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논리와 개발패러다임에 의해 추진된 새만금 사업은 환경과 주민 생활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이미 공사 지역 전체에 외부 방조제를 건설한 상황에서 갯벌의 자생적인 복원력은 약해졌고 갯벌의 환경은 앞으로 더욱 나빠질 것이다. 계화도에서 만난 한 주민은 “밀물 썰물이 없으면 (갯벌 생물들이) 다 죽는다”며 안타까워 했다. 풍성했던 갯벌 생태가 무너지는 것은 곧 어패류를 잡는 것으로 유지되는 주민생활의 악화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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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이 막힌 새만금 갯벌엔 백합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공사 계속된다는 전망이 이어져
투입되는 비용의 측면에서 접근해도 새만금 사업에 현재까지 투입된 자본은 그야말로 새 발의 피다. 새만금 사업 계획이 처음 수립된 1991년 예산은 약 2조 510억 원이었으나 2006년까지 이미 약 2조 1천억 원이 사용됐다. 하지만 정부가 작년에 발표한 ‘새만금 간척용지의 토지이용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데만 3조6천억 원에서 6조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2021년 이후 산업단지, 도시건설, 항만 조성 등을 위해 본격적으로 써야 할 예산은 포함돼지 않은 액수다. 녹색연합 사무국장이었던 장원 전 대전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4급수를 달성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새만금의 내부 수질을 개선하는 데만 2조6천억 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불량하수관거 정비 예산까지 들여 수질개선을 위한 인프라를 완벽하게 구축하려면 재정자립도가 낮은 전라북도가 과연 실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비용문제에 대해 비관적인 태도를 보였다.환경도 경제성도 보장할 수 없는 새만금 사업이 여기서 중단될 수 있을까. 환경연합의 김경원 씨는 “갯벌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은 형성됐지만, 지난 수십 년 간 지속돼왔던 개발패러다임에 비해 저항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하다”며 개발세력에 대항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강길 감독도 ‘(새만금 사업은) 국책사업인데 어떻게 하냐’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며 경제논리를 깨는 것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새만금 사업에 확정판결을 내리고 물막이 공사가 마무리된 만큼 사업이 전면 백지화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한국의 갯벌보존은 북유럽 3국의 바덴해 보존운동과는 차이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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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덴해 갯벌의 일부-갯벌 보호와 관광객 유치의 두 가지 목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
북유럽 연안의 바덴해의 경우에는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 삼국에 걸쳐 관리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바다와 해안관리에 ‘지속가능한 이용을 보장하는 통합적인 연안관리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해안지역의 규제와 자연보전을 위해 ‘핵심지역’을 지정해 엄격하게 이용을 규제한다는 점이다. 독일은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호한다. 갯벌 국립공원은 조사연구를 통해 3단계 구역으로 나누어 보전방법과 강도를 다르게 하는데, 전체 국립공원 면적의 54%에 해당하는 1단계 보호구역의 경우 학술적인 연구를 위해 갯벌에 들어가더라도 당국에 신고해야 할 만큼 엄격히 관리된다. 덴마크에서는 1982년에 바덴해를 자연과 야생생물 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따라서 바덴해의 자연환경을 파괴하거나 영구적으로 변형시키는 활동은 금지된다.이강길 감독은 사람들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독일이나 네덜란드의 갯벌 보존정책에 대해 “그것도 일종의 개발”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갯벌이 다른 나라의 갯벌과 다른 점에 대해 “우리의 갯벌에는 늘 사람들이 있어 왔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의 출입을 막고 그 생태만을 보존하는 것은 우리 현실에 맞는 보존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즉, 한국 갯벌에 있어 진정한 보존은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지금껏 살아온 것처럼 앞으로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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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길 감독은 “한국의 갯벌엔 늘 사람들이 있어 왔다”며 주민들과 함께 하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개발 사업과 생태 복원이 같은 맥락에서 진행된다?
