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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는 2009년부터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을 선발한다. |
지난 1월 30일, 교육부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예비인가 대학으로 서울대를 선정하면서 한동안 구설수에 오르내리던 법과대학 폐지가 최종적으로 확정됐다. 이로써 매년 205명을 선발해오던 법과대학의 정원이 어떻게 활용될지 갖가지 억측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본부는 5월 26일,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해 법과대학의 잉여 정원을 활용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른바 ‘엘리트 사관학교’로 외부 언론에 소개된 자유전공학부는 기숙사 배정·해외연수 제공 등의 유인책으로 수험생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스포트라이트가 끊이지 않는 매력덩어리인 자유전공학부는 어떻게 운영될 것인가.자유전공학부, 입학에서 졸업까지…자유전공학부는 전체 정원 157명 중에서 수시 2학기 특기자전형으로 110명, 정시로 47명을 선발한다. 수시모집의 경우 다른 계열과 마찬가지로 1단계 전형에서 서류 심사를 통해 정원의 2~3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 전형에서 논술·면접·구술고사로 최종 선발자를 가를 예정이다. 다른 계열 모집단위와 차이점이 있다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저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능 도입 초창기에 평가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백종현(철학과) 교수는 “문제를 푸는 숙련도에 비례해 점수가 결정되는 현 수능은 수학능력을 제대로 측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의미를 잃었다”며 입학관리본부의 결정에 수긍했다. 한편 수능 점수가 당락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시에서는 모집안이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이렇게 해서 선발된 학생들은 학사과정 내내 기초교육원 산하 자유전공학부에 소속된다. 이들은 처음 2년 정도의 전공탐색 과정을 거친 후 심화전공과 복수전공 및 융·복합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해, 소정의 전공이수요건만 갖추면 전공별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 자유전공학부 2년차부터 경영학과 사회학을 선택해 공부한다면, 졸업증에 ‘경영학과·사회학과 졸업’으로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자유전공학부 졸업, 경영학·사회학 복수전공’이 기록되는 것이다.전공 선택에는 제한을 두지 않을 예정이다. 비교적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의학, 수의학, 사범계열, 간호학이 전공 선택 범위에서 배제된다는 점만 빼면 전공 결정 과정에서 ‘자율’이라는 가치가 최대한 보장받는 셈이다. 자유전공학부의 교육 목표가 융합 학문의 교육을 통해 폭넓은 전문적 지식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있는 만큼 교육과정도 탈전공의 색채를 띨 가능성이 높다. 학교 측도 내심 이러한 교육과정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기초교육원 행정주사 권주인 씨는 “탄탄한 학사체제만 마련하면 최고로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나아가 교육 전 과정에서 철저한 학사지도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도교수 1인당 학생 수를 파격적으로 줄여 보다 엄정하게 학생들을 관리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20~30명의 외국인 교원을 기초교육원 전임(또는 겸임) 교수로 채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외국인 교수를 지도교수로 배정해 학사지도의 질도 높이고 학생들의 외국어능력도 배양하려는 목적이다. 더불어 에 따르면 자유전공학부 소속 학생들에게는 입학 후 2년간 전원 기숙사 생활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레지던셜 컬리지(residential college)’ 개념의 점진적 도입을 통해 체계적인 학사지도를 꾀하기 위해서다. 교무과 고위관계자도 “당분간은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유전공학부 소속 모든 학생들에게 기숙사가 제공될 것”이라며 이를 뒷받침했다.한편 미래의 글로벌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외국 현지학습도 활성화할 전망이다. 외부 언론에 ‘해외연수’라 소개된 내용도 이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용이 누구에게 전가될 것인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교무과는 “해외연수 비용을 학교 예산으로 처리할 것인지, 본인 부담으로 처리할 것인지 결정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틀이 잡힐 것”이라고 밝혔다.독이 든 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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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갑수 교수는 자유전공학부가 천박하고 비윤리적인 발상에 기초해 있다고 말했다. |
