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미군기지이전은 주민들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너무 어려운 게 또 문제다. ‘전략적 유연성’이니, ‘행정대집행’이니 하는 용어들에 대해 느껴지는 거리감은 ‘처녀생식 줄기세포’를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 못지않다. 기자도 어렵고 들어도 모를 소리, 짜증만 나는 소리를 하는 건 아닌가 미안한 생각마저 든다. 특히 행정대집행 절차의 적법성이나 대추리, 도두리 일대에 대한 국방부의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의 정당성은 언론을 통해 짤막하게 등장하는 내용만으로 그 전모를 파악하기 힘들다. 송상교(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의 설명을 따라가며 평택 미군기지이전을 둘러 싼 현재까지의 법률적 쟁점들을 간단히 추려, 쉽게 풀어보자.# 철조망과 천막이 보호할 군사시설?서울대저널(이하 저널) : 최근 민변에서 군사시설보호구역 설정처분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정부의 어떤 잘못을 지적하는 것인지 알기 쉽게 설명해 달라. 송상교 변호사(이하 송) : 알려진 대로 국방부는 5월4일 대추분교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하자마자 미군기지이전 예정지인 285만평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 철조망을 설치하고 내부에 군대를 주둔시켰다. 정부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을 빌미로 주민들조차 농경지에 출입할 수 없도록 통제하는 한편, 철조망을 넘어 농경지로 들어간 사람들을 무더기로 연행했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은 중요한 ‘군사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설정되는 것이고, 이 군사시설은 설정 당시에 이미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된 땅은 당시 주민들의 주거지와 농경지였을 뿐이고, 보호할 만한 군사시설은 누가 보아도 전혀 없었다. 국방부는 실제로는 주민들의 출입과 농경을 차단할 필요 때문에 ‘군사시설보호구역’을 미리 설정해 놓고, 사후적으로 철조망을 치고 군인들을 주둔시켜 임시천막 등을 세운 뒤 철조망과 천막이 군사시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뒤가 완전히 바뀐 셈이다. 절차적으로도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라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국방부군사시설보호구역심의위원회의 심의와 국방부장관의 설정 이전에 관계행정기관의 장(평택시장)과의 협의를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데, 과연 평택시와 사전 협의를 거쳤는지 지금까지도 진실이 묘연하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의 설정과 같은 중대한 일은 긴 시간을 두고 협의하고 의결을 했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단 며칠 만에 졸속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국방부와 평택시 등이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설정한 과정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이처럼 군사시설보호구역 설정은 처음부터 요건을 전혀 갖추지 못한 위법 행위이므로 효력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본다. 그런데도 철조망을 손괴하고 무단으로 들어갔다고 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연행되고 구속까지 되고 있으며, 농민들은 속수무책으로 자신의 논밭을 바라만 보고 있다. 군사시설보호구역 설정처분 무효확인 소송은 바로 이점을 밝히고자 제기된 것이다.photo1# 행정대집행은 편법적 끌어내기, 평시의 ‘군 동원’은 근거가 없다저널 : 국방부는 일련의 강제수용절차가 합법적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 5월 4일에 있었던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군 병력이 동원되었고, 심각한 유혈사태를 빚었다. 정부의 법적 정당성 주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송 : 행정대집행이라는 것은 건물 철거 등 이른바 ‘대체적 작위채무’에 대해 행정청이 직접 행사하는 것이다. 따라서 행정대집행 절차로는 건물을 철거할 수는 있어도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을 강제로 쫓아낼 수는 없다. 사람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별도로 ‘점유이전가처분결정’에 따른 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국방부는 곧장 행정대집행(건물철거)을 하지 못했고 먼저 주민 2명을 상대로 ‘대추초등학교 점유이전가처분’을 받아서 가처분집행을 먼저 하려했다. 그런데 주민들의 저항으로 여의치 않자, 국방부는 편법을 동원했다. 가처분 집행기간은 원래 2주인데, 집행기간이 사실상 무기한으로 된 가처분 결정문을 받는가 하면, 가처분에 기재된 주민 두 사람에 대해서만 효력 있는 가처분을 가지고 경찰력을 동원하여 초등학교에 진입했고 모든 사람들을 강제로 끌어냈다. 다시 말해, 국방부는 행정대집행 절차를 통해 사람들을 끌어낼 권한이 없는데도 편법적으로 사람들을 모두 끌어낸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군 병력까지 동원되었다는 것이다. 평시에 군사작전도 아닌 행정대집행이라는 행정적 절차를 진행하는데 도대체 어떤 근거로 군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