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총총, 관악에서 사라지는 마르크스경제학
‘학점의 노예’와 ‘기형적 대학교육’, 줄다리기는 계속중
표류하는 남휴, 실천가능한가

‘학점의 노예’와 ‘기형적 대학교육’, 줄다리기는 계속중

들어가기는 어려워도 나오기는 쉽다는 한국의 대학.그러나 이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계속되는 취업난으로 입사시험 경쟁률이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고 있다.대학의 낭만만을 울부짖으며 허송세월을 보냈다가는 경쟁에서 밀리기 십상이다.취업 경쟁에서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우위에 서고자 학점 높이기에 여념이 없다.상황이 이러하니 더 이상 재수강은 남 일이 아니다.법대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들어가기는 어려워도 나오기는 쉽다는 한국의 대학. 그러나 이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계속되는 취업난으로 입사시험 경쟁률이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고 있다. 대학의 낭만만을 울부짖으며 허송세월을 보냈다가는 경쟁에서 밀리기 십상이다. 취업 경쟁에서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우위에 서고자 학점 높이기에 여념이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더 이상 재수강은 남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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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학점 세탁’이 활기를 띠는 대학가

이로 인해 대학가에는 학점 인플레이션이 만연하고 있다. 서울대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저학년 때 학업에 소홀했던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재수강을 하느라 바쁘다. 이들은 취업을 위해 초과 학기에 대한 시간적·경제적 부담도 감수한다. 정규학기에 재수강하는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바로 계절학기다. 2007년부터는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최대 6학점까지 취득 가능한 겨울 계절학기가 신설되기도 했다. 학사과 김기철 사무관은 “계절 학기에는 재수강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렇지만 개설되는 전공 강의가 적어 전공을 재수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수강 제한에 관한 규정은 2002년 처음 만들어졌다. 2003년 11월에는 B- 이상 과목의 재수강을 금지하고 재수강 횟수를 제한하는 방안이, 2005년 9월에는 학기당 1회에 한해 C+ 이하를 받은 과목만 재수강을 허용하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학생들의 반발로 모두 시행되지 못했다. 하지만 2006년 1학기부터는 성적이 C+ 이하인 과목에 한해 재수강할 수 있게 하는 제도가 시행 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재수강 요건을 맞추기 위해 성적 정정기간에 교수를 찾아가거나 메일로 학점을 낮춰 줄 것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기도 한다. 같은 과목을 반복 수강하는 학생도 점차 늘고 있어, 대학생들은 다양한 과목을 통해 폭넓은 교양을 쌓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재수강 제도 운영에 어려움도 없지 않아 재수강 문제는 상대평가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본부는 1998년에 ‘학사관리 엄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학칙에 교양과목은 의무적으로 상대평가를 하고 전공과목은 가급적 상대평가를 하도록 명시한 바 있다. 이어 2004년 2학기부터는 교양과목의 A·B의 성적비율이 전체 수강생의 70%를 넘지 못하도록 전산입력 단계에서 강제되기 시작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최소한 30%의 학생들은 C 이하의 성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교수가 필요하고 생각될 시 기초교육원에 사유서를 제출해 성적 입력 제한을 해제할 수 있긴 하다. 그러나 대부분 과목의 특성이나 학생들의 수준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상대평가제가 실시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재수강 제도가 학생들을 ‘학점의 노예’로 만들어가는 동시에, 대학교육의 원활한 운영을 방해한다는 사실이다. 졸업을 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대학국어와 대학영어의 경우 계절 학기에 개설된 강좌 수가 수요에 비해 적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 과목이 상대적으로 학기 중에 듣기에 부담이 커 계절학기로 재수강하려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졸업예정자가 ‘대학국어 수강요청서’를 제출하면 졸업예정자반에 배정해주기도 했다. 한편, 재수강 제도는 전공 선택을 앞둔 1학년들로 하여금 고민에 빠지게 하기도 한다. 학부제의 경우 1학년 성적을 토대로 전공 선택이 이뤄지기 때문에, 재수강 요건을 갖추기 위해 C학점을 택하자니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기 힘들고, 어중간한 학점을 받기도 찜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남창 학사과장은 “지금은 재수강 제한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지금은 재수강하면 A+를 받을 수 있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주 과장은 “취업경쟁에서 다른 학교에 밀릴까봐 나중 성적만 표시한다”고 털어놨다. 연세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에서 성적증명서에 재수강 여부가 표시되지 않는다. 과거 본부는 재수강에 불이익을 적용해 ‘학점상한제’를 두거나 재수강생끼리 성적평가를 실시하겠는 방침을 밝힌 적도 있었다. 그러나 재수강한 학생에게 B 이하의 성적을 주는 ‘학점상한제’는 학생들이 반발이 커 몇 달만에 철회됐다. 재수강생끼리 성적평가를 실시하는 방안도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워 시행되지 않았다. 학사과 김기철 사무관은 “대략 한 학기에 개설되는 강의 수가 4천 개가 넘고 재수강생은 8천 명 이상”이라며 “재수강생을 다시 분류해 성적을 평가하도록 하는 전산프로그램을 짜기가 쉽지 않다”며 이 방침이 철회된 이유를 설명했다. 김 사무관은 “현재로는 무리해서 재수강 제도를 변화시킬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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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생의 이번학기 학점은 2.652 로 두과목에서 재수강이 가능하다.