일견 매력적으로 보이는 자유전공학부가 장밋빛 미래를 보장받은 것은 아니다. 벌써부터 학내에서 하나둘씩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가장 민감한 대목은 바로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이 기존 단과대 학생들에 비해 지나친 특혜를 누린다는 점이다. 기숙사가 배정되고 해외연수가 제공되는 것에서부터 ‘자유전공학부 몰아주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유승연(경제 07) 씨는 “같은 등록금을 내는데도 불구하고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상당히 억울할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최갑수(서양사학과) 교수도 “모든 학생을 평등하게 대하는 것이 선생의 의무인데도 불구하고 일부에게만 특권을 주는 것은 교육의 기본 원칙에 위배된다”며 “서울대 안에서도 우열반을 만드는 비교육적인 처사”라고 혹평했다.한편 자유전공학부가 로스쿨과 의학전문대학원의 준비과정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최 교수는 “전공 부담이 한층 덜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측도 이런 우려를 현실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며 자유전공학부를 ‘전문대학원 진학을 기다리는 대합실’에 비유했다. 자유전공학부의 기초개념을 마련한 백종현 교수도 “경제학 대학원에서 경제학부 학생들을 선호하는 식의 ‘성골’ 문화가 잔존하는 서울대 안에서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을 우려해 로스쿨과 의학전문대학원을 선택할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분석을 내놓았다.뿐만 아니라 학부 간 연계가 이뤄지지 않아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이 겉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융합 학문의 교육을 목표로 하는 자유전공학부의 특성상 기존 단과대 간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백 교수는 “단과대 간 연계는 자유전공학부의 성패가 달린 부분”이라며 높은 중요도를 부여한 데 이어 “학생이 철학과 심리를 연계해 공부하고 싶다면 철학과와 심리학과 보조교수들이 연계해 협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최갑수 교수의 표정은 어둡다. “교수들도 자유전공학부가 도입된다는 소식을 뉴스에서 처음 접했을 것이다. 단과대 차원의 연계가 필요하다면 교수들에게 먼저 협조를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준비가 미비한 점을 꼬집었다.지도교수 제도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이 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은 기초교육원 소속이다. 따라서 배정되는 지도교수들도 기초교육원 소속인 것이다. 융·복합전공을 결정해야 하는 학생들 입장에서 자신이 전공하려는 분야와 무관한 전공의 지도교수로부터 적절한 조언을 받을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대보다 더 광역화된 학부제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 UC버클리대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제기된다. 최지민(버클리대 08) 씨는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도교수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학생들이 무슨 과에 진학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도교수를 배정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정작 수험생은 ‘아웃 오브 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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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만기 평가이사는 학교 측이 자유전공학부를 통해 법과 대학에 입학하려던 우수한 인재를 흡수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정작 당사자 격인 입시 전선의 수험생들은 자유전공학부의 운영계획에 무관심하다. 자유전공학부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욱 초조해지는 대목이다.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 이만기 평가이사는 “자유전공학부 운영계획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학생은 아직 없다. 관심의 초점은 커트라인이 얼마나 될지에 맞춰져 있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오는 문의도 자유전공학부가 로스쿨 준비에 유리한가에 대한 학부모들의 질의”라고 밝혔다. 다양한 학문에 호기심을 가진 학생들이 입학할 것으로 전망하는 학교 측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이 평가이사는 “서울대는 가고 싶은데 경영대는 커트라인이 너무 높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지원할 것이다. 자유전공학부의 비전을 보고 들어가는 학생은 적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측을 내놓았다.자유전공학부는 학부대학 체제 도입을 위한 발판인가본부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자유전공학부는 오래 전부터 계획된 사안이다. 백종현 교수는 “사실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하자는 목소리는 학부제가 논의됐던 10년 전부터 있어왔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서울대 총 정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각 단대가 자유전공학부에 정원을 양보하려는 의지가 없었기에 매번 무산됐다는 내막을 밝혔다. 이번에 신설될 수 있었던 것도 법과대학이 폐지되는 우연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것이다.
