 기능분화-2001년 말까지 대학별 평가를 통해 연구중심대, 교육중심대, 특수목적대, 실무교육중심대 등 4개 유형으로 구분하는 교육부 규칙을 만든다. 위의 내용은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얘기하는 ‘국발안’중 대표적 정책이라고 얘기되는 몇 가지 정책이며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것들이다. 우선 ‘특별회계’는 현재 부족한 교육재정을 학생들에게서 메우고자 할 따름이다. 3년 간 20%범위 내에서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게 허용한 후, 이후는 자율에 맡겨서 최종적으로는 국립대학의 등록금을 사립대의 80%수준에 맞추겠다고 한다. 이는 국립대학의 존재 의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다. 더구나 각 학교에서 수익사업을 통해서 부족한 재원을 채우라는 발상은 학생들을 고객으로 생각하고 상품을 팔아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드러낼 따름이다. ‘책임운영기관화’에서 총장에게 실적을 올려야 연임을 시켜주겠다는 정책은,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육에 대한 고민보다는 정치적인 고려만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3년이라는 기간동안 총장이 평가받을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자. ‘등록금 00% 올렸다.’, ‘건물 1~2개 지었다’등의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지표들이 총장의 대학운영에 대한 능력을 평가기준이 될 수 있다고 행정관료들은 생각하는 것일까? 더구나 교수에 대해서 연봉제·계약제를 시행해서, 과연 어떤 효과가 있을 거라고 교육인적자원부는 생각하는 것일까? 백보 양보해서 교육을 시장에 맡긴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지난 9월21일 본교 상산수리과학관에서 열린 ‘국립대 발전계획(안) 대토론회’의 권오승(법과대학)교수의 발제문에서는 “미국과 같이 각 전공별 교수의 노동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한국의 조건에서는 효과를 보기가 힘들다”라고 말하고 있다. 더구나 연봉제의 단점으로 ‘단기적인 업적중시, 부문간의 협력약화’가 일반적으로 얘기되어 지는데, 대학교수에 대한 연봉제 대학교육에 이바지한다고 믿기는 힘들다. 교원수급정책=교원 숫자 어림잡기1999년 전국의 교육대학 학우들이 서울에서 ‘보수교육’ 철회 투쟁을 벌인 것을 학우들은 기억할 것이다. 정년 단축에 따른 교사들의 명예퇴직으로 인해 부족한 초등교사의 자리에, 중등교사에게 단기간 교육 후 발령하는 보수교육에 반대하는 투쟁이 바로 작년에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7월20일 ‘교육여건개선계획’에서 “2003년까지 학급당 학생 수를 35명에 맞추겠다.”는 내용을 발표해 논란을 빚고 있다. 학급증설에 따라 2003년까지 더 필요한 초등교원의 수는 26300여명인데 비해, 현재 초등교사를 준비하고 있는 전국의 교육대학학생(이하 예비교사)의 수는 1학년에서 4학년을 모두 합해도 2만 명을 조금 넘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초등교육현장에서는 부족한 교원을 채우기 위해 다시금 ‘보수교육’이 언급되고 있고, 심지어 강원도와 경기도 등의 지방 교육감들은 ‘교원양성소’까지 언급하고 있다. 다음 세대(世代)를 교육할 목적으로 세워진 교·사대의 특수성에 대해서, 교육인적 자원부가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단 2년 후도 내다보지 못하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정책은 예비교사들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실질적으로 이 문제에 부딪히고 있는 서울교육대학을 찾아가 보면 “정말 싫어 교육인적자원부”, “내가 가르쳐 줄게 ‘교육인적자원부’야~~!”등의 내용을 담은 자보를 학교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교대의 문제만도 아니다. 중등교사를 교육하는 사범대의 경우도 이와 별반 차이가 없음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최근의 임용고사에서 미술교과는 전국에서 3명만을 뽑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도 졸업하는 사범대생의 숫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선발인원으로 고생하는 학우를 보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 교원수급에 대한 장기적 안목 없이 무턱대고 사범대를 늘린 정책 때문에, 피해는 학우들이 다 감수해야 하게 된 것이다. 교사 성과급제=돈 놓고 돈 먹기?“얼마 전 아침 조회 때 성과급이 나왔으며 3단계로 지급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통장을 보니 C등급의 성과급 31만830원이 지급되어 있었다. 교장선생님의 말로는 선생님들이 투표한 결과대로 지급하였다고 한다. (중략) 나는 이제껏 자부심을 느끼며 수업을 했고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으며..