바뀐 대학영어 규정으로 일부 학생들은 골머리

설상가상으로, 최근에 발표된 ‘대학영어 새 이수규정’과 ‘공대 재수강 제한방침’은 학생들은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대학영어 새 이수규정’은 2009학년도부터 대학영어 전 과목을 2학점 3시간으로 변경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따라서 대학영어를 3학점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번 학기에 반드시 재수강해야 하며, 최근에 받은 텝스(TEPS)나 토플(TOEFL) 성적에 따라 더 높은 단계의 과목을 재수강 할 수도 있다. 또한 2009학년도 2학기부터는 졸업학기에 대학영어를 수강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이번 겨울 계절학기에는 대학영어 수업이 개설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학생들에게 큰 불편이 야기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기초교육원 관계자는 “모든 강좌를 개설할 수는 없다. 계절 학기은 보완적인 것이지 대학영어는 정규학기에 몇 달에 걸쳐 소화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딱 잘라 대답했다. 하지만 졸업을 앞두고 이번 학기에 반드시 대학영어를 수강을 해야하는 학생들은 갑자기 바뀐 규정이 당혹스럽다. 게다가 상당수 단대의 현재 졸업요건이 ‘학문의 기초 6학점 이수’이기 때문에 이전과 달리 남은 1학점을 다른 학문의 기초 과목으로 채워야 한다. 게다가 4학기 이상 등록한 학생은 학문의 기초 교과목을 수강하는 데 제한이 있어 더욱 불편하다. 공대 재수강 제한이 필요한지를 두고 논란 벌어져 공대 재수강 문제 역시 도마에 올랐다. 5월 29일 공대 교육혁신위원회(혁신위)가 공대의 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취지로 ‘공대 혁신안’ 안에 ‘학점세탁 금지안’을 마련했다. 이는 3과목 이상 혹은 6학점 이상 과목에 대한 재수강을 제한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이 시행될 경우 기존의 상대평가 제도가 절대평가로 바뀌게 된다. 혁신위는 실시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둘러싼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다. 타 단대의 재수강 요건에 비해 불리한 데다, 재수강의 횟수 제한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스누라이프 필명 ‘사슴코양이’ 씨는 “부족한 정보와 교양, 낮은 학점으로 인해 공대생들은 타과생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며 “조직적 목소리를 내 재수강 제한 조치를 거부하자”고 주장했다. 또한 필명 ‘ksdhgk’ 씨 역시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제도로 경쟁만 낳을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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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신청시 재수강신청은 기존성적이 C+이하여야 가능하다.

재수강에 대한 본부와 학생들 사이의 상이한 의견

학교당국이 재수강에 제한을 두려는 이유로는 강의실 부족과 반복 수강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 학점 만능주의의 만연 등이 꼽힌다. 학사과 김기철 사무관은 “학생입장에서도 그 시간에 다른 과목을 못 들어 낭비다. 게다가 개론 수업을 고학년이 재수강한다면 성적 평가에서 저학년이 피해를 입는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반대논리의 핵심은 ‘재수강 제한은 곧 수업권 침해’라는 것이다. 인현우(정치 07) 씨는 “자신이 충분히 배우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면 동일한 수업내용이라 해도 다시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수강을 통해 배우는 수업내용이 초수강 때와 다를 수도 있다”며 재수강 제한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재수강 제도가 무분별한 학점 전쟁의 발판이 아닌 교육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현실을 고려한 제도 개편과 자신의 권리를 되찾으려는 학생들의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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