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1″Video kill the radio star.” 활자에서 음성으로, 다시 영상으로 – 그리고 통합적 뉴 미디어인 인터넷까지.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은 기존의 미디어를 잠식한다. 그러나 지금, 빛 바랜 아날로그적 매체가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소출력 라디오, 소위 공동체 라디오가 바로 그것이다. 공동체 라디오란, 1와트 이내의 소출력으로 에프엠 주파수(88~108㎒) 대역에서 제한된 지역에만 송출되는 ‘동네 방송’을 일컫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관악, 마포, 분당, 나주, 영주 등 수도권과 지방소도시를 중심으로 한 8개 라디오방송국이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동체 라디오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명쾌한 해답을 듣기 위해 미지근한 햇살이 내리쬐는 5월의 어느 오후, 관악구 봉천동의 한 허름한 건물 5층에 자리잡은 관악공동체라디오를 찾았다. 관악FM은 2004년도 11월에 방송위원회 소출력 라디오 시범사업자로 선정되어 2005년 10월 10일 정식 개국한 후 2번의 개편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관악FM을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방송본부장 안병천(31) 씨. 대학 시절 학생회 활동을 했던 안 본부장은 운동권이 부르짖는 거대한 담론보다는 아래로부터의 변혁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하해 미디어 운동에 뛰어들었다. 그 후 그는 2001년부터 공동체라디오를 연구하는 모임인 ‘미디액트’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그 구체적 실천을 위해 출자금을 모아 관악공동체라디오를 설립하게 되었다. 소비가 아닌 소통의 공동체를 꿈꾼다 태국에서는 2000년, 주파수 관련법이 통과되어 전체 주파수의 20%를 공동체 라디오에 할당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경우 남북 분단의 특수성 등을 이유로 들어 주파수 통제가 과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안 본부장은 주파수의 공공성을 역설한다. “주파수도 하나의 공공재라고 생각해요. 다수가 공유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이를 독점하고 임대하는 식이죠. 그걸 임대하는 건 대개 거대 자본이구요. 결론적으로 방송이 지나치게 상업화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소통이 아니라 소비를 하고 있는거죠.” 그의 언론관은 확고하다. 기성언론의 ‘출중한 실력’은 인정하나, 이는 광고나 협찬 등을 매개로 상업자본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세태에 당당히 반기를 든다. “우리가 추구하는 건 소통하는 공동체에요. 거대 자본에 의한 일방적인 주입이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이 직접 만드는 방송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거죠. 사소하지만 생활과 밀접한 지역소식을 나눌 수도 있구요. 최근 선거방송을 기획중인데,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관악FM은 지역밀착형 미디어의 장점을 살려 주민들과의 다양한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인터넷 지역신문「프로메테우스」, 지역 방송국 「관악저널」과 연계하여 생활정보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으며, 인터뷰를 통해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생생히 담아내기도 한다. 주민들의 반응도 좋다. 자신의 목소리가 방송에 나올 때마다 신선한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관악FM이 관악주민들의 주요 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기는 어렵다. 자체적인 홍보가 부족하며, 지역 주민들의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지역 커뮤니티 포탈 사이트도 없기 때문이다. 안 본부장은 공식 홈페이지가 구축되면 이러한 면이 보완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연령층의 목소리도 수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photo2자원봉사자의 손으로 꾸려지는 ‘공동체’라디오 현재 관악공동체라디오는 3명의 상근자와 실제 방송을 제작하는 5~60명의 자원봉사자로 이루어져 있다. 관악FM은 그야말로 ‘공동체’ 방송이다. 20대 대학생에서 40대 직장인까지, 다양한 연령의 자원봉사자들의 손으로 방송이 기획되고 제작된다. 심지어 30평 남짓한 사무실은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발굴’되고 ‘창작’된 것. ‘gFM’이라는 산뜻한 로고 및 방음벽은 100% 수작업으로 만들어 졌으며, 각종 가구와 설비는 기업에서 버려지는 물품을 지원받은 것이라고 한다.