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교수와의 소박한 만남

“자네 막걸리 할줄 아나?” 기자가 그를 만나고자 전화를 했을 때 처음으로 들은 말이었다.그리고 그 다음주 월요일.수업시간에 걸려온 전화 한통.“나 짐 막걸리 한잔 하고 있는데, 지금 올 수 있나.수업 그만하고 얼릉 나오래이” 정창현 명예 교수와의 만남은 그렇게 이루어졌다.정 교수는 이번에 퇴임하였고 이미 기성언론에서 한 번씩 다룬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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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막걸리 할줄 아나?” 기자가 그를 만나고자 전화를 했을 때 처음으로 들은 말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주 월요일. 수업시간에 걸려온 전화 한통. “나 짐 막걸리 한잔 하고 있는데, 지금 올 수 있나? 수업 그만하고 얼릉 나오래이” 정창현 명예 교수와의 만남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정 교수는 이번에 퇴임하였고 이미 기성언론에서 한 번씩 다룬 인물이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1회로 졸업하고 MIT를 거쳐서 서울대 최연소 교수가 된 그는 사실 이러한 천재성보다 애주가와 ‘괴짜’로서 더 유명하다. 서울대 입학 시험 아침에 고량주 한 병을 마시고 시험장을 향했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있다. 그의 호도 주졸(酒卒)이라고. 만나자마자 그는 자기의 책 한권을 건넸다. ‘이 세상 무엇이 두려우랴’는 제목의 글 모음집이었다. “제목 어때? 사기 치는 것 같지 않아?”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서울대 정문 옆 막걸리집에 자리를 잡자마자 막걸리 2병과 감자전을 시켰다. 요즘 기자들로부터 너무 많이 연락이 온다는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한 그는 그러면서 많은 부분이 왜곡되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난 원자력박사 1호가 아니야. 원자력이라는 학위도 없고 난 원자력을 들여온 첫 번째 한국인일 뿐이야. 다 기자들이 작문한거지.” 총학생회장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그는 손을 내저으면서 “그 당시 선거가 3번이나 무산되었고 12개 단대회장들이 돌아가면서 하자고 내가 제안을 했을 뿐이야”라며 다시 한번 기자들의 작문 행태를 꼬집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책으로 넘어갔다. 이공계열 교수가 이런 글 모음집 내는게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글을 쓰는건 고통스러워. 그러나 나를 행복하게 하지. 다만 나의 생각들이 너무 압축적으로 들어가다보니 쓰고 나면 항상 아쉽지”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교육부 장관과의 만찬 이야기로 넘어갔다. 정 교수가 교육부 장관과의 만찬에서 장관에게 ‘머리에 든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짱구다’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때 나는 당당했어. 나에겐 자신감이 있었거든. 이렇게 교수가 되어 지내다 보면 젊은이들이 옳은 경우가 많아. 항상 자신감을 가지고 나처럼 당당해지라구. 알았어?” 애주가 교수를 만났는데 술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없었다. “제자들하고 술 안 마시면서 만난적은 없는 것 같네. 허허”라고 말하는 정 교수. 학생들과의 관계도 돈독했던지 그는 사은회를 몇 번씩이나 치러야 했다고 한다. 나중에는 그만 해주라고 화내기까지 했다고. 술을 너무 많이 드시면 건강에 해롭지 않냐고 조심스럽게 드린 질문. “마음이 편한데 무슨 상관이야?” 흥은 돋워지고 그의 입에서는 남인수의 ‘낙화유수’가 흘러나왔다. “세월은 흘러가고 청춘도 가고 한·많은 인생살이 꿈같이 갔네… 인생은 그냥 왔다가 그냥 가는 것이야.” 순식간에 1시간이 가고 기자의 얼굴도 빨개졌다. 그걸 눈치 챘는지 정 교수도 이제 가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리니 무슨 마지막 말이냐고 어서 가란다. 싱거운 대답에 다소 실망하면서 또, 비틀거리면서 일어난 기자의 손을 잡고 한 마디. “God bless you” 걸어가며 흘깃 돌아보니 텅 빈 막걸리 4병만이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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