미국의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은 습지 환경 파괴와 복원의 좋은 예다. 플로리다주 중부에 있는 에버글레이즈의 경우 1880년대 개발이 시작돼 늪지의 반 이상이 본래 모습을 잃었다. 그러나 4차례의 홍수로 피해가 잇따르고 서식하던 생물들의 다수가 멸종되자 마침내 1990년에 복원계획이 확정돼 1998년부터는 물채우기 작업이 시작됐다. 약 3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의 절반을 연방정부가 부담하기로 했다. 불필요한 개발이 없었다면 복원을 위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낭비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이 경우에서 찾을 수 있는 미국의 습지 복원의 특징적인 점은 과거 개발하며 망가뜨린 환경을 오히려 돈을 들여 원래대로 복원시키려고 한다는점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복원정책에도 문제점은 있다. 그 복원 역시도 경제논리에 따라 이뤄진다는 점이다. 환경연합의 김경원 씨는 “청계천을 복개했던 사람들이 복원했던 것”을 언급하며 “복원하는 것도 또한 새로운 경제적 행위”라고 말했다. 개발이 또 다른 형태로 진행되는 식의 복원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주거지로 개발됐으나 침수 피해 등을 해결하지 못해 쓰레기매립장으로 전락했던 텍사스 베이타운의 경우 자연센터 및 공원으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버려진 공간을 새로운 생태공간으로 복원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사업’에서 경제성이 고려됐다는 것은 이 문제가 여전히 경제논리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새만금의 경우도 언젠가 방조제를 트게 될 수도 있지만 그 트는 것마저도 개발 패러다임의 일부인 상황에서 제2의 새만금은 언제라도 다시 생길 수 있다.‘일본의 새만금’ 이사하야만, 자연권리소송 진행 중일본의 경우 갯벌 개발은 상당부분 한국과 비슷한 면이 있다. 1952년 계획된 거대간척사업은 쌀 생산 증가에 따라 농지 필요성이 감소되면서 1970년 중지됐다. 1982년 다시 시작된 「남부 지역 개발 계획」에 의해 다시 시작된 간척사업은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1983년 농수성이 계획을 축소하여 「방재 종합간척사업」을 발표하자 정치적인 필요성 때문에 부활했다. 1997년 마침내 방조제 공사가 완성되고 불과 6개월 만에 갯벌 환경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이사하야만 갯벌긴급구제본부의 야마시타 대표는 “남북 250개 수문을 열어 조수를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해수가 들어오면 만 밖에 분포해 있던 사멸된 생물종들이 만 안으로 들어와 주변 갯벌이 원래의 모습으로 복구되기 때문이다. 유래가 없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사하야만은 이미 시작된 개발과 갯벌의 순기능을 사이에 두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생태교육장, 어류산란장, 농업을 위한 지대를 구분해 관리하자’거나 또는 ‘문제가 되고 있는 제방 곳곳을 헐어내고 그 부분을 다리로 연결해 생태관광사업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등의 제안도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대안은 개발이냐 보존이냐의 문제에서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경원 씨는 “단순히 개발과 보존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논리가 아니라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하는 출발점에 서게 됐다”며 기존의 이분법적 생각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연권리소송’이 진행 중인 이사하야만의 경우는 어떻게 결론이 나든 한국 갯벌운동에 중요한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새만금은 막혔지만 진 것 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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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단체, 지역주민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는 고은식 씨. |
마지막 물막이 공사가 끝난 지 어느새 거의 1년, 새만금 사업은 점점 잊혀진 이슈가 돼 가는 듯하다. 고은식 씨는 “이제는 환경단체들도 ‘조사’ 쪽에 더 큰 의미를 둔다”고 말했으나 “(주민들과도) 어딘가에서 만나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경원 씨는 “새만금에서 각종 환경 문제가 발생했지만 크게 회자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새만금이 막히면 환경 재앙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갯벌 생태가 죽는 등 문제가 생겼지만 워낙 큰 충격을 예측했기에 실제 일어난 문제에 무감각해졌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이미 발생한 환경 문제가 더 작아 보이는 면도 있다. 이는 농촌 공사가 건조기에는 물을 넣고 지역 주민들을 이용해 소금바람을 방지하기 위해 염생 식물을 뿌리고 썩은 조개를 버리는 등 환경 문제로 인해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킬만한 요지를 방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형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자연스레 해수가 유통되지 않는다는 데서 생겨나는 근본적인 문제는 국가 기관이나 연구자들도 풀지 못하고 있다. 고은식 씨도 “시화호의 사례로 정부도 많은 것을 알았다”며 환경오염 문제를 조절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물막이 공사 이상을 진행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해 공사가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김 씨는 설령 새만금이 막혔더라도 운동이 실패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환경단체가 ‘새만금은 중요한 갯벌이고 지구 생태계의 콩팥’이라는 의식을 끊임없이 환기시켰기 때문이다. 그는 “새만금이라는 지리한 싸움이 우리 사회에서 갯벌이라는 공론화를 만들어냈다”며 10년 간 싸운 과정을 폄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개발 패러다임이라는 큰 틀의 관점에서 볼 때 개발의 대상은 새만금뿐만이 아니다. 비록 새만금에 비교해 규모는 작지만 장항갯벌같이 새로운 개발 대상이 계속 생겨난다. 장항갯벌의 경우 건설교통부와는 달리 해양수산부는 ‘갯벌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정부 안에서도 입장이 다른데 이 같은 변화가 새만금 보존운동으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은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넓은 시각으로 새만금을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만금을 이야기함으로써 환경에 대한 인식을 증진시키게 되는 것이다. 예비 대권주자들이 각종 개발정책을 내놓고 있는 이 시점, 새만금의 재조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