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도 어김없이 새 학기가 돌아왔다. 새 학기를 맞이하면서 골치 아픈 것 중의 하나는 분명 수업시간표이다. 학교에서 규정한 교과과정에 맞추어 전공수업과 교양수업을 적절히 배치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전공수업과 교양수업의 학점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하나 빼먹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핵심교양’이다. 핵심교양은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필수’교과목으로 최소 9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교과목에 대해 얼마나 알고 듣는가. 그냥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들으라고 했으니까, 친구들이 들으니까 덩달아 듣는 것은 아닌가? 핵심교양 교과목은 어떻게 선정되는지, 학생들이 말하는 핵심교양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주의 – 혹시 아직까지 핵심교양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던 학생이 있다면 이 글을 보는 즉시 자신의 수업시간표를 확인하기 바란다. 핵심교양 학점을 채우지 못해 졸업을 못할 수도 있을 테니까. photo12002년 1월부터 4개 분야 약 80여개 강좌 개설 핵심교양은 2002년 1월부터 시행된 교양 교과과정에 맞추어 새로 생겨난 교양교과목이다. 이전에는 ‘교양’으로 묶어져 있던 과목들이 ‘학문의 기초’, ‘핵심교양’, ‘일반교양’등의 세 종류로 나누어진 것이다. 핵심교양의 목표는 ‘현대사회에서 지식인으로서 공유해야 할 지식의 기본적 틀을 다양한 관점에서 교육하기 위함’이며, ‘문학과 예술, 역사와 철학, 사회와 이념, 자연의 이해’등의 4개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영역에서는 9학점 이상을 필수적으로 이수하여야 하며, 이는 최소한 3개 분야에서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핵심교양으로 등록하고 싶은 과목이 있다면 우선 그 과목의 담당교수가 각 단대에 신청해야 한다. 단대는 신청서를 기초교육원으로 전달하고, 최종적으로 교육과정 심의위원회에서 그 과목의 개요 및 내용을 심사한다. 교육과정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교과목들이 현재 4개 분야의 약 80여개의 강좌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교과목 개설의 취지는 어디로 이렇게 핵심교양으로 지정된 교과목들은 공대와 음대, 자연대를 제외하고는(이 대학들에서는 3학년까지 핵심교양을 수강할 수 있다) 모든 단대에서 1, 2학년 중에 수강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수강편람에 게시된 ‘교양과목 학점 배분구조표’를 보면 알 수 있다. 기초교육원 측은 “배분구조표는 ‘단대별 교과과목 이수규정’에 따라서 만들어진 것이다”라며, “대부분의 단대에서 1, 2학년 중에 쌓은 교양실력을 바탕으로 3, 4학년 중에는 전공교과목에 중점을 두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핵심교양’이란, 말 그대로 저학년 학생들이 대학생활에서 ‘핵심’이 되는 교양을 공부하는 과목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초교육원의 취지와는 다르게 대부분의 학생들은 핵심교양을 1, 2학년 중에 듣지 않는다. 인문학부에 재학 중인 A 씨(03)는 “선배들이 핵심교양 과목은 글쓰기 숙제도 많고 공부할 양도 많아서 저학년 때 수강하면 학점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아직 신청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대학생활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는 수업이 대학생활의 막바지에야 이루어진다면, 처음 과목을 신설할 때의 취지는 어디로 간 것인가. 보다 정확하고 적극적인 알림 필요 수강편람의 ‘교양과목 학점 배분구조표’에는 핵심교양의 각 분야별로 필수 이수 학점이 표시되어 있다. 기초교육원 측은, 학생들이 이 배분구조표에 따라서 수업시간표를 편성해야 한다고 한다. 실제로 핵심교양 교과목들은 1학년(또는 단대에 따라서 1, 2학년)에게 신청 우선권을 주도록 되어 있어, 수강신청 시에 다른 학년의 학생들에게는 신청이 제한되어 있다. 문제는 학생들이 ‘교양과목 학점 배분구조표’를 하나의 예시로만 알고 있다는 것이다. 수강편람 어디에도 ‘교양과목 학점 배분구조표’에 따라서 핵심교양을 들어야 한다는 말은 없다. 다만 배분구조표의 비고란에 ‘최소한 3개 분야 이상에서 9학점(또는 단대에 따라서 12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고 게재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니, 학생들은 학년별로 표시되어 있는 숫자가 그저 졸업 전에만 이수하면 되는 학점인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사태가 이렇다 보니 수강신청 시에 당황하는 학생들도 있다. 경제학부 03학번 B 씨는 배분구조표를 예시로만 생각하고 1학년 때 핵심교양 학점을 다 채우지 않았다. “2학년 전공진입 후에 여유 있게 들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2학년이 되어서 신청하려고 했더니 ‘수강반 제한’에 걸려서 신청이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기초교육원은 “핵심교양 및 교양교과목 이수규정에 대해서 각 단대에 공문을 보냈다. 공문은 단대를 통해 각 학부와 학과에 전달되도록 되어 있다. 아마 단대게시판이나 학과 게시판에 게재되었을 것이지만 이것이 학생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홍보부족을 인정했다. 또한 수강편람의 애매한 표현에 대해서는 다음 학기부터는 더 정확하게 기재할 것을 약속했다. ‘대학생들이 자신의 관심 분야나 전공 분야에 대한 지식을 편식(偏食)하기보다는 지도적 인격을 도야(陶冶)하기 위하여 여러 계열에 속하는 교양 과목을 균형 있게 수강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의 목표이다. 그럴듯한 말이고 당연한 말이지만, 핵심교양만 보더라도 아직 그 목표에 도달하기에는 무리인 것 같다. 좀더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기초교육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