| ###IMG_3###에 따르면 단기적으로는 자유전공학부와 기존 단과대가 함께 유지되지만(표 왼쪽), 중장기적으로는 모든 학과가 학부 대학으로 통합될 전망이다.(표 오른쪽)” /> |
| <2007~2025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에 따르면 단기적으로는 자유전공학부와 기존 단과대가 함께 유지되지만(표 왼쪽), 중장기적으로는 모든 학과가 학부 대학으로 통합될 전망이다.(표 오른쪽) |
이렇듯 자유전공학부 신설이 학교 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던 숙원사업이었기에 나름대로의 가이드라인도 있다. 도 지면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여 자유전공학부를 다루고 있다. 실제로 ‘학사조직의 변화는 서울대학교가 세계적 수준의 종합연구대학으로 발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하고 … 지금의 학문 줄기 별로 나뉜 단과대학 조직은 훗날 관련 분야 대학원 조직으로 대체하고, 학사과정 학생들의 교육을 관장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논의되어 온 학부대학 체제를 점진적으로 도입’한다고 서술돼 있다. 자유전공학부는 바로 학부대학 체제 도입을 위한 발판인 것이다.자유전공학부가 현재 짜여진 계획처럼 점진적으로 정원을 늘려갈 경우 장기적으로는 서울대학교 조직이 ‘학문 분야별 연구 기능에 바탕을 둔 대학원 조직’과 ‘교육 기능을 중시한 학사과정 조직’으로 개편된다. 따라서 학부 신입생도 전문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몇몇 과를 제외하고는 모두 학부대학으로 소속된다. 과거 서울대 문리대가 각 학과의 장벽을 넘어 통합적인 교육을 실시했던 것과 비슷한 양상으로 변모하는 것이다.이는 현재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채택하고 있는 학사제도와 매우 흡사하다. 버클리대도 전공의 특수성이 보장돼야 하는 몇몇 과를 제외하고는 모든 학생을 문리대학으로 선발한다. 문리대학 소속의 학생들은 학부과정에서 기초교양을 쌓은 뒤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버클리대에서는 문리대 학생들이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특정 학과에 진입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각 학과에 공식적인 커트라인이 없어 원하는 학문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자유전공학부 중심의 학부대학 체제와 유사하다.학부제, 뜨거운 감자이 역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래 전부터 학부제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 여겨져 왔던 ‘기초학문 사장’이 바로 그것이다. 자유전공학부가 발전한 형태인 학부대학이 전공 선택에 ‘자율’이 보장되는 원칙을 유지한다면 인기 학문으로의 편중을 제어할 길이 없어진다. 인기 학문 편중은 필연적으로 비인기 학문의 개점휴업을 수반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문으로서의 가치는 있지만 소위 ‘돈 안 되는 학문’이라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대보다 선행해서 학부제를 실시하고 있는 버클리대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실제로 한국학의 경우 존폐 위기에 처했다고 최지민 씨는 귀띔했다.이 문제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은 ‘보호 학문 분야에 대한 전공예약제 입학도 계속해서 인정한다’고 서술한다. 하지만 당장 내년부터 자유전공학부가 생기는 시점에 어떤 학문이 보호 학문이 되어야 하는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을 미뤄볼 때 이 계획이 제대로 실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문제가 되는 것은 인기 학문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몰리는 것은 그렇다 쳐도 학부대학은 그들 모두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전공강좌 수요에 걸맞게 교수 인원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교수 임용 기준이 철저하게 적용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수급 맞추기에 급급해 마구잡이로 교수를 임용한다면 교육의 질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교수를 추가로 임용하지 않고 수강 정원만 늘린다 하더라도 대형강좌가 남발된다는 문제가 생긴다. 나아가 교원 수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대학이 의도적으로 시간강사를 양산할 가능성도 있다.긍정적 호응 속 엇갈리는 반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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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전공학부 학사제도 정비에 여념이 없는 기초교육원. |
자유전공학부의 장기적인 청사진을 접한 학생들과 교수들은 대체로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학부과정에서 기초를 쌓으며 다양한 학문을 체험하고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종대(경제 07) 씨는 “애초에 ‘성적 맞춰서’ 들어오는 대학이기에 현 체제에서 자기가 원하는 학과에 지원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학부제가 도입된다면 전공 선택의 기회가 넓어지지 않겠느냐”며 반색했다. 백종현 교수도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의 벽을 넘어서서 종합적인 소양을 기르는 것이 미래 사회가 원하는 인재상”이라며 적극적으로 학부제 도입에 찬성했다.하지만 학부제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서는 다소 반응이 엇갈린다. 백 교수는 “수 세기 전에는 예술이 천대받았지만 오늘날 각광받는 분야로 인정되고 있다. 인기 학문과 비인기 학문은 결국 순환하는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반면 정우영(사회과학 08) 씨는 “학부제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지만, 기초학문이 사장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해 학부제로 인한 부작용이 쉽게 무시하지 못할 문제임을 역설했다.