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립대학 법인화는 올해로 도입 3년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법인화로 인해 생긴 눈에 보이는 변화로는 등록금 인상을 꼽을 수 있습니다만, 아직은 금액의 상승 폭이 그렇게 크지 않아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렇게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지 않습니다. 타 학생들의 반응을 살펴보자면 아직 시행한지 2년 밖에 지나지 않아서인지 체감하는 것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등록금 인상과 학부 재편 등이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므로 상관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이것은 학생들이 옛날에 비해 학교 일에 무관심한 일과 관련이 깊은 것 같기도 합니다.순수 학문의 위기 심화정작 학생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입니다. 현재 일본 문부과학성(일본의 교육부에 해당)에서는 법인화의 규칙에 따라 각 국립대학과 학부 등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만, 그 조건으로 5년에 한번씩 학문적 성과를 낼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조건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에는 보조금을 삭감한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러나 인문 과학 계열의 연구는 그 특성상 눈에 띄는 학문적 성과를 보이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소속돼 있는 문과3류는 인문 과학 계열의 교양 과정으로 역사학, 철학, 사회학 등 이른바 인문 기초 학문 분야를 중심으로 강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부 교수님들께서는 강의 중에 종종 법인화에 대한 불만을 말씀하시고, 그러한 불만들은 그대로 학생들에게 전달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역사학 연구의 길을 걷고 싶어 입학한 친구는 교수님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타 계열 학과로의 진학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고, 저 또한 진로 선택에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중요한 문제는 국립대가 ‘돈 되는 학문’을 중요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국립대의 장점은 원래 정부의 지원 아래에서 기초 학문을 꾸준히 연구하여 국가의 근본 학문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법인화를 하면 비인기학문들이 쇠퇴하고 본부에서 돈이 되는 학과를 지원하거나 신설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납니다. 대표적인 예로 도쿄대 경제학부의 ‘금융학과’ 개설, 문학부 총장의 지원금 관련 발언, 히토츠바시대학의 상학부 지원 증대 등이 있습니다. 기초 학문을 버려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많은데, 대책이 시급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법인화에 따른 고민은 단순히 인문 과학 계열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학문적 성과가 인문 과학에 비해 보이기 쉬운 사회 과학 계열, 이공 계열의 학생들도 법인화에 고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문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보이는 학문’에 집착하는 경향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기초 연구 분야는 소홀해지기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사회 과학 계열이나 이공 계열에서도 기초 분야를 연구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은 선택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수익성 위주 대학 운영, 법인화 앞서 보완책 마련해야일본 국립 대학 법인화의 5대 원칙은 국립대의 자율적 운영, 민간인에 의한 대학 재정 운영, 학외자의 참가에 의한 대학 경영, 비공무원제, 제3자 평가 방식입니다. 법인화로 인해 대학이 국가에 종속된 상태에서 벗어난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시행 2년째로 표면으로 드러나는 일은 없으나, 경험 미숙으로 인한 재정 실패가 염려되고 있습니다. 특히 민간인에 의한 대학 재정 운영은 아무래도 시설개선 및 교육의 질 문제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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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대표적인 국립대 동경대학교의 야스다 강당 |
제3자 평가 시스템은 국가의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자율적 운영이라고 해놓긴 했지만, 제3자 평가를 통해 국가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제3자 평가위원들을 선발할 때 정부 관료 측 사람들을 심어 압력을 가할 수 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