(중략) 그런데 내가 C등급의 교사라는 것이다. 학교와 동료들과 제자들과 가족들 생각으로 잠이 오질 않는다. (중략) 성과급이 이렇게 나를 비참하게 만들 줄 몰랐다. 나는 성과급을 반납하겠다.” 한겨레신문 9월 29일 국민기자석 코너에 한 고등학교 교사가 가명으로 기고한 글이다. 한 교사의 심정에 충분한 동의를 할 수밖에 없는 글이다. 뿐만 아니라 교사에게 등급을 메기는 기준이 너무나 모호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래는 올 초 각 학교에 전달된, 교사 성과급제 평가요소이다. 첫째. 주당 수업시간 수 : 50 ∼70% ⇒ 수업시간, 특별활동·재량활동·특기적성교육의 2개의 세부 요소를 두며 둘째. 담임 또는 보직 및 파견근무 여부 : 20∼30% ⇒ 담임교사 보직교사수당 받는 자를 원칙으로 하고 셋째. 특수공적 : 학교 내 특수업무공적, 근무성적 평정, 수업발표, 각종 연구대회, 학생경시대회 참가지도 실적을 기준으로 하였다. 언뜻 보기에는 잘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평가기준으로 초·중들 교사를 바르게 평가할 수는 없다. 지식만을 전하고 정해진 과정을 이수케 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 아닐 진데, 교육인적자원부가 평가하고자 하는 교육자의 상은 거기서 멈춰있는 듯 하다. ‘돈을 더 받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 일하고, 더 많은 것을 학생들에게 외우게 하라.’ 입시문제를 해결해야할 교육인적자원부의 수준이다. 교육=공공재?1990년대부터 각 국가가 시행하는 공교육성에 수정이 가해졌다. 우리나라도 그러한 조류를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무교육으로 시행되고 있는, 초등·중등교육에서 공공성이 지켜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의무교육이 아니고, 실제로 개인의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하는 고등교육에 대해서도 그 공식은 성립할 것인가? 하지만 ‘경쟁력 있는 대학에 경쟁력 있는 교수가 가르치고, 경쟁력 있는 학생만 다녀야 고등교육이 아닐까?’하는 기업에 해당할 듯한 질문을 던져본다. 그러나 ‘대학=기업’이라는 공식은 어색하다.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교육받을 권리’를 내세우는 것은 너무 이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의 효과가 개인에게만 돌아가는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박찬호와 박세리가 외교관 100명의 역할을 한다고 언론에서 얘기한 적이 있다. 시장의 원칙을 내세우는 정책입안자 들은 그들의 역할에 대해서 어떤 대가를 지불할 것인지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아니 꼭 유명인 만이 아니라,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는 것, 역시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그에 대한 대가는 전혀 고려치 않으면서 정부는 교육을 시장의 원리에 맡겨야 한다만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재정 2% 부족할 때김대중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교육재정을 GNP대비 6%로 확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집권말기가 되어 가는 지금 교육재정은 정권 초의 5%대 보다도 떨어져 4%를 조금 넘을 뿐이다. 현재 교육인적자원부의 정책이 많은 논란을 일으키는 이유는 가뜩이나 재정이 부족한 현실에서, 재정확충 없이 변화만을 주고자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현재 교육인적자원부가 하고 있는 교육정책은 대선 공약은 온데간데없이, 부족한 재정을 교육의 시장화를 통해 알아서 확충하라는 것 밖에 안 되는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인적자원밖에 없다고 하는 남한에서 교육에 대해서, 그 전체를 책임지겠다는 교육’인적자원(?)’부가 하는 정책은 너무 위험해 보인다. 압축근대를 거치며 관료들의 영향하에서 남한의 교육이 성장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관료들에 의한 일괄적 정책이 일정부분 성과를 이루었음도 부정하긴 힘들다. 하지만 교육인적자원부가 해야 할 일은, 각 교육 일선에 있는 사람들이 고민하는 것과는 달라야 한다.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일선에서 교육 현장에 몸담고 있는 주체가 맞아야 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할 일은 ‘인적자원’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교육을 위한 기반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모든 것을 관료적인 마인드로 일괄적으로 처리하려고 하는 현재의 모습에 많은 우려를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