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하루에 18시간 동안 방송되는 관악FM은 시사생활프로그램 1개, 문화교양 6개, 음악프로그램 2개로 구성되어 있다. 하루 실제 제작물은 4시간 정도의 분량. 나머지 시간은 BGM으로 진행된다. 이렇듯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운영되는 관악FM은 일체의 광고나 협찬을 받지 않는 비영리운영을 추구한다. 재정은 방송위원회의 지원금과 후원금으로 꾸려진다. 후원금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후원회 조직이 없기 때문에 자금난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안 본부장은 재정보다는 오히려 책임의 문제 때문에 종종 힘든 점이 있다고 토로한다. “처음에 너무 쉽게 봤어요. 생각보다 거대한 사업이더라구요. 재정적인 어려움도 물론 있죠. 그러나 운동의 책임성이 명확하고 비전이 있으면 초기 희생은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책임의식이죠.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만큼 책임과 신뢰의 문제가 갈등을 낳을 때도 있어요.” 그러나 그는 지역 사회의 새롭고 다양한 면을 많이 보게 되어 신선하다고 말한다. “절대적 무의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나가는 거잖아요. 얼마나 재미있는 일입니까.” 소(少)수자의 목소리를 담는 소(小)출력 라디오 공동체 라디오의 기원은 무허가 해적방송이다. 외국의 미디어운동 단체들은 이를 양성화하기 위한 싸움을 벌여왔으며 지금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대표적인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됐다. 이주노동자, 동성애자, 전문 예술인, 인종집단, 지역공동체 등 방송의 주제도 다양하다. 사회적 약자의 매체 접근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영국, 캐나다 등 정부가 기금을 마련해 지원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또다른 공동체라디오인 마포FM에서, 레즈비언 프로그램을 통해 성적 소수자의 소통 공간을 마련하는 등의 시도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관악FM에서는 어떤 시도를 하고 있을까? “기성 언론보다는 상대적으로 진보적 담론을 다루기 쉽죠. 그런데, 시간 부족은 차치하고서라도 역시 책임의 문제가 중요하거든요.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려면 문제 의식을 지속적으로 갖고 있을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다들 의식은 있지만 실천 의지가 부족해요. 직접적인 주체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photo3 안 본부장은 개국 후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관악FM만의 명확한 색깔을 규정한다거나, 한국식 공동체 라디오는 어떠하다는 식의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실험은 계속된다. 2005년 4월 25일 공동체라디오 관련 법을 골자로 한 방송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를 통과함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 미디어가 제도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항을 놓고 시민단체와 정보통신부, 그리고 방송위원회 사이의 의견을 조율하는 데 진통을 겪고 있다. 안 본부장은 시범범사업체를 선정할 때 구체적 현황조사조차 없었던 것이 근본적인 문제임을 지적한다. 최근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위원회가 출범했는데, 이는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문제가 합리적으로 해결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5·31 지방선거를 앞둔 관악FM는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정책 토론회 및 후보자 인터뷰 등 신속하고 정확한 선거방송을 만드느라 쉴 틈이 없다. “하루 종일 바빠요. 어쩌다 보니 인생이 이렇게 꼬였네요.” 인터뷰 내내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던 안 본부장은 마지막 말을 꼭 강조해달라고 덧붙이며 자리로 돌아갔다. 그의 지친 어깨 너머로, 앞으로 관악FM이 하나씩 바꾸어 나갈 공동체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 본다.
“안녕하세요, 100.3MHz 관악FM입니다”
photo1″Video kill the radio star.” 활자에서 음성으로, 다시 영상으로 – 그리고 통합적 뉴 미디어인 인터넷까지.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은 기존의 미디어를 잠식한다.그러나 지금, 빛 바랜 아날로그적 매체가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소출력 라디오, 소위 공동체 라디오가 바로 그것이다.공동체 라디오란, 1와트 이내의 소출력으로 에프엠 주파수(88~108㎒) 대역에서 제한된 지역에만 송출되는 ‘동네 